매장서 산 루이비통백, 70만원 받고 리폼 했다가…'날벼락' [안혜원의 명품의세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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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혜원의 명품의세계] 70회
‘명품 변형’ 두고 업체들 소송전 펼치는 이유
‘명품 변형’ 두고 업체들 소송전 펼치는 이유
서울 종로구에 사는 직장인 박모 씨(29)는 지난달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루이비통의 PVC 가죽으로 만들어진 미니백을 50만원에 샀다. 루이비통이 실제 판매하는 가방이 아니라 중고 가방에서 떼어내고 잘라낸 가죽과 금속 부품 등으로 만든 이른바 ‘업사이클링 제품’이었다.
박 씨는 지난해에도 프라다 원단으로 만든 백팩을 30만원에 구매했다. 그는 “이런 제품을 정식 매장에서 구매하려면 200만~300만원은 줘야 한다”며 “직접 제작해 만드니 나만의 디자인을 가미할 수도 있고 저렴한 가격에 명품을 산 기분도 낼 수 있다”고 했다.
박 씨처럼 오래된 명품을 리폼이나 업사이클링(새활용)을 통해 새 제품처럼 만들어 쓰는 건 MZ세대(밀레니얼+Z세대) 문화 중 하나다. 한 시장조사업체가 명품 옷이나 가방 리폼을 맡긴 고객을 분석해 보니 40%가 MZ세대였다.
하지만 앞으로는 이 같은 행위가 '상표권 침해'에 해당할 수 있다. 명품 제품을 수선해 다시 만든 '리폼 제품'이 명품 상표권을 침해했다는 법원 판단이 나오면서다.
항소심 재판부는 1심과 마찬가지로 “이 씨는 루이비통의 상표가 표시된 가방의 원단을 사용해 리폼 제품을 제조해선 안 되며 루이비통에 손해배상금 1500만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이 씨는 재판 내내 리폼 제품이 새로운 상품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주장했지만, 재판부는 "상표법 위반을 적용하려면 리폼 제품이 상품에 해당하는지 살펴봐야 한다"며 "리폼 제품은 원래 제품처럼 중고품 거래 시장에서 고가에 거래되고 독립된 상품으로서 가치를 가지고 있기에 상품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그러면서 "리폼 제품에도 원고의 상표가 표시돼 있고 리폼 제품에 ‘리폼 했음, 재생품임’ 등의 표시를 하지 않았기 때문에 일반 수요자들이 해당 제품 출처가 루이비통에서 만든 것으로 오인할 수 있다"며 "원고의 허락 없이 상표를 사용해 상표권을 침해한 것이 인정된다"고 설명했다.
이 씨는 2017∼2021년 고객이 건네준 루이비통 가방 원단을 이용해 크기, 형태, 용도가 다른 가방과 지갑을 제작했다. 리폼 제품 1개당 10만∼70만원의 제작비를 받았다.
루이비통은 이 씨가 자사 상표의 출처표시 및 품질보증 기능을 저해해 상표권을 침해했다며 2022년 2월 소송을 냈다. 1심을 맡은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63부가 지난해 11월 "리폼 제품도 상품에 해당한다. 이 씨는 루이비통에 손해배상금 1500만원을 지급하라"며 루이비통의 손을 들어줬다. 이에 불복한 이 씨가 항소를 제기했지만 결과는 바뀌지 않았다.
루이비통도 자사 제품 소재를 변형해 의류, 핸드백, 액세서리를 제작한 한 디자인 업체를 고소해 60만3000달러(약 8억4100만원)를 받아낸 바 있다.
명품업체들이 리폼 제품에 대해 소송전을 벌이는 이유는 무엇일까. 한 패션업계 관계자는 “한때 루이비통, 프라다 등의 리폼이 선풍적인 인기를 끌면서 관련 제품들과 유사한 미니백 제품 판매가 주춤할 정도로 영향을 받은 바 있다”며 “명품 리폼 대부분 정품과 유사한 디자인을 베껴 제작해 정품만큼 비싸진 않지만 그래도 수십만원대 가격에 팔아 적지 않은 이윤을 남긴다. 이 같은 풍조가 퍼지면 일반 소비자들이 선뜻 제값을 주고 정품 디자인을 사려 들지 않을 텐데 명품업체들이 가장 경계하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물론 소비자들의 비판 여론도 상당하다. 상표권은 상품 거래 당시 이미 대가(가격)를 받은 것이라 상표권자가 권리를 행사할 수 없는 것 아니냐는 주장이다. 비싼 돈을 주고 산 명품을 낡아서 혹은 지겨워서 새 디자인으로 변형해 재활용하는 것은 '소비자 권리'라는 논리다.
실제로 이러한 소식을 접하고선 소비자들 사이에선 “비싼 돈 주고 산 가방에 대한 권리는 내 것 아니냐”는 반응부터 “집 리모델링도 불법이겠다”, “청바지 입다가 밑단이 찢어져 반바지 만들어 입으면 소송 당하는 거냐” 같은 비아냥까지 쏟아졌다.
안혜원 한경닷컴 기자 anhw@hankyung.com
박 씨는 지난해에도 프라다 원단으로 만든 백팩을 30만원에 구매했다. 그는 “이런 제품을 정식 매장에서 구매하려면 200만~300만원은 줘야 한다”며 “직접 제작해 만드니 나만의 디자인을 가미할 수도 있고 저렴한 가격에 명품을 산 기분도 낼 수 있다”고 했다.
박 씨처럼 오래된 명품을 리폼이나 업사이클링(새활용)을 통해 새 제품처럼 만들어 쓰는 건 MZ세대(밀레니얼+Z세대) 문화 중 하나다. 한 시장조사업체가 명품 옷이나 가방 리폼을 맡긴 고객을 분석해 보니 40%가 MZ세대였다.
하지만 앞으로는 이 같은 행위가 '상표권 침해'에 해당할 수 있다. 명품 제품을 수선해 다시 만든 '리폼 제품'이 명품 상표권을 침해했다는 법원 판단이 나오면서다.
루이비통 가방 리폼에 법원 "상표권 침해 맞다"
28일 업계에 따르면 특허법원 특별민사항소 31부는 명품업체 ‘루이비통 말레띠에’가 리폼업자 이모 씨를 상대로 제기한 상표권 침해금지 등 소송에서 이 씨가 제기한 항소를 기각했다. 앞서 이 씨는 루이비통 상표권을 침해한 것이 인정돼 손해 배상하라는 1심 판결에 불복해 항소했었다.항소심 재판부는 1심과 마찬가지로 “이 씨는 루이비통의 상표가 표시된 가방의 원단을 사용해 리폼 제품을 제조해선 안 되며 루이비통에 손해배상금 1500만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이 씨는 재판 내내 리폼 제품이 새로운 상품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주장했지만, 재판부는 "상표법 위반을 적용하려면 리폼 제품이 상품에 해당하는지 살펴봐야 한다"며 "리폼 제품은 원래 제품처럼 중고품 거래 시장에서 고가에 거래되고 독립된 상품으로서 가치를 가지고 있기에 상품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그러면서 "리폼 제품에도 원고의 상표가 표시돼 있고 리폼 제품에 ‘리폼 했음, 재생품임’ 등의 표시를 하지 않았기 때문에 일반 수요자들이 해당 제품 출처가 루이비통에서 만든 것으로 오인할 수 있다"며 "원고의 허락 없이 상표를 사용해 상표권을 침해한 것이 인정된다"고 설명했다.
이 씨는 2017∼2021년 고객이 건네준 루이비통 가방 원단을 이용해 크기, 형태, 용도가 다른 가방과 지갑을 제작했다. 리폼 제품 1개당 10만∼70만원의 제작비를 받았다.
루이비통은 이 씨가 자사 상표의 출처표시 및 품질보증 기능을 저해해 상표권을 침해했다며 2022년 2월 소송을 냈다. 1심을 맡은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63부가 지난해 11월 "리폼 제품도 상품에 해당한다. 이 씨는 루이비통에 손해배상금 1500만원을 지급하라"며 루이비통의 손을 들어줬다. 이에 불복한 이 씨가 항소를 제기했지만 결과는 바뀌지 않았다.
"내돈내산인데…나한테 권리 있는 것 아닌가요?"
이처럼 소비자가 합당하게 구입한 샤넬이나 루이비통 가방·지갑 등의 디자인을 획기적으로 리폼하면 불법에 해당해 단순 수선(AS)만 가능하다. 수백만원에서 수천만원까지 주고 구입한 소유물인데 함부로 고칠 수도 없다는 얘기다. 리폼 논란은 명품업계의 대표적 분쟁거리 중 하나다. 미국에선 이미 명품 브랜드 업사이클링 행위에 대한 분쟁이 여러번 있었다. 2022년엔 샤넬이 자사의 단추를 재사용해 귀걸이, 목걸이 등 주얼리를 제작한 업체를 고소했다. 이에 뉴욕 남부 지방법원은 샤넬의 손을 들어주며 리폼업체의 샤넬 단추 업사이클링 제품 제작을 영구적으로 금지 조치했다. 이는 국내에서도 흔히 제작돼 팔리는 형태의 서비스 사례다.루이비통도 자사 제품 소재를 변형해 의류, 핸드백, 액세서리를 제작한 한 디자인 업체를 고소해 60만3000달러(약 8억4100만원)를 받아낸 바 있다.
명품업체들이 리폼 제품에 대해 소송전을 벌이는 이유는 무엇일까. 한 패션업계 관계자는 “한때 루이비통, 프라다 등의 리폼이 선풍적인 인기를 끌면서 관련 제품들과 유사한 미니백 제품 판매가 주춤할 정도로 영향을 받은 바 있다”며 “명품 리폼 대부분 정품과 유사한 디자인을 베껴 제작해 정품만큼 비싸진 않지만 그래도 수십만원대 가격에 팔아 적지 않은 이윤을 남긴다. 이 같은 풍조가 퍼지면 일반 소비자들이 선뜻 제값을 주고 정품 디자인을 사려 들지 않을 텐데 명품업체들이 가장 경계하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물론 소비자들의 비판 여론도 상당하다. 상표권은 상품 거래 당시 이미 대가(가격)를 받은 것이라 상표권자가 권리를 행사할 수 없는 것 아니냐는 주장이다. 비싼 돈을 주고 산 명품을 낡아서 혹은 지겨워서 새 디자인으로 변형해 재활용하는 것은 '소비자 권리'라는 논리다.
실제로 이러한 소식을 접하고선 소비자들 사이에선 “비싼 돈 주고 산 가방에 대한 권리는 내 것 아니냐”는 반응부터 “집 리모델링도 불법이겠다”, “청바지 입다가 밑단이 찢어져 반바지 만들어 입으면 소송 당하는 거냐” 같은 비아냥까지 쏟아졌다.
안혜원 한경닷컴 기자 anh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