꺼져가는 경기부터 살리자…15년 만에 2연속 금리 내린 이창용
-
기사 스크랩
-
공유
-
댓글
-
클린뷰
-
프린트
1.9%·1.8% … 저성장 고착 예고한 한은
기준금리 0.25%P 깜짝 인하
2%인 잠재성장률 밑돌아
기준금리 내리며 선제 대응
李총재 "성장 하방압력 커져"
내후년까지 2% 밑도는 저성장
기준금리 0.25%P 깜짝 인하
2%인 잠재성장률 밑돌아
기준금리 내리며 선제 대응
李총재 "성장 하방압력 커져"
내후년까지 2% 밑도는 저성장
한국은행이 28일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깜짝 인하’했다. 지난달에 이어 두 달 연속으로 금리를 내렸다. 내년과 2026년 한국 경제가 잠재성장률(2%)을 밑도는 1%대 성장에 그치는 등 저성장이 고착화할 것으로 예상하고 선제 대응에 나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한은은 이날 서울 남대문로 한은 본관에서 금융통화위원회 통화정책방향 회의를 열고 연 3.25%인 기준금리를 연 3.0%로 인하했다. 연 3.0% 수준의 기준금리는 2022년 11월 이후 2년 만이다. 한은은 지난달 금통위에서 연 3.50%인 금리를 연 3.25%로 내리며 피벗(통화정책 전환)에 나선 지 한 달 만에 추가 인하를 단행했다.
한은이 연속으로 금리를 내린 것은 글로벌 금융위기 때인 2009년 이후 15년 만이다. 그만큼 현재 경제 상황을 부정적으로 본 것이다. 한은은 이날 수정 경제전망을 통해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2.4%에서 2.2%로, 내년 성장률은 2.1%에서 1.9%로 내렸다. 이날 처음 제시한 2026년 성장률 전망치는 1.8%였다. 잠재성장률(2%) 미만의 저성장이 내년과 후년 연속으로 나타날 것으로 본 것이다. 한국의 성장률이 2% 미만을 기록한 것은 1956년(0.6%), 1980년(-1.6%), 1998년(-5.1%), 2009년(0.8%), 2020년(-0.7%), 2023년(1.4%) 등 여섯 번뿐이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이날 금리 인하 배경과 관련해 “구조적인 수출 부진과 관세 등 미국 도널드 트럼프 (2기) 정부의 정책 불확실성으로 성장 하방 압력이 커졌다”며 “금리를 추가 인하해 성장 하방 리스크를 완화하는 것이 적절하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이날 금통위의 금리 인하 결정에는 전체 금통위원 중 4명이 찬성했다. 유상대 한은 부총재와 장용성 금통위원은 원·달러 환율 변동성 확대 등을 우려해 금리 동결이 적절하다는 소수의견을 냈다.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이날 “내수와 민생이 어려운 가운데 금리 인하가 긍정적 영향을 줄 것으로 기대한다”며 “정부도 정책 노력을 강화하겠다”고 말했다.
동결 관측했지만 한달만에 인하
한국은행이 28일 금융통화위원회에서 지난 10월에 이어 금리를 0.25%포인트 인하하면서 기준금리는 두 달 새 연 3.50%에서 연 3.0%로 크게 낮아졌다. 이 같은 연속 인하는 한은 역사상 이례적인 것이다. 닷컴 버블 붕괴와 미국의 9·11테러가 겹친 2001년, 글로벌 금융위기가 있던 2008~2009년을 제외하면 사례를 찾아보기 어렵다. 한은이 그만큼 한국 경제의 성장 둔화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한 결과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이날 금통위 기자간담회에서 “예상보다 경제의 하방 압력이 커졌기 때문에 금리 인하 속도를 좀 더 빨리 하는 것으로 결정했다고 이해해달라”고 말했다.
우선은 미국의 상황 변화다. 이달 초 미국 대통령 선거에서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승리하고 공화당이 상·하원 의회를 장악하는 ‘레드스윕’이 나타난 것이다. 이 총재는 “예상을 빗나간 면이 있다”며 “이 결과로 한국뿐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정책 불확실성이 크게 확대됐다”고 말했다.
수출 증가세가 예상보다 훨씬 부진한 점도 꼽았다. 이 총재는 “3분기 물량 기준으로 수출이 크게 줄었다”며 “일시적 요인이 아니라 경쟁 심화 등 구조적 요인이 크다는 점을 알게 됐다”고 말했다. 그는 “수출 불확실성과 이로 인한 성장 전망 조정은 새로운 정보고 큰 변화였다”고 했다.
트럼프 2기 출범과 수출 부진은 한은이 성장률 전망을 크게 낮춘 요인으로도 제시됐다. 한은은 이날 공개한 경제전망에서 올해 성장률 예상치를 2.4%에서 2.2%로, 내년은 2.1%에서 1.9%로 낮췄다. 2026년 전망치는 1.8%로 제시했다. 김웅 한은 부총재보는 “트럼프 정부의 정책 영향으로 내년과 2026년 성장률이 0.1%포인트씩 하락할 것으로 전망했다”고 설명했다.
한은은 트럼프 정부의 관세 정책이 예상보다 강하게 추진될 경우 내년 성장률이 1.8%, 2026년 성장률은 1.4%까지 내려갈 수 있다는 시나리오도 함께 제시했다.
이에 대해 이 총재는 “부동산과 가계부채 등 금융안정 문제가 완화됐고 물가상승률이 목표치(2%)에 비해 내려가 있는 상황”이라며 “금리 인하 속도에서 물가와 금융안정에 대한 불안이 좀 완화됐다는 점을 반영해 문구를 수정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다만 “환율에 대한 걱정이 새로 들어와 더 많은 고민을 하게 됐다”고 언급해 향후 인하 속도에 불확실성이 크다는 점을 시사했다.
금통위원들의 3개월 포워드 가이던스는 금리 인하 속도가 다소 빨라질 수 있다는 점에 무게중심을 뒀다. 금통위원 6명 중 3명이 ‘3개월 내 추가 인하 가능성을 열어둬야 한다’고 봤다. 지난달 금통위에서 1명만이 3개월 내 인하 가능성을 언급한 것에 비해 크게 늘어났다.
일각에선 이번 연속 인하를 두고 “지난 8월 금리를 내렸어야 했다”는 정부의 실기론을 의식한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왔다. 이와 관련해 이 총재는 “8월에 금리를 동결해 가계부채와 부동산 가격 상승 동력을 막았다고 생각한다”며 “잘한 일이라고 본다”고 답했다.
최근 제기된 국무총리 입각설에 대해선 “경제 상황이 녹록지 않은 만큼 한은 총재로서 맡은바 현재 업무에 충실한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한다”고 일축했다.
강진규 기자 josep@hankyung.com
한은은 이날 서울 남대문로 한은 본관에서 금융통화위원회 통화정책방향 회의를 열고 연 3.25%인 기준금리를 연 3.0%로 인하했다. 연 3.0% 수준의 기준금리는 2022년 11월 이후 2년 만이다. 한은은 지난달 금통위에서 연 3.50%인 금리를 연 3.25%로 내리며 피벗(통화정책 전환)에 나선 지 한 달 만에 추가 인하를 단행했다.
한은이 연속으로 금리를 내린 것은 글로벌 금융위기 때인 2009년 이후 15년 만이다. 그만큼 현재 경제 상황을 부정적으로 본 것이다. 한은은 이날 수정 경제전망을 통해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2.4%에서 2.2%로, 내년 성장률은 2.1%에서 1.9%로 내렸다. 이날 처음 제시한 2026년 성장률 전망치는 1.8%였다. 잠재성장률(2%) 미만의 저성장이 내년과 후년 연속으로 나타날 것으로 본 것이다. 한국의 성장률이 2% 미만을 기록한 것은 1956년(0.6%), 1980년(-1.6%), 1998년(-5.1%), 2009년(0.8%), 2020년(-0.7%), 2023년(1.4%) 등 여섯 번뿐이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이날 금리 인하 배경과 관련해 “구조적인 수출 부진과 관세 등 미국 도널드 트럼프 (2기) 정부의 정책 불확실성으로 성장 하방 압력이 커졌다”며 “금리를 추가 인하해 성장 하방 리스크를 완화하는 것이 적절하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이날 금통위의 금리 인하 결정에는 전체 금통위원 중 4명이 찬성했다. 유상대 한은 부총재와 장용성 금통위원은 원·달러 환율 변동성 확대 등을 우려해 금리 동결이 적절하다는 소수의견을 냈다.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이날 “내수와 민생이 어려운 가운데 금리 인하가 긍정적 영향을 줄 것으로 기대한다”며 “정부도 정책 노력을 강화하겠다”고 말했다.
동결 관측했지만 한달만에 인하
닷컴버블 2001년 빼곤 이례적
한국은행이 28일 금융통화위원회에서 지난 10월에 이어 금리를 0.25%포인트 인하하면서 기준금리는 두 달 새 연 3.50%에서 연 3.0%로 크게 낮아졌다. 이 같은 연속 인하는 한은 역사상 이례적인 것이다. 닷컴 버블 붕괴와 미국의 9·11테러가 겹친 2001년, 글로벌 금융위기가 있던 2008~2009년을 제외하면 사례를 찾아보기 어렵다. 한은이 그만큼 한국 경제의 성장 둔화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한 결과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이날 금통위 기자간담회에서 “예상보다 경제의 하방 압력이 커졌기 때문에 금리 인하 속도를 좀 더 빨리 하는 것으로 결정했다고 이해해달라”고 말했다.“美 레드스윕 예상 못 했다”
지난 10월 금통위 때만 해도 한은은 당분간 연 3.25%인 기준금리를 유지할 계획이었다. 이 총재는 당시 금통위원들의 3개월 이후 조건부 포워드 가이던스를 언급하면서 “금통위원 6명 중 5명이 현재 금리 수준을 유지해야 한다고 봤다”고 했다. 하지만 약 한 달 새 분위기가 완전히 달라졌다. 이 총재는 이날 한 달 만에 금리를 추가로 내린 이유를 상세히 설명했다.우선은 미국의 상황 변화다. 이달 초 미국 대통령 선거에서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승리하고 공화당이 상·하원 의회를 장악하는 ‘레드스윕’이 나타난 것이다. 이 총재는 “예상을 빗나간 면이 있다”며 “이 결과로 한국뿐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정책 불확실성이 크게 확대됐다”고 말했다.
수출 증가세가 예상보다 훨씬 부진한 점도 꼽았다. 이 총재는 “3분기 물량 기준으로 수출이 크게 줄었다”며 “일시적 요인이 아니라 경쟁 심화 등 구조적 요인이 크다는 점을 알게 됐다”고 말했다. 그는 “수출 불확실성과 이로 인한 성장 전망 조정은 새로운 정보고 큰 변화였다”고 했다.
트럼프 2기 출범과 수출 부진은 한은이 성장률 전망을 크게 낮춘 요인으로도 제시됐다. 한은은 이날 공개한 경제전망에서 올해 성장률 예상치를 2.4%에서 2.2%로, 내년은 2.1%에서 1.9%로 낮췄다. 2026년 전망치는 1.8%로 제시했다. 김웅 한은 부총재보는 “트럼프 정부의 정책 영향으로 내년과 2026년 성장률이 0.1%포인트씩 하락할 것으로 전망했다”고 설명했다.
한은은 트럼프 정부의 관세 정책이 예상보다 강하게 추진될 경우 내년 성장률이 1.8%, 2026년 성장률은 1.4%까지 내려갈 수 있다는 시나리오도 함께 제시했다.
금통위원 절반 “3개월 내 추가 인하”
한은은 이번 통화정책방향 결정문에서 ‘금리 인하를 신중히 검토하겠다’는 기존 문구에서 ‘신중히’를 삭제했다. 이를 두고 시장에선 한은이 금리 인하에 더 속도를 내는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왔다.이에 대해 이 총재는 “부동산과 가계부채 등 금융안정 문제가 완화됐고 물가상승률이 목표치(2%)에 비해 내려가 있는 상황”이라며 “금리 인하 속도에서 물가와 금융안정에 대한 불안이 좀 완화됐다는 점을 반영해 문구를 수정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다만 “환율에 대한 걱정이 새로 들어와 더 많은 고민을 하게 됐다”고 언급해 향후 인하 속도에 불확실성이 크다는 점을 시사했다.
금통위원들의 3개월 포워드 가이던스는 금리 인하 속도가 다소 빨라질 수 있다는 점에 무게중심을 뒀다. 금통위원 6명 중 3명이 ‘3개월 내 추가 인하 가능성을 열어둬야 한다’고 봤다. 지난달 금통위에서 1명만이 3개월 내 인하 가능성을 언급한 것에 비해 크게 늘어났다.
일각에선 이번 연속 인하를 두고 “지난 8월 금리를 내렸어야 했다”는 정부의 실기론을 의식한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왔다. 이와 관련해 이 총재는 “8월에 금리를 동결해 가계부채와 부동산 가격 상승 동력을 막았다고 생각한다”며 “잘한 일이라고 본다”고 답했다.
최근 제기된 국무총리 입각설에 대해선 “경제 상황이 녹록지 않은 만큼 한은 총재로서 맡은바 현재 업무에 충실한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한다”고 일축했다.
강진규 기자 jose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