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처 시장 '꽁꽁'…해외로 눈돌리는 AC
국내 액셀러레이터(AC)들이 해외로 눈을 돌리고 있다. 외국 정부가 추진하는 인큐베이팅 사업에 참여하거나 해외 진출을 원하는 국내 스타트업을 돕는 식으로 시장을 넓히고 있다. AC는 극초기 창업 기업을 찾아 투자·보육하는 회사다.

28일 업계에 따르면 초기투자액셀러레이터협회(KAIA)는 최근 베트남 호찌민에 공유 사무실을 열었다. 동남아시아에서 사업하는 AC가 많아지자 협회 차원에서 개설한 것이다. 전화성 KAIA 회장은 “회원사들이 보육 프로그램을 운영하거나 데모데이를 열 때 비용을 줄여줄 것”이라고 했다.

주요 AC들은 동남아, 중동 등 해외에서 돌파구를 찾고 있다. 와이앤아처는 태국 정부가 추진하는 스타트업 프로그램인 ‘태국형 팁스’ 운영사로 활동한다. 국내에서 다양한 육성 프로그램을 진행하며 쌓은 노하우를 인정받았다. 씨엔티테크는 사우디아라비아 AC와 스타트업 보육 표준화 플랫폼 활용 업무협약(MOU)을 맺었다. 스타트업 판별·보육 과정을 서비스형소프트웨어(SaaS)로 구현해 글로벌 시장을 공략하는 게 목표다.

해외 기업이 주도하던 글로벌 액셀러레이팅 분야에서 존재감도 조금씩 커지고 있다. 더인벤션랩(베트남), N15파트너스·어썸벤처스(싱가포르) 등이 대표적이다. 해외 진출을 원하는 국내 스타트업의 현지 투자 유치, 법인 설립, 협력사 연결 등을 지원하는 역할을 맡고 있다.

업계에서는 국내 벤처시장이 얼어붙으면서 해외 시장의 문을 두드리는 AC가 늘었다고 설명한다. 창업기획자로 등록된 국내 AC는 총 460곳 정도. 하지만 투자 실적 없이 간판만 내건 경우가 많다. 지난해 AC 투자액은 전년보다 28% 줄었고, 투자 기업도 11% 감소했다. 실적이 없어 등록이 말소된 AC가 지난해 31곳이나 된다. 2022년(22곳)보다 50% 증가했다. AC업계 관계자는 “벤처 호황기엔 국내에서 극초기 창업팀을 발굴해 시드 투자를 하고, 다음 투자 라운드 때 벤처캐피털(VC)에 구주를 매각해 수익을 냈다”며 “시장이 얼어붙은 요즘은 투자 수익을 내기는커녕 정부의 창업 지원 프로그램 용역을 따는 것도 버겁다”고 말했다.

국내 AC의 타깃 시장은 동남아 및 중동 국가다.

정부 차원에서 스타트업 육성을 시작하거나 한국형 보육 시스템에 관심이 있는 곳이다.

고은이 기자 kok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