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사 스크랩
-
공유
-
댓글
-
클린뷰
-
프린트
“사실 바로 옆 1구역이 선도지구가 되는 것은 아닌지 걱정하는 사람이 많았어요. 그래서 주민들이 더 단합했죠. 좋은 결과로 이어지니까 이제 어떻게 재건축을 빠르게 할지만 생각하면 되는 거죠.”(성남시 분당 A공인중개 대표)수도권 1기 신도시 중에서도 가장 먼저 조성돼 최고령 단지로 꼽히는 경기 성남시 분당시범 2구역(우성·현대·장안타운 건영3차)이 노후계획도시 재정비 선도지구로 선정됐다. 3개 단지가 합쳐져 3713가구 규모다. 선도지구 선정 과정에서 바로 옆 단지였던 시범 1구역과 치열한 경쟁을 펼쳤던 곳이다. 재건축이 완료되면 지상 최고 68층, 5200가구 규모로 탈바꿈할 예정이다. 시장에선 벌써 기대감에 호가가 들썩이고 있다.
1단지 제치고 선도지구 등극
시범 2(우성·현대·장안타운 건영3차) 통합재건축 구역은 성남시 분당구 서현동에서 2개 아파트 단지와 1개 빌라 단지가 결합했다. 이중 시범우성이 1874가구로 규모가 가장 크다. 시범현대도 1695가구에 달한다. 비교적 소규모 결합단지인 장안타운 건영3차 빌라 규모는 144가구에 불과하다. 그러나 소규모 결합단지가 통합재건축 구역에 포함되면서 선도지구 선정 과정에서 높은 평가를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시범 2구역은 분당과 일산, 평촌, 중동, 산본 등 5개 수도권 1기 신도시 중에서도 가장 먼저 조성된 단지다. 시범현대는 1991년에 입주를 시작해 올해로 34년을 맞았다. 분당초와 서현중이 단지에 맞붙어 있어서 분당 내에서도 학군이 뛰어난 단지로 꼽힌다.시범 2구역은 바로 맞붙었던 시범 1구역과 치열한 경쟁을 펼쳤다. 시범 1구역은 삼성한신(1781가구)과 한양아파트(2419가구)로 구성돼 있다. 시장에서는 서현역과 맞붙어 역세권으로 분류되는 시범 1구역의 선도지구 지정 가능성이 더 높을 것으로 봤다. 그러나 시범 2구역이 소규모 단지 결합과 추가 공공기여에서 더 높은 평가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시범 1구역에서 내부 이견으로 일부 주민의 이탈표가 나온 것도 선정에 영향을 미쳤다. 시범 2구역의 최종 동의율은 95.5%로 주민 평가에서 만점을 받았다.
역세권 장점…68층 재건축 추진
통합재건축추진준비위원회는 단지 중심부에 랜드마크에 해당하는 지상 최고 68층 동을 포함한 5200가구 대단지를 세운다는 계획이다. 지난 6월 한국자산신탁과 예비사업시행자 업무협약을 맺었다. 시공사 역시 대형 건설사를 선정해 하이엔드 아파트 브랜드 단지로 탈바꿈시킨다는 계획이다. 통합재건축 설계 조감도는 서울에서도 대표적 부촌 아파트로 불리는 서초구 반포동 ‘아크로리버파크’와 ‘래미안 원베일리’ 등을 설계한 ANU디자인그룹건축사무소에서 맡았다. 단지와 맞붙은 분당중앙공원과는 보행로가 신설돼 단지와 공원을 바로 연결할 예정이다. 도시기능 활성화 방안으로 제시된 건영3차 빌라 단지는 율동공원과 연계한 하이엔드 주거단지로 탈바꿈시킬 예정이다.단지 주변 인프라도 재건축과 함께 개선될 예정이다. 단지 자체는 수도권 지하철 수인분당선 서현역과 거리가 있다. 도보로 이동할 때 20분 정도가 소요되는데, 향후엔 단지 인근에 성남2호선 트램이 조성될 예정이다. 서울지하철 8호선 연장선 역시 사업 추진이 논의되고 있다. 개통될 경우엔 단지의 대중교통 환경이 대폭 개선될 전망이다.
공공기여 걱정에도 가격 ‘훈풍’
시범 2구역이 선도지구 경쟁에서 승리했지만, 내부에선 ‘승자의 저주’를 걱정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이주대책과 장수명 주택 인증, 추가 공공기여 등 선도지구 선정을 위해 가점을 받을 수 있는 추가 조건을 모두 채택했기 때문이다. 모두 재건축 사업성을 떨어뜨리는 내용들이다. 이 때문에 분당 내에선 이른바 ‘풀 배팅’(선도지구 선정 위해 최대한 공공기여) 단지에 대한 사업 조정 요구가 계속되고 있다. 과도한 공공기여 요구에 통합재건축 사업성이 낮아지면 전체 사업 자체가 지연되거나 좌초될 수 있기 때문이다. 분당이 5개 1기 신도시 중 유독 도시기능 활성화를 선정 기준에 강하게 반영한 것도 원인이 됐다는 평가가 나온다.다만, 시범 2구역은 다른 통합재건축 구역들과 달리 소형 평형 비율이 10%에 미치지 않고 평균 대지 지분도 높아 상대적으로 여유가 있다고 말한다. 남은 사업 절차에서 공공기여 등을 충분히 조정하면 시장에서 우려하는 과도한 분담금은 없을 것이란 설명이다. 추진위 관계자는 “하이엔드 단지로 먼저 재건축을 하는 만큼, 주변 단지에 비해 사업적으로 유리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고 말했다.
단지 가격 역시 크게 오르고 있다. 지난 27일 발표 이후 일부 주민들은 호가를 4억원 이상 올렸다. 시범현대 전용 186㎡ 물건은 지난달 중순까지만 해도 24억원 수준이었는데, 발표 직후 28억원에 달하는 매물이 등장하기도 했다.
현장에선 선도지구 발표에 따른 일시적 가격 변동으로, 시간이 지날수록 안정화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분당의 한 공인중개사무소 관계자는 “선도지구 발표를 전후로 호가가 크게 올랐지만, 아직 실거래로 이어지지는 않은 상황”이라며 “공공기여 등에 대한 우려도 있는 만큼, 섣부르게 매수에 나설 이유는 없어 보인다”고 했다.
유오상 기자 osy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