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항공-아시아나 합병 '사실상 마무리'…세계 11위 항공사로 [종합]
-
기사 스크랩
-
공유
-
댓글
-
클린뷰
-
프린트
대한항공, 여객·화물부문 선결조건 충족…美 포함 14개국 심사 완료된 듯
내달 아시아나항공 신주 인수 후 합병절차 매듭
내달 아시아나항공 신주 인수 후 합병절차 매듭
지난 4년여간 이어진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기업결합 절차가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 최종 승인으로 사실상 마지막 문턱을 넘었다. 이로써 2020년 11월 시작된 두 기업의 합병이 다음 달 대한항공의 아시아나항공 신주 인수가 끝나면 최종 마무리될 전망이다.
29일 업계에 따르면 EU 경쟁당국(European Commission·EC)은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결합을 위한 선결 요건이 모두 충족돼 심사를 종결한다고 28일(현지시간) 발표했다. 이로써 대한항공이 2021년 1월 기업결합을 신고한 14개 '필수 신고국' 중 미국을 제외한 13개국 승인을 받았다.
그간 유럽연합의 심사 경과를 함께 살펴 온 미국 법무부(DOJ)는 조만간 심사 절차를 최종적으로 종결하고 사실상 승인 결정을 내릴 것으로 보인다. DOJ는 다른 나라의 경쟁당국과 달리 기업결합 승인 여부 공표 없이 '승인하지 않을 경우'에만 합병 검토를 마친 뒤 독과점 소송을 제기해 의사를 표명한다. 합병에 대해 소송을 걸지 않는다면 승인으로 볼 수 있는 셈이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은 2020년 합병을 추진한 뒤 2021년 2월 튀르키예 경쟁 당국의 기업결합 승인을 시작으로 세계 주요국에서 합병 승인을 받아왔다. 하지만 EC는 올해 2월 화물 사업 매각과 유럽 여객 노선 이관 등을 내걸고 조건부 승인을 해 합병이 지연된 바 있다.
대한항공은 이 문제를 해결하려 여객 부문 신규 진입 항공사로 티웨이항공을 선정해 유럽 4개 노선에 대한 취항 및 지속 운항을 위한 항공기, 운항승무원, 정비 등을 다각도로 지원했다. 또한 아시아나항공 화물기사업 매수자로 에어인천이 선정됐다. 산업은행을 비롯해 정부부처도 EC 승인을 위해 노력했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이 하나로 합쳐지면 여객 수송 규모 기준 세계 11위의 국적 메가캐리어로 거듭난다. 지난달 말 기준 합병 회사의 여객기는 대한항공 135대, 아시아나항공 68대 등 203대를 보유했다. 화물기는 대한항공 23대, 아시아나항공 12대로 총 35대다. 대한항공은 이런 '물리적 결합' 이후 2년간은 아시아나항공을 자회사로 운영하며 '통합 대한항공' 출범을 위한 화학적 통합 수순을 밟을 계획이다.
우선 소비자 입장에서 최대 관심사인 마일리지 통합을 위한 절차에 속도를 낼 예정이다.
공정거래위원회 시정조치에 따르면 대한항공은 기업결합일로부터 6개월 이내에 양사 마일리지 통합방안을 제출하고 공정위 승인을 얻어 시행해야 한다. 이때 마일리지 제도는 2019년 말 기준보다 불리하게 변경해선 안 된다.
통합 마일리지가 적용되는 시점은 아시아나항공이 대한항공에 완전히 흡수되는 2년 뒤부터다. 그전에는 아시아나항공이 독립회사로 운영되는 만큼 현재와 같이 양사 마일리지를 사용할 수 있을 전망이다.
아직 마일리지 전환율은 정해지지 않았지만 시장에서는 아시아나항공 마일리지와 1대1 통합은 어려울 수 있다는 의견이 우세하다. 대한항공 마일리지 가치가 더 높게 평가돼서다.
대한항공은 이에 대해 "고객에게 양사 마일리지 간 공정하고 합리적인 전환비율 설정이 중요하다는 점을 잘 알고 있다. 이를 감안해 전문 컨설팅 업체와 긴밀히 협업해 전환 비율을 결정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조직 통합에 대해선 인위적 인력 구조조정은 없을 것이란 계획을 대한항공이 이미 여러 차례 밝혀왔다. 통합 이후 일부 중복 인력 발생이 예상되긴 하지만 정년, 자연 감소분 등을 감안하면 구조조정 없이 인력 재배치가 가능하다는 것이다. 다만 이 과정에서 아시아나항공 직원들이 느낄 상대적 박탈감이나 조직문화 통합 등 화학적 결합 이슈는 풀어야 할 과제다.
대한항공은 "향후 통합 항공사의 사업량이 늘어날 것을 감안하면 필요한 인력도 자연스럽게 늘기 때문에 인력 운영에는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언급했다.
합병에 따라 저비용항공사(LCC) 통합도 이뤄진다. 대한항공 계열인 진에어는 아시아나항공 계열 에어부산, 에어서울을 흡수해 '메가 LCC'로 몸집을 불리게 됐다. 통합 진에어는 단숨에 제주항공을 넘어 합병 LCC 또한 보유 항공기 규모나 매출 등에서 LCC 업계 선두에 오른다.
세 항공사의 노선이 다수 겹치는 만큼 포트폴리오 재설계 과정에서 조정이 있을 수 있으나, 통합 LCC 탄생으로 현재 LCC 경쟁 판도가 크게 바뀔 것이라는 점이 업계의 대체적인 관측이다.
3사 통합을 위해서는 마찬가지로 경쟁 당국 승인을 얻어야 하지만 업계에서는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심사만큼 오랜 시간이 걸리진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박수영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항공 산업은 규모의 경제가 확실한 산업으로 몸집이 커질수록 비용을 지출하는데 있어 협상력이 올라간다"며 "규모가 커질수록 노선 및 기재 운영을 효율화시킬 수 있으며 다각화된 노선 및 네트워크로 외형 확장도 손쉽게 이뤄낼 수 있다"고 말했다.
차은지 한경닷컴 기자 chachacha@hankyung.com
29일 업계에 따르면 EU 경쟁당국(European Commission·EC)은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결합을 위한 선결 요건이 모두 충족돼 심사를 종결한다고 28일(현지시간) 발표했다. 이로써 대한항공이 2021년 1월 기업결합을 신고한 14개 '필수 신고국' 중 미국을 제외한 13개국 승인을 받았다.
그간 유럽연합의 심사 경과를 함께 살펴 온 미국 법무부(DOJ)는 조만간 심사 절차를 최종적으로 종결하고 사실상 승인 결정을 내릴 것으로 보인다. DOJ는 다른 나라의 경쟁당국과 달리 기업결합 승인 여부 공표 없이 '승인하지 않을 경우'에만 합병 검토를 마친 뒤 독과점 소송을 제기해 의사를 표명한다. 합병에 대해 소송을 걸지 않는다면 승인으로 볼 수 있는 셈이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은 2020년 합병을 추진한 뒤 2021년 2월 튀르키예 경쟁 당국의 기업결합 승인을 시작으로 세계 주요국에서 합병 승인을 받아왔다. 하지만 EC는 올해 2월 화물 사업 매각과 유럽 여객 노선 이관 등을 내걸고 조건부 승인을 해 합병이 지연된 바 있다.
대한항공은 이 문제를 해결하려 여객 부문 신규 진입 항공사로 티웨이항공을 선정해 유럽 4개 노선에 대한 취항 및 지속 운항을 위한 항공기, 운항승무원, 정비 등을 다각도로 지원했다. 또한 아시아나항공 화물기사업 매수자로 에어인천이 선정됐다. 산업은행을 비롯해 정부부처도 EC 승인을 위해 노력했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이 하나로 합쳐지면 여객 수송 규모 기준 세계 11위의 국적 메가캐리어로 거듭난다. 지난달 말 기준 합병 회사의 여객기는 대한항공 135대, 아시아나항공 68대 등 203대를 보유했다. 화물기는 대한항공 23대, 아시아나항공 12대로 총 35대다. 대한항공은 이런 '물리적 결합' 이후 2년간은 아시아나항공을 자회사로 운영하며 '통합 대한항공' 출범을 위한 화학적 통합 수순을 밟을 계획이다.
우선 소비자 입장에서 최대 관심사인 마일리지 통합을 위한 절차에 속도를 낼 예정이다.
공정거래위원회 시정조치에 따르면 대한항공은 기업결합일로부터 6개월 이내에 양사 마일리지 통합방안을 제출하고 공정위 승인을 얻어 시행해야 한다. 이때 마일리지 제도는 2019년 말 기준보다 불리하게 변경해선 안 된다.
통합 마일리지가 적용되는 시점은 아시아나항공이 대한항공에 완전히 흡수되는 2년 뒤부터다. 그전에는 아시아나항공이 독립회사로 운영되는 만큼 현재와 같이 양사 마일리지를 사용할 수 있을 전망이다.
아직 마일리지 전환율은 정해지지 않았지만 시장에서는 아시아나항공 마일리지와 1대1 통합은 어려울 수 있다는 의견이 우세하다. 대한항공 마일리지 가치가 더 높게 평가돼서다.
대한항공은 이에 대해 "고객에게 양사 마일리지 간 공정하고 합리적인 전환비율 설정이 중요하다는 점을 잘 알고 있다. 이를 감안해 전문 컨설팅 업체와 긴밀히 협업해 전환 비율을 결정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조직 통합에 대해선 인위적 인력 구조조정은 없을 것이란 계획을 대한항공이 이미 여러 차례 밝혀왔다. 통합 이후 일부 중복 인력 발생이 예상되긴 하지만 정년, 자연 감소분 등을 감안하면 구조조정 없이 인력 재배치가 가능하다는 것이다. 다만 이 과정에서 아시아나항공 직원들이 느낄 상대적 박탈감이나 조직문화 통합 등 화학적 결합 이슈는 풀어야 할 과제다.
대한항공은 "향후 통합 항공사의 사업량이 늘어날 것을 감안하면 필요한 인력도 자연스럽게 늘기 때문에 인력 운영에는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언급했다.
합병에 따라 저비용항공사(LCC) 통합도 이뤄진다. 대한항공 계열인 진에어는 아시아나항공 계열 에어부산, 에어서울을 흡수해 '메가 LCC'로 몸집을 불리게 됐다. 통합 진에어는 단숨에 제주항공을 넘어 합병 LCC 또한 보유 항공기 규모나 매출 등에서 LCC 업계 선두에 오른다.
세 항공사의 노선이 다수 겹치는 만큼 포트폴리오 재설계 과정에서 조정이 있을 수 있으나, 통합 LCC 탄생으로 현재 LCC 경쟁 판도가 크게 바뀔 것이라는 점이 업계의 대체적인 관측이다.
3사 통합을 위해서는 마찬가지로 경쟁 당국 승인을 얻어야 하지만 업계에서는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심사만큼 오랜 시간이 걸리진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박수영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항공 산업은 규모의 경제가 확실한 산업으로 몸집이 커질수록 비용을 지출하는데 있어 협상력이 올라간다"며 "규모가 커질수록 노선 및 기재 운영을 효율화시킬 수 있으며 다각화된 노선 및 네트워크로 외형 확장도 손쉽게 이뤄낼 수 있다"고 말했다.
차은지 한경닷컴 기자 chachach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