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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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 자유무역협정(FTA)에 따른 관세 감축이 미국의 대(對)한국 무역 적자 증가의 직접적인 이유가 아니라는 의견에 대다수의 경제학자가 동의했다고 미국 의회조사국(CRS)이 28일(현지시간) 밝혔다. 내년 1월 출범을 앞둔 트럼프 2기 행정부가 동맹국인 한국에도 추가 관세를 부과할 수 있단 우려가 나오는 가운데 전문가들의 주장이 엇갈리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CRS는 지난 19일 발간한 '한미 FTA와 양자 무역 관계' 보고서에서 "많은 경제학자는 FTA에 따른 관세 감축이 양자 무역에서의 적자 증가에 크게 기여하지 않았다고 보고 있다"며 자동차 산업을 예로 들었다. 이어 "FTA 발효 이후에 수입 증가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자동차 수입의 경우 한미 FTA에 따라 2.5%의 자동차 관세가 인하되기 전인 2011~2015년에 가장 빠르게 증가했다"고 설명했다.

미국은 FTA에 따라 2016년 승용차에 대한 관세 2.5%를 철폐했다. 경트럭(LTR)에 대한 관세는 2019년부터 2021년까지 단계적으로 폐지될 예정이었으나 2019년 트럼프 1기 정부 때의 재협상으로 2041년까지 연장됐다고 보고서는 밝혔다.

자동차는 지난해 기준 미국으로 수입되는 한국산 제품의 약 35%를 차지할 정도로 비중이 크다. 보고서는 "자동차 무역은 애초 FTA 협상 시 가장 논쟁적인 이슈 가운데 하나였지만 미국에 본사를 둔 주요 자동차업체들은 궁극적으로는 협정을 지지했다"고 평가했다. 또한 "한국의 자동차 제조업체들은 54억달러 규모의 조지아주 전기차 및 배터리 공장을 비롯해 대미 투자를 실시했다"고 말했다.

농업은 미국이 비교우위에 있는 분야라고 보고서는 설명했다. 지난해 미국은 한국에 대해 62억달러의 농산물 무역 흑자를 기록했다. FTA 발효 이후 한국은 미국 농산물 수출 품목의 3분의 2 가량에 무관세를 적용했다고 보고서는 설명했다. 또한 한국은 미국산 농산물에 대한 관세와 수입 할당량을 2021년까지 단계적으로 폐지했고, 40%에 달하는 소고기 관세도 2026년까지 단계적 철폐를 약속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FTA 협상에서 우선순위로 논의됐던 서비스 분야에서도 양국의 무역 규모는 크게 늘었다. 각국은 FTA 협상을 체결하며 차별적 대우를 제공하고, 현지 진출 요건, 시장 접근 제한 등의 제약을 완화했다. 이에 따라 2011년부터 2023년까지 미국에서 한국으로의 서비스 수출은 179억달러에서 249억달러로 늘었고, 한국에서 미국으로 수출한 서비스 총액은 99억달러에서 146억달러로 늘었다.
2012~2023년까지 미국의 대(對)한국 무역 통계. (남색 막대: 미국에서 한국으로의 수출액, 하늘색 막대: 수입액, 선 그래프는 무역 수지를 뜻함) /자료=미 의회조사국(CRS)
2012~2023년까지 미국의 대(對)한국 무역 통계. (남색 막대: 미국에서 한국으로의 수출액, 하늘색 막대: 수입액, 선 그래프는 무역 수지를 뜻함) /자료=미 의회조사국(CRS)
미국 무역 적자를 둘러싼 경제학자들의 상반된 의견에 대해서도 보고서는 짚었다. 보고서는 2012년 3월 발효된 한미 FTA와 관련해 "미국의 대한국 무역 적자는 변동이 컸다"면서 "초기에는 증가했으나 2015~2018년에는 감소했다가 이후 다시 증가했다"고 설명했다. 이에 "일부 경제학자들은 국가저축률, 투자율과 같은 거시경제적 요인이 양국 무역 수주의 주요 (결정) 요인이라고 보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일부 분석들은 FTA가 미국의 무역 적자에 기여한다고 주장한다"라고 전했다.

트럼프 당선인은 대선 때 10~20%의 예외 없는 보편 관세와 60%에 달하는 대중 관세율 등을 공약했다. 그는 최근에는 내년 1월 취임 시 불법 이민 및 마약 유입 등의 이유로 캐나다와 멕시코에 25% 관세를 부과하고, 중국에 10%의 추가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발표했다.
한국의 대미(對美) 무역수지 흑자 규모는 수출 호조에 힘입어 역대 최대 수준을 이어가고 있다. 올해 6월까지 4분기 동안 한국의 대미 경상수지 흑자는 500억달러를 기록했다. 전년 동기(380억달러)에 비하면 30% 넘게 늘어난 수준이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트럼프 당선인이 대미 무역 흑자를 이유로 한국에 대한 경제 조치를 검토할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

김세민 기자 unijad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