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어썸이엔티
/사진=어썸이엔티
"환하게 웃는 모습이 닮아 보이셨데요."

지난 27일 종영한 JTBC 수요드라마 '조립식 가족'의 강해준은 귀엽고, 짠하고, 사랑스러운 매력을 보여주는 인물이다. 실제로 마주한 배현성 역시 강해준이 튀어나온 듯 바르고 순수한 모습이었다. 미팅 당시 환한 미소를 보여 제작진의 마음을 사로잡고 '조립식 가족'에 합류한 배현성은 "연기가 너무 재밌다"며 "'조립식 가족'으로 농구도 처음 배우고, 사투리 연기에도 도전하게 됐는데 많은 분이 좋아해 주셔서 다행"이라면서 작품과 연기에 대한 애정을 드러냈다.

'조립식 가족'은 10년은 가족으로 함께했고, 10년은 남남으로 그리워했던 세 청춘이 다시 만나 펼쳐지는 로맨스를 담았다. 배현성이 연기한 강해준은 엄마가 이모 집에 맡기고 떠난 후, 엄마의 맞선남 윤정재(최원영 분)를 따라 그의 집에서 친아들처럼, 정재의 딸 윤주원(정채연 분)과는 친오빠처럼 살아왔던 인물이다.

아빠들과는 함께 살아가는 윤주원, 김산하(황인엽 분)와 달리 부모 모두 없고, 농구 에이스로 미국 유학까지 하러 갔지만 부상으로 꿈을 포기하고 돌아온다는 설정은 시청자들의 '눈물버튼'이 됐다. 해맑고, 무해한 강해준이 간간이 보여주는 눈물에 시청자들이 함께 가슴 아파했던 이유다.

배현성은 강해준 역을 맡아 '서로 다른 사람들이 모여 가족이 된다'는 '조립식 가족'의 콘셉트를 명확하게 보여주며 극을 이끌었다. 여기에 섬세한 감정연기로 극의 몰입도를 높였다는 평이다.

배현성은 2018년 tvN '김비서가 왜 그럴까'로 데뷔했고, 메가 히트 웹드라마로 꼽히는 '연애플레이리스트' 시즌3, 4에서 박하늘 역을 맡으며 주목받았다. 이어 tvN '슬기로운 의사생활' 시리즈에서 쌍둥이 인턴 장홍도 역을 맡으며 사랑받았다. 전작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경성크리처' 시즌2에서 승조 역으로 캐스팅돼 살벌한 활약을 했던 배현성은 '조립식가족'에서는 이전의 모습을 완벽하게 지워 놀라움을 안기기도 했다.

"'경성크리처' 촬영이 작년 8월에 끝났는데, '조립식 가족'은 12월에 촬영을 시작해야 했어요. 그래서 빨리 몰입해야겠다 싶어서 머리부터 잘랐어요. 촬영 전까지 농구와 사투리 연습에만 집중하며 그렇게 해준이 됐습니다."

배현성은 촬영이 없을 때도 축구 게임을 즐길 정도로 축구를 좋아한다. 어린 시절에도 "축구만 하느라 농구는 처음이었다"는 배현성은 촬영 7~8개월 전부터 본격적으로 농구를 배우기 시작해 지금은 함께 '조립식 가족'에서 농구를 했던 배우들과 팀을 이뤄 꾸준히 연습하며 경기도 하고 있다는 후문이다.

'조립식 가족'에서 가족이 된 황인엽, 정채연과 "다들 근처에 살아서 촬영이 없을 때도 자주 만난다"며 "연말에도 셋이 만날 거 같다"고 말하는 배현성이었다. '조립식 가족' 출연진과 두루두루 친해진 그에게 "원래 작품 할 때마다 친해지는 편이냐"고 질문을 던지자 "이번에 유독 더 많이 좋은 사람들을 만났다"며 "다들 착하고, 배려도 많이 해서 끝나고도 잘 유지가 되는 거 같다"고 고마움을 전했다.

그러면서 자신이 연기한 강해준에 대해서는 "해맑고 기분 좋아 보이지만 속에 큰 아픔이 있는 친구"라며 "그런 상황을 보면서 제가 잘 할 수 있을 거 같았다. 제가 그만큼 큰 아픔을 겪은 건 아니지만, 그런 상황이 상상이 되고, 잘 표현할 수 있을 거 같았다"고 소개했다.

어린 시절 함께 자란 김산하, 윤주원과 달리 강해준만 사투리 설정이 이어진다. 전북 전주에서 나고 자라 연기자의 꿈을 꾸며 18세에 서울로 올라온 배현성에게 경상도 사투리로 연기하는 건 도전이었다. 그에게 "똑같이 자랐는데, 강해준만 사투리를 쓴다는 설정이 억울하지 않냐"고 짓궂게 묻자, "그게 해준의 캐릭터성을 살릴 수 있는 장치가 되지 않았나 생각이 든다"며 "사투리를 하지 않는 해준은 상상이 안 된다"며 우문현답을 내놓았다.
/사진=어썸이엔티
/사진=어썸이엔티
'조립식 가족'은 중국 후난위성TV '이가인지명'을 원작으로 했다. 하지만 원작의 '3명의 아이가 함께 자라다가 헤어진 후 다시 만난다'는 설정만 가져왔을 뿐 성인이 된 후의 전개는 전혀 다르다. 특히 강해준은 원작과 가장 많이 달라진 캐릭터로 꼽힌다. 무엇보다 원작은 남녀 세 명의 주인공의 삼각관계에 초점을 맞춘다면, 강해준은 이들을 형제와 남매로 인식한다. 윤주원과 김산하의 교제 사실을 알게된 후 "그러면 난 또 버려지는 거냐"면서 눈물을 보인 이유다. 심지어 그를 오랫동안 짝사랑해온 박달(서지혜 분)의 마음까지 "동생같다"면서 거절하며 로맨스를 완벽하게 지웠다.

"산하와 주원의 로맨스와 해준과 달이의 모습은 완전히 다른 느낌인 거 같아요. 그래서 저와 달의 로맨스를 좋아해주시는 분들도 많더라고요. 귀엽다고요.(웃음) 저도 대본을 보면서 너무 귀여웠어요. 촬영할 때까지 해준이 눈치 없다는 생각을 못 했는데, 방송을 보니 '쟤가 눈치가 없긴 하구나' 싶더라고요. 그러면서도 귀여웠어요."

성인이 된 후 "산하와 주원이 꽁냥이는 걸 멀리서 지켜보면서 외로웠다"며 "어른으로 넘어간 후 셋이 촬영하는 분량이 많지 않았는데, 저는 혼자서 멀리 가만히 보고 있으면 스태프들도 '해준이 외로워 보인다'고 해주셨다"면서 후일담을 전하기도. 실제로 여동생이 있고, 여동생을 위해 운전까지 해주는 자상한 오빠인 배현성은 "실제로 동생의 연애를 목격한 적이 있다"며 "그래도 해준처럼 계약서를 내밀며 관여하진 않았다"면서 웃었다.

"저는 해준과 많이 다른 오빠예요. 동생을 생각하는 마음은 같은데, 표현을 많이 하진 않아요. 동생도 '조립식 가족'을 재밌게 봐주는 거 같아요. 직접 표현은 안 해요. 그래도 지난주에 전주에 가서 가족들이랑 같이 시청했거든요. 직접적으로 말은 안 해도 느껴져요."

강해준은 미국에서 부상을 당한 후 모델 등의 활동을 하며 8억원을 모은다. 그 돈을 길러준 윤정재에게 전달하며 자신의 마음을 전한다. "실제로는 8억원이 든 통장 정도의 효도는 하지 못했다"는 배현성은 "내년 목표는 그런 효도를 하기 위해 총알을 장전하는 것"이라며 "더 열심히 일하고 싶다"는 포부를 드러냈다.

"절절한 멜로도 해보고 싶고, 이런 청춘물도, 액션도 다시 하고 싶어요. 하고 싶은 게 너무 많아요. 아직 차기작이 정해진 건 없지만, 뭘 할지 몰라 복싱도 배우고, 열심히 준비하고 있어요.(웃음) 제가 더 잘해서, 제가 하는 작품을 사람들이 궁금해하고 찾아보게 하는 배우가 되고 싶어요. 배현성이 한다고 하면 '찾아보자' 할 수 있도록 연기하는 게 제 연기 목표입니다."


김소연 한경닷컴 기자 sue12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