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왼쪽)과 클라우디아 셰인바움 멕시코 대통령(오른쪽) / 사진=AFP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왼쪽)과 클라우디아 셰인바움 멕시코 대통령(오른쪽) / 사진=AFP
내년 1월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을 앞두고 '관세 폭탄' 위협이 고조되는 가운데, 멕시코 정부가 중국 전기차 업체와의 협력에 신중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클라우디아 셰인바움 멕시코 대통령은 미국과 캐나다와의 교역 우선 정책을 강조하며 관세 전쟁 가능성은 낮다고 전망했다. 뱅크오브아메리카(BoA)는 멕시코가 니어쇼어링 효과를 통해 북미 경제의 핵심 수혜국으로 부상할 것이라며 투자를 확대한다고 밝혔다.

中에 거리두고 美과 관계 강화

28일(현지시간) 셰인바움 대통령은 기자회견에서 "중국 전기차 업체로부터 멕시코에 공장을 세우겠다는 구체적인 프로젝트 제안을 받은 바 없다"며 "중국 전기차와 관련해 확정된 투자는 없다"고 밝혔다. 중국 전기차 업체 비야디(BYD)에 대한 언급으로 해석된다. 앞서 BYD는 북미 자동차 생산 거점으로 멕시코를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셰인바움 대통령은 "멕시코는 미국과 캐나다와의 협정(USMCA)에 따라 이들 국가와의 교역을 우선시하고 있다"며 "이는 공개적으로 밝혀 온 사실"이라고 강조했다.

전날 트럼프 당선인과 전화 통화를 한 셰인바움 대통령은 "관세 문제를 구체적으로 논의하지는 않았지만 불법 이민과 펜타닐 밀매 문제 등을 논의했다"고 말했다. 또한 "조만간 미국산 총기가 멕시코 범죄 조직으로 흘러 들어가는 문제도 다룰 것"이라며 "트럼프 당선인과 좋은 관계를 유지할 것으로 기대하고 관세 전쟁은 없을 것으로 본다"고 밝혔다.

마르셀로 에브라르드 멕시코 경제부 장관은 "미국이 제안한 관세는 양국 모두에 큰 비용을 초래할 것이기 때문에 실제 부과될 가능성은 낮다고 본다"고 말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도 트럼프 당선인의 관세 계획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을 밝혔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매사추세츠주 낸터킷에서 "트럼프 당선인이 이 같은 비생산적인 조치를 재고하기를 바란다"며 "멕시코와 캐나다라는 두 동맹국과의 관계를 망쳐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앞서 트럼프 당선인은 지난 25일 멕시코와 캐나다를 통해 범죄와 마약이 유입되고 있다며, 이를 해결하지 않을 경우 두 나라에서 수입하는 모든 제품에 25%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경고했다.

급등했던 멕시코 페소화 환율은 셰인바움 대통령과 트럼프 당선인의 통화 소식이 전해진 이후, 달러 대비 약 1% 하락(페소 가치 상승)했다.

BoA "멕시코, 니어쇼어링 효과 볼 것"

사진=로이터
사진=로이터
같은 날 BoA는 트럼프 당선인의 관세 위협에도 불구하고 멕시코가 '니어쇼어링'의 효과를 톡톡히 볼 것이라고 전망했다. 니어쇼어링은 기업이 최종 소비 시장과 가까운 곳으로 생산 거점을 옮기는 전략이다. 미국이 중국 견제와 공급망 안정을 위해 니어쇼어링 정책을 강화하면서 인접국인 멕시코가 최대 수혜자로 주목받아왔다.

에밀리오 로마노 BoA 멕시코 지사장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어떤 불확실성도 우리가 멕시코에서 보고 있는 기회를 바꾸거나 수정하기는 매우 어려울 것"이라며 "니어쇼어링은 되돌릴 수 없는 흐름이라고 믿는다"고 밝혔다. 그는 BoA가 5년 안에 멕시코에서의 매출과 고객 수를 두 배로 늘릴 계획이라고 밝혔다.

로마노 지사장은 "트럼프 당선인의 관세 위협이 시장의 변동성을 계속 초래할 것"이라고 경고하면서도 "이러한 위협이 실제 관세 부과보다는 무역 협상을 시작하기 위한 트럼프 당선인의 협상 전략일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임다연 기자 allop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