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경영진단실 신설…그룹 컨트롤타워 부활
삼성이 각 계열사와 주요 사업부의 컨설팅과 감사를 실시하는 경영진단실을 삼성글로벌리서치에 신설하고 최윤호 삼성SDI 사장(CEO·사진)을 초대 실장으로 28일 임명했다. 경영진단실은 삼성전자 등 주요 계열사의 사업 전략 수립·실행을 총괄하는 사업지원 태스크포스(TF)와 달리 ‘맞춤형 컨설팅’으로 계열사의 업무 효율을 높이는 역할을 맡는다.

최 사장은 삼성전자 사업지원 TF 부사장, 삼성전자 경영지원실장(사장)을 지낸 기획·재무통이다.

삼성 계열사 맞춤형 경영진단…사실상 '미전실' 부활
63개 계열사 사업 방향 제시…"제2 삼성 반도체 위기 차단"

“작은 돛단배엔 컨트롤 타워가 필요없다. 하지만 삼성은 항공모함이다.”(이찬희 삼성 준법감시위원회 위원장)

그동안 삼성 안팎에서 컨트롤 타워 복원에 대한 필요성은 꾸준히 제기됐다. 계열사 63개, 자산총액 566조8220억원에 이르는 국내 1위 그룹의 큰 그림을 그리고, 계열사간 사업 영역 등을 조정하는 조직이 없으면 효율성이 떨어진다는 이유에서다. 2017년 국정농단 사태 여파로 그룹 컨트롤타워인 미래전략실을 해체한 삼성이 옛 미전실 기능 일부를 복원한 배경이다. 삼성글로벌리서치 경영진단실은 주요 계열사 컨설팅·감사 역할에 주력하며 사업지원 태스크포스(TF) 등 전략·기획 중심 조직과 함께 삼성이란 거함의 조타수 역할을 맡게 된다.

○컨트롤 타워 복원의 핵심 고리

삼성, 경영진단실 신설…그룹 컨트롤타워 부활
28일 신설한 삼성글로벌리서치 경영진단실은 ‘계열사 맞춤형 컨설팅’을 제공하는 데 주력한다. 계열사나 주요 사업부의 ‘요청’을 받아 해당 조직의 경영·조직·업무 프로세스 등을 진단하고 개선 방안 도출을 지원하는 역할이다.

옛 삼성경제연구소를 이어 받은 삼성글로벌리서치의 역량을 활용해 전후방 업종 전망과 글로벌 트렌드 변화, 수요처 경기 동향 등을 집중 분석하고 각 계열사에 대안을 제시하는 데 주력할 것으로 알려졌다. 경영진단실을 삼성전자 사업지원 TF가 아닌 삼성글로벌리서치 소속으로 둔 것도 독립적으로 각 계열사의 상황을 분석하고 실효성 있는 진단을 내놓기 위한 조치다. 경영진단실은 삼성 주력 사업의 전략 수립·실행을 총괄하는 삼성전자 사업지원 TF, 삼성물산 ECP경쟁력강화 TF, 삼성생명 금융경쟁력제고 TF 등과 함께 삼성 컨트롤 타워의 핵심 축이 될 전망이다. 삼성 관계자는 ”불확실한 경영 환경을 극복하고 새로운 도약의 발판을 마련하기 위해 계열사의 사업경쟁력 제고와 경영 건전성 확보 미션을 수행하게 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미전실 출신 사장 약진

그동안 삼성은 그룹 컨트롤 타워 복원 가능성에 항상 손사래를 쳤다. 하지만 최근 들어 분위기가 바뀌었다. 미래전략실 출신인 박학규 삼성전자 디바이스경험(DX)부문 경영지원실장(사장)을 지난 27일 사업지원 TF에 배치한 게 대표적이다. 이날 삼성전자 DS부문 경영전략담당으로 임명된 김용관 사장도 미전실, 사업지원 TF에서 잔뼈가 굵은 전략통이다. 경영진단실 신설도 연장선상에 있다. 신임 실장으로 미전실, 사업지원 TF를 거친 최윤호 삼성SDI 사장(CEO)를 임명했다.

삼성 내부에선 반도체 등 주력 사업의 경쟁력이 하락한 원인 중 하나로 계열사 CEO들의 ‘단기 성과주의’를 꼽는다. 컨트롤 타워가 약화하자 CEO들이 단기실적에만 매달리면서 미래 전략을 소홀히 했다는 얘기다. 삼성전자 DS부문이 2019년께 고대역폭메모리(HBM) 조직을 축소한 게 그런 예다. 삼성은 사업지원 TF와 경영진단실을 통해 계열사를 지원하고 ‘제2의 반도체 사업 위기’ 가능성을 원천 차단하는 데 주력할 계획이다.

삼성은 이날 주요 정보기술(IT) 계열사 사장단 인사도 공개했다. 최 사장의 이동으로 공석이 된 삼성SDI CEO는 최주선 삼성디스플레이 사장이 맡는다. ‘기술통’인 최 사장은 반도체, 디스플레이 등 기술 기반의 사업에서 성과를 냈다. 삼성SDS 신임 CEO론 이준희 삼성전자 네트워크사업부 부사장이 내정됐다. 이 사장은 미국 매사추세츠 공과대학(MIT)에서 전기전자공학 석·박사를 취득한 정보 및 통신기술 전문가다.

장덕현 삼성전기 사장은 재신임됐다. 인공지능(AI), 자동차 전자장치, 차세대 반도체 기판 등에서 성과를 낸 덕분이다.

황정수/김형규 기자 hj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