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의 관세 인상 예고로 선진국과 신흥국 증시의 흐름이 엇갈리고 있다. 미국이 큰 비중을 차지하는 선진국지수는 우상향 중인 반면 대미 의존도가 높은 신흥국 증시는 하락세다. 전문가들은 “당분간 신흥국 증시의 변동성이 커질 수 있다”며 “중장기적으로는 글로벌 공급망 재편도 부담 요인이 될 것”이라고 했다.
"설마했는데" 트럼프 한 마디에…대만·태국·한국도 '초비상'

◆트럼프發 ‘관세폭탄’ 우려

MSCI 선진국지수는 28일 오후 3시 기준 3785.58에 거래 중이다. 트럼프 당선인의 승리가 확정된 지난 6일부터 이 시각까지 2.51% 올랐다.

같은 기간 MSCI 신흥국지수는 5.01% 떨어졌다. 트럼프 당선 확정 발표 뒤 두 지수의 등락률 격차는 7.5%포인트였다. MSCI 선진국지수에는 미국 독일 일본 등 23개국이, 신흥국지수에는 한국 중국 인도 등 24개국이 포함됐다.

트럼프 당선인이 “미국의 무역수지를 악화시키는 국가에 높은 세율의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밝힌 게 신흥국 증시 약세를 불러왔다고 전문가들은 설명한다. 그는 당선 전 유세에서 “모든 수입품에 10~20%의 보편관세를 부과하고 중국에는 60~100%의 관세율을 적용하겠다”고 했다. 25일에는 “캐나다와 멕시코에서 들어오는 모든 제품에 25%를, 중국에는 기존 관세에 10%를 추가하겠다”며 한발 더 나아갔다.

MSCI 신흥국지수에 포함된 국가는 대미 교역 의존도가 높은 곳이 많다. 글로벌 시장조사업체 월드포퓰레이션리뷰에 따르면 지난해 멕시코는 국내총생산(GDP)에서 대미 교역액(수출액+수입액)이 차지하는 비중이 39.5%였다. 대만(15.9%), 말레이시아(14.7%), 태국(13.1%), 한국(10.3%) 등도 비중이 작지 않다. 신흥국지수에 포함된 24개국의 대미 무역 흑자 규모(6481억달러)는 선진국(3020억달러)의 곱절이 넘어 트럼프 당선인의 주요 공격 대상이 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달러 가치 상승도 악재

이 같은 우려는 개별 국가의 주가지수에 반영되고 있다. 멕시코의 S&P/BMV IPC지수는 트럼프 당선 확정부터 27일까지 2.05% 떨어졌다. 그의 당선 가능성을 크게 높인 ‘유세 중 총격 사건’ 뒤로는 9.40%나 주저앉았다.

태국의 SET지수는 트럼프 당선 확정 뒤 3.46% 하락했고 대만 자취안지수(-3.34%), 한국 코스피지수(-2.86%), 말레이시아 KLCI지수(-1.01%) 등도 같은 기간 약세였다.

이재원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주로 신흥국에 있는 글로벌 제조기업 공장을 미국으로 옮기겠다는 게 트럼프 당선인의 공약”이라며 “공장 이전 시 신흥국 경제가 휘청일 수 있는데 증시가 이를 미리 반영하고 있다”고 했다. 정용택 IBK투자증권 수석연구위원은 “트럼프 당선 뒤 달러 가치가 급등한 것도 신흥국에서 돈이 빠져나가는 원인 중 하나”라고 말했다.

트럼프 당선인의 보편관세가 현실화할지에 대해서는 증권가에서도 의견이 분분하다. 일각에서는 “상대국이 보복 관세를 매기면 미국 경제도 타격을 받기 때문에 현실화할 가능성이 작다”는 전망이 나온다. 다만 글로벌 경제 블록화에 따른 자국 우선주의는 트럼프 당선과 관계없이 지속돼 온 흐름이기 때문에 신흥국 증시가 반등하기 쉽지 않다는 의견도 많다.

양병훈 기자 h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