혁신에 람보르기니까지 더하면…中 '전기차 굴기'의 상징 BYD[글로벌 종목탐구]
중국 대표 전기차 업체인 비야디(BYD)가 글로벌 전기차 시장을 휘어잡고 있다. 분기 매출 기준으로 세계 1위 테슬라까지 앞지르면서 승승장구하고 있다.

미국과 유럽이 앞다퉈 두터운 '관세 장벽'을 세우고 있지만 가격 경쟁력과 혁신 기술을 바탕으로 해외 진출 보폭을 오히려 넓혀가고 있다.

탄력받은 성장세

중국 증시에서 BYD 주가는 올 들어 45.9% 급등했다. 유럽연합(EU)과 미국이 앞다퉈 중국산 전기차에 대한 '관세 공격'을 퍼붓고 있지만 BYD 주가는 아랑곳하지 않고 고공행진했다.
혁신에 람보르기니까지 더하면…中 '전기차 굴기'의 상징 BYD[글로벌 종목탐구]
최근엔 280위안 수준에서 주가가 움직이고 있지만 지난달 초엔 338위안을 넘어서기도 했다. 전기차 캐즘(일시 수요 둔화)과 각종 관세 장벽으로 대외 여건이 녹록한 건 아니지만 투자자들은 BYD의 성장성에 베팅하고 있는 모습이다.

블룸버그통신이 전문가들을 대상으로 집계한 조사에 따르면 투자은행 10곳 중 9곳 꼴로 BYD에 매수 의견을 내놓고 있다. 보유하고 있는 특허만 수만개에 달하는 등 기술 경쟁력이 뛰어난 데다 연구개발 확대와 빠른 현지화 전략으로 투자 가치가 충분하다는 판단에서다.

이런 이유로 전문가들이 내놓은 목표주가는 현재 수준보다 20% 이상 높은 345.99위안으로 집계됐다.

각종 재무 데이터도 이같은 전문가들의 의견을 뒷받침해주고 있다. 지난해 BYD의 매출은 6023억2000만위안을 기록했다. 전년 대비 42%의 증가율을 나타냈다. 전문가들은 올해 매출은 7599억8000만위안이 될 것이라고 내다보고 있다. 매출 증가율 역시 26%로 가파른 성장세가 이어질 것이라고 봤다. 2025년에도 전년 대비 23%의 증가한 9329억9000만위안의 매출이 점쳐지고 있다.

덩치만 커지고 있는 것도 아니다. BYD의 영업이익은 2022년 이후 부침없이 꾸준히 두자릿수 증가율을 나타내고 있다. 지난해 BYD의 영업이익은 752억4000만위안, 올해와 내년엔 각각 937억4000만위안, 1134억위안으로 추산되고 있다. 올해와 내년의 전년 대비 영업이익 증가율은 각각 25%, 21%로 관측되고 있다.

눈에 띄는 건 올 3분기 실적이다. BYD는 올 3분기 매출에서 세계 1위 전기차 업체 미국 테슬라를 앞질렀다. 분기 기준으로 BYD가 테슬라 매출을 제친 건 이번이 처음이다. BYD의 달러화 기준 3분기 매출은 전년 같은 기간 대비 24% 증가한 282억달러였다. 같은 기간 테슬라의 매출은 252억달러였다.
이를 두고 전문가들은 "각종 관세 장벽과 수요 정체 우려 속에서도 BYD가 글로벌 시장에서 입지를 부각시키고 있다"고 평가했다.

가장 큰 동력은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약진이었다. BYD는 순수 전기차만 생산하는 테슬라와 달리 전기 충전이 가능하면서 동시에 기름으로도 달릴 수 있는 플러그인 하이브리드차를 같이 생산하고 있다. 세계적으로 전기차 캐즘이 확산하고 있어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판매 비중이 큰 BYD에 유리한 환경이 된 셈이다.

중국 내에서도 수요가 빠르게 늘고 있어 BYD의 실적을 탄탄하게 뒷받침해줬다. 블룸버그는 "중국 정부의 전기차 구매 장려 정책이 BYD의 4분기 실적에도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발빠른 사업 재편과 혁신

BYD는 1995년 배터리 제조 업체로 탄생했다. 노키아나 모토로라 등에 배터리와 부품을 주로 공급했다. 그러더니 2003년 중국 국유 업체인 시안친촨 자동차를 인수하면서 본격적으로 차량 제조 시장에 진출했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를 거치면서 사업의 무게중심을 기존 배터리에서 자동차 제조로 이동했다. 처음부터 BYD가 승승장구한 건 아니었다. 2009년 순수전기차를 선보였을 때만 해도 시장 반응은 싸늘했다. 가격 경쟁력이 크지도 않았고 성능도 그다지 뛰어나지 않던 탓이다.

하지만 전기버스와 택시용 전기승용차를 내놓으면서 분위기가 달라졌다. BYD는 중국 정부의 보조금 정책을 제대로 활용해 공공 부문 차량 제조에 주력했다. 적극적인 정부 지원으로 가격 경쟁력을 갖추게 됐고, 미국, 독일 등에서 인기를 끌었다.

공공 부문에 대한 정부의 지원이 줄자 BYD는 재빨리 개인 소비 시장으로 이동했다. 람보르기니 출신 디자이너를 영입해 디자인에 방점을 뒀고, 배터리 제조 업체라는 강점을 활용해 배터리 개발에도 힘을 줬다. 배터리, 전자제어 장치 등 주요 부품 등 전기차 공급 체인 전반에 걸쳐 자체 공급망을 확보한 덕분에 가격 경쟁력을 충분히 갖출 수 있었다.

물론 이런 가파른 성장엔 꾸준한 기술 혁신이 한 몫했다. BYD는 현재 11개 연구소와 11만명 가량의 엔지니어를 확보하고 있다. 이를 바탕으로 BYD가 신청한 글로벌 특허 건수만 4만8000건이 넘는다. 승인된 특허 건수도 3만건 이다. 올 상반기 연구개발 투자액은 1년 전에 비해 42% 증가한 202억위안에 달한다.

스마트화 분야에 대한 적극적인 투자도 단행하고 있다. 최근 왕촨푸 BYD 회장은 "인공지능(AI)과 자동차를 결합한 스마트화 기술 개발에 1000억위안을 투자해 완성차의 전면적인 스마트화를 보여줄 것"이라고 말했다.

김은정 기자 kej@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