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국제공항 제1여객터미널 출국장 중국행 항공편 카운터가 여행객으로 붐비고 있다. 사진=최혁 기자
인천국제공항 제1여객터미널 출국장 중국행 항공편 카운터가 여행객으로 붐비고 있다. 사진=최혁 기자
중국 정부가 한국인의 무비자 입국을 허용한 직후 중국 여행 예약률이 급증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비자 발급 시간과 비용이 줄어들어 접근성이 좋아졌기 때문이다. 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엔데믹 이후 다른 국가 대비로는 회복세가 더뎠던 중국행 수요가 급증하면서 여행업계는 비수기로 꼽히는 4분기 여행수요 잡기에 분주해졌다.

28일 업계에 따르면 중국 정부가 무비자 정책을 깜짝 발표한 직후 중국 여행 예약률은 전월 대비 두 자릿수 이상 급증했다. 비자 발급이라는 복잡한 절차는 물론 비용(약 6만원)이 줄어들면서 신규 여행을 계획하는 수요가 몰린 것으로 풀이된다. 업계는 무비자 정책 이후 기존 선호도가 높았던 중장년층 수요 확대와 청년층 신규 진입도 늘어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특히 중국은 언어 장벽이 커 개별 여행 난이도가 높은 곳으로 꼽힌다. 때문에 업계는 당분간 중국 여행은 '패키지'에 수요가 집중될 것으로 보고있다.

하나투어에 따르면 지난 1~21일 중국 예약 동향은 이전 3주간과 비교해 75% 급증했다. 특히 패키지 상품은 110% 뛰었다. 평소 선호도 높은 지역인 장자제와 백두산은 물론 산둥성, 칭다오, 상하이 같은 도시 여행지도 인기 지역으로 떠오르고 있다. 상하이는 같은 기간 178% 예약이 늘었다. 단체여행 수요를 비롯해 자유여행으로 인한 항공과 호텔 예약이 증가하면서다.
중국이 오는 8일부터 내년 말까지 우리나라를 포함한 9개국을 대상으로 무비자 정책을 실시하겠다고 밝히며 국내 여행업계의 중국 여행 활성화 기대감이 커지는 가운데 지난 4일 서울 중구 모두투어 본사 중국사업부에서 직원들이 업무를 보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중국이 오는 8일부터 내년 말까지 우리나라를 포함한 9개국을 대상으로 무비자 정책을 실시하겠다고 밝히며 국내 여행업계의 중국 여행 활성화 기대감이 커지는 가운데 지난 4일 서울 중구 모두투어 본사 중국사업부에서 직원들이 업무를 보고 있다./사진=연합뉴스
하나투어는 코로나19 엔데믹 전환 이후 회복세가 더딘 중국에 집중해 왔다고 설명했다. 무비자 정책으로 수요가 늘면서 초단기 여행객을 겨냥한 상품도 확대한다는 계획. 하나투어 관계자는 "과거 하나투어 송출객 가운데 중국은 30% 이상을 차지할 정도로 영향력이 컸고 이번 무비자 시행으로 성장세가 가장 두드러질 것"이라며 "다양한 연령대 고객 니즈를 충족시킬 수 있는 새로운 콘텐츠를 적극 개발할 것"이라고 말했다.

모두투어의 내년 설 연휴기간 해외여행 예약 동향을 보면 중국은 전년 동기 대비 약 170% 성장세를 보였다. 무비자 영향으로 내년 설 연휴에 중국으로 여행을 떠나는 수요가 많이 늘어날 것으로 예상했다.

인터파크트리플이 운영하는 인터파크 투어는 한국인의 중국 무비자 입국 허용이 발표된 지난 1일부터 5일까지의 중국 패키지 예약건수가 전월 동기 대비 91%, 예약 인원은 60% 늘었다고 밝혔다. 전체 패키지 예약건수와 예약인원과 비교해도 큰 폭으로 늘었다는 설명이다.

인터파크 투어 관계자는 "장자제, 망산 등 자연 경관 중심의 패키지 수요뿐 아니라 최근에는 대련·심양 만두 홀릭, 충칭 훠궈 홀릭 등 미식 패키지 상품이 판매되는 등 젊은층 타깃으로 한 다양한 중국 패키지 상품도 마련되고 있다"며 "중국 무비자 입국 정책으로 상품 운영 역시 효율화됨에 따라 개인의 취향을 담은 패키지 등 다양한 상품 개발이 활성화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귀띔했다.

같은 기간 여기어때 중국 숙소 예약 건수는 전월 동기 대비 4.8배 늘었다. 단기 여행 시 무비자로 중국 입국이 가능해지면서 중국 여행에 대한 기대감이 예약으로까지 이어졌다는 분석이다. 여기어때 관계자는 여행 출발 전 많은 것을 준비해야 하는 상황에서 비자 발급은 번거롭게 느껴질 수 있는 절차"라며 "특히 모든 여행을 혼자 준비하는 자유여행객들의 중국 여행 수요에 더 많은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인천국제공항 1터미널 출국장 전광판에 중국행 항공편 정보가 송출되고 있다.  /사진=뉴스1
인천국제공항 1터미널 출국장 전광판에 중국행 항공편 정보가 송출되고 있다. /사진=뉴스1
여행객들 반응도 뜨겁다. 중국의 경우 단거리 여행지로 비행시간이 1~3시간 이내로 짧기 때문이다. 한국인 여행객 선호 여행지는 동남아와 일본, 중국 등 단거리 여행지에 수요가 집중돼 있다. 젊은층 선호도가 낮았던 중국은 이번 무비자 정책으로 선호도가 높아지는 추세다.

업계에선 젊은 층 수요는 2박3일, 2박4일 등 짧은 여행에 집중 될 것으로 예상했다. 금요일 저녁 퇴근 후 중국 여행을 즐긴 뒤 일요일 혹은 월요일에 돌아오는 이른바 '밤도깨비 여행지'로도 제격이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중국은 무비자 정책과 항공편이 늘어나면서 여행 수요가 크게 늘고 있다"며 "특히 2~3박 등 짧게 다녀오는 여행 수요가 늘고 있다"고 설명했다.

중국이 한국인 무비자 입국을 허용한 기간은 내년 12월 31일까지다. 여행기간은 당초 15일에서 최근 30일로 두 배 늘렸다. 여행 수요가 크게 늘어난 가운데 업계는 입국 시 주의 사항을 잘 확인하라고 당부했다. 특히 방문 목적을 분명하게 밝혀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주중대사관과 업계에 따르면 무비자 조치가 시작된 이후 입국 목적이 불분명하다는 이유로 거부된 사례도 발생했다. 중국 무비자 입국은 비즈니스나 관광 등의 목적으로만 가능하다. 입국자의 입국 목적이 불명확하다고 판단할 경우 입국이 거부될 수 있다.

신용현 한경닷컴 기자 yonghy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