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인사이트 11월 28일 오후 4시 21분

공모주 시장이 얼어붙자 증시 입성을 준비하던 기업이 잇따라 기업공개(IPO) 시점을 미루고 있다. LG CNS, DN솔루션즈 등 ‘조(兆) 단위’ 대어도 연기 여부를 고심 중이다. IPO가 내년 초 한꺼번에 몰리면서 일각에선 흥행에 부정적 영향을 받을지 모른다는 분석도 나온다.

○연내 상장 ‘속도전’ 끝, 연초효과 노린다

"제값 못받을 바에야"…IPO 미루는 대어들
28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인슈어테크 플랫폼 기업인 아이지넷은 지난 27일 정정 증권신고서를 통해 다음달 예정한 IPO 공모 일정을 내년 1월로 미룬다고 밝혔다. IPO를 내년으로 늦춘 첫 사례다.

다음달 공모주 청약을 준비하는 기업은 13곳이다. 하지만 아이지넷을 시작으로 내년으로 공모 일정을 연기하는 회사가 속속 등장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최근 공모주 시장이 침체한 여파다. 여기에 금융감독원의 정정 요구에 따라 공모 일정을 미루는 사례도 잦아졌다. 올해 공모주는 연내 상장을 목표로 치열한 속도전을 펼쳤다. 11월 이후에만 30여 곳이 공모를 준비하며 청약 일정을 선점하려는 경쟁을 벌였다. 하지만 최근 분위기가 확 바뀌었다.

한국거래소 상장 예비심사를 통과하고도 시장 상황을 살피며 증권신고서 제출 시점을 저울질하는 기업도 적지 않다. 상장 예비심사 승인을 받은 뒤 아직 공모에 착수하지 않은 기업은 6곳이다. 지난 8월 상장 예심을 통과한 동국생명과학이 대표적이다. 이 회사는 석 달이 넘도록 증권신고서도 제출하지 않았다.

지난달 중순부터 불어닥친 공모주 한파는 갈수록 위세를 더하고 있다. 케이뱅크, 동방메디컬, 미트박스글로벌, 씨케이솔루션 등이 상장 작업을 철회했다. 상장 첫날 주가가 공모가 밑으로 하락하는 새내기주가 쏟아진 결과다. 기관투자가 수요예측에서도 자금을 모집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21~27일 기관 수요예측을 진행한 오름테라퓨틱은 저조한 성적표를 받아 상장 철회를 고민하고 있다.

올 1분기 119.93%에 달하던 새내기주 상장 첫날 수익률은 3분기 22.99%로 크게 둔화했다. 10월 9.38%로 낮아진 데 이어 11월에는 -9.58%로 손실 구간에 접어들었다. 10월 24일 씨메스를 시작으로 신규 상장한 18개 기업 가운데 상장 첫날 주가가 공모가보다 높은 곳은 더본코리아위츠 등 두 곳뿐이다. 외국인 투자자가 국내 증시에서 빠져나가면서 국내 증시가 얼어붙은 영향도 컸다.

○내년도 ‘캄캄’, 대형 IPO 기업도 고심

LG CNS, DN솔루션즈 등 내년 1분기 상장을 준비하던 대어도 고민에 빠졌다. 예상보다 빠르게 공모주 시장이 얼어붙자 공모 전략을 재점검하고 있다. SGI서울보증, 케이뱅크 등도 구주 매출 등을 줄이는 등 시장 친화적인 구조로 공모 구조를 바꾸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LG CNS, SGI서울보증, 케이뱅크 등은 과거에도 공모주 시장 침체를 이유로 상장 일정을 미룬 바 있다. LG CNS는 2022년 상장 작업에 나섰으나 당시 공모주 시장이 냉각되자 잠정 중단했다. SGI서울보증과 케이뱅크는 지난해 상장 공모에 나섰다가 흥행에 실패해 철회를 선택했다.

이들 기업의 상장은 재무적 투자자(FI)의 투자금 회수와 연관된 만큼 공모 전략을 수정하기가 만만치 않을 전망이다. LG CNS, DN솔루션즈 등은 구주 매출 비중을 50%로 잡았다. 구주 매출은 대부분 FI 몫이다. IPO를 위한 회사 기업가치도 FI와 약속한 수준에 맞춰 산출될 가능성이 높다. 그만큼 고평가 논란이 불거질 우려가 크다.

최석철 기자 dolso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