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에세이] 현란한 헤르메스의 혀를 조심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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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영미 영화평론가
누가 봐도 뻔한 문자인데 왜 보이스피싱에 걸려드는 것일까. 그런데 며칠 전 오빠가 보이스피싱 문자에 당해 스마트폰에 악성앱이 깔렸다. 얼떨결에 귀신에게 홀리듯 걸려들었다는 오빠는 지급정지 등으로 재빨리 수습했지만 적잖은 액수의 피해를 보게 됐다. 보이스피싱 당한 사람이 주변에 너무 많아졌다. ‘최근 신용카드 발급 안내 문자로 악성앱 설치를 유도하는 보이스피싱이 유행하오니 피해가 없도록 주의하시기 바랍니다’라는 문자가 거래 은행에서 매일 오기도 한다.
2016년 경기 화성시에서 세탁소를 운영하는 김성자 씨가 보이스피싱 총책 및 조직 전체를 붙잡은 실화를 바탕으로 한 영화 ‘시민 덕희’는 이런 경각심을 환기한다. 이 영화는 박영주 감독의 첫 상업영화로 세탁소 화재로 인해 대출상품을 알아보던 덕희(라미란 분)에게 어느 날 거래 은행의 손 대리가 합리적인 대출상품을 제안하겠다며 전화를 걸어오는 데서 시작한다. 대출에 필요하다며 이런저런 수수료를 요구한 손 대리에게 돈을 보낸 덕희는 이 모든 과정이 보이스피싱이었음을 뒤늦게 깨닫고 충격에 빠진다. 전 재산을 잃고 아이들과 거리로 쫓겨나게 된 덕희에게 가해자 손 대리가 이번에는 자신을 살려달라는 전화를 다시 걸어온다. ‘남의 눈에 눈물 나게 하면 네 눈에서 피눈물 나는 거야’라고 분노를 터뜨리는데 손 대리도 총책의 손아귀에서 벗어나고 싶지만 붙잡혀 있다고 한다. 덕희는 경찰도 포기한 사건임에도 잃어버린 돈을 찾겠다는 일념으로 직장 동료들과 함께 중국 칭다오로 직접 가서 총책을 잡고자 한다.
동료들의 의리도 감동적이다. 중국어에도 능통한 봉림(염혜란 분)은 같이 칭다오에 가자는 덕희의 말을 듣고 처음엔 거절하지만, 막상 가서는 통역도 하며 중간 역할을 톡톡히 해낸다. 함께 간 숙자(장윤주 분)도 현장 사진을 열심히 촬영하며 맹활약한다. 봉림의 여동생 중국 택시 기사 애림(안은진 분)은 덕희 일행을 태워 운전해 다니며 통역을 돕는다. 결국 총책을 잡기는 했으나, 덕희와 동료들의 고생은 이루 말할 수 없다.
마음이 혼란스러울 때 자신도 모르는 사이 ‘썩은 동아줄’을 잡게 되는 것이다. 모든 오류와 사기는 그럴듯하다. 그럴듯하지 않으면 오류나 사기에 포함되지도 않는다. 문제는 욕심이 진실을 가로막거나 마음이 약해질 때 판단력이 흐려져 종주먹을 대는 사기에 걸려드는 것이다.
그리스 신화 속 헤르메스의 간교함에 아폴론도 판판이 당한다. 소 50마리를 훔쳐 간 헤르메스에게 소를 돌려달라고 찾아갔지만 헤르메스가 만든 리라를 갖고 싶어 소와 맞교환하는가 하면, 어느 날에는 그가 불고 있는 피리를 가지려고 황금지팡이까지 주게 된다. 지혜의 신이라는 아폴론도 피해 갈 수 없다. 지혜를 가졌다는 ‘자만’ 탓에 덥석 미끼를 무는 것이다.
2016년 경기 화성시에서 세탁소를 운영하는 김성자 씨가 보이스피싱 총책 및 조직 전체를 붙잡은 실화를 바탕으로 한 영화 ‘시민 덕희’는 이런 경각심을 환기한다. 이 영화는 박영주 감독의 첫 상업영화로 세탁소 화재로 인해 대출상품을 알아보던 덕희(라미란 분)에게 어느 날 거래 은행의 손 대리가 합리적인 대출상품을 제안하겠다며 전화를 걸어오는 데서 시작한다. 대출에 필요하다며 이런저런 수수료를 요구한 손 대리에게 돈을 보낸 덕희는 이 모든 과정이 보이스피싱이었음을 뒤늦게 깨닫고 충격에 빠진다. 전 재산을 잃고 아이들과 거리로 쫓겨나게 된 덕희에게 가해자 손 대리가 이번에는 자신을 살려달라는 전화를 다시 걸어온다. ‘남의 눈에 눈물 나게 하면 네 눈에서 피눈물 나는 거야’라고 분노를 터뜨리는데 손 대리도 총책의 손아귀에서 벗어나고 싶지만 붙잡혀 있다고 한다. 덕희는 경찰도 포기한 사건임에도 잃어버린 돈을 찾겠다는 일념으로 직장 동료들과 함께 중국 칭다오로 직접 가서 총책을 잡고자 한다.
동료들의 의리도 감동적이다. 중국어에도 능통한 봉림(염혜란 분)은 같이 칭다오에 가자는 덕희의 말을 듣고 처음엔 거절하지만, 막상 가서는 통역도 하며 중간 역할을 톡톡히 해낸다. 함께 간 숙자(장윤주 분)도 현장 사진을 열심히 촬영하며 맹활약한다. 봉림의 여동생 중국 택시 기사 애림(안은진 분)은 덕희 일행을 태워 운전해 다니며 통역을 돕는다. 결국 총책을 잡기는 했으나, 덕희와 동료들의 고생은 이루 말할 수 없다.
마음이 혼란스러울 때 자신도 모르는 사이 ‘썩은 동아줄’을 잡게 되는 것이다. 모든 오류와 사기는 그럴듯하다. 그럴듯하지 않으면 오류나 사기에 포함되지도 않는다. 문제는 욕심이 진실을 가로막거나 마음이 약해질 때 판단력이 흐려져 종주먹을 대는 사기에 걸려드는 것이다.
그리스 신화 속 헤르메스의 간교함에 아폴론도 판판이 당한다. 소 50마리를 훔쳐 간 헤르메스에게 소를 돌려달라고 찾아갔지만 헤르메스가 만든 리라를 갖고 싶어 소와 맞교환하는가 하면, 어느 날에는 그가 불고 있는 피리를 가지려고 황금지팡이까지 주게 된다. 지혜의 신이라는 아폴론도 피해 갈 수 없다. 지혜를 가졌다는 ‘자만’ 탓에 덥석 미끼를 무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