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몰 웨스트레이크 하노이 전경. / 사진=롯데 제공
롯데몰 웨스트레이크 하노이 전경. / 사진=롯데 제공
지난해 9월 문을 연 ‘롯데몰 웨스트레이크 하노이’는 오픈 5개월 만에 매출액 2000억원을 올리고 1년 만에 1000만명이 방문하는 등 베트남의 랜드마크로 자리 잡았다. 이처럼 가시적 성과를 내고 있는 글로벌 사업을 필두로 롯데는 해외 시장 진출 확대와 함께 인공지능(AI)을 그룹 비즈니스에 적극 도입하면서 ‘혁신 경영’에 박차를 가했다. 롯데는 또 바이오, 메타버스 등 신사업 기반으로 포트폴리오를 전환해 지속가능성장을 모색하고 있다.

글로벌 진출 확대

롯데 유통군은 동남아시아 시장 성장세를 이어갈 계획이다. 롯데몰 웨스트레이크 하노이의 성공을 바탕으로 쇼핑몰 추가 출점을 검토하는 등 ‘동남아 프리미엄 쇼핑 1번지’를 목표로 삼았다. 지역 특색을 반영한 도매형 매장 36곳과 12개 소매형 매장을 운영하고 있는 롯데마트 인도네시아도 지난해 매출 1조원대를 넘어서며 매년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롯데 식품군 역시 해외 진출에 공 들이고 있다. 최근 롯데는 일본 ㈜롯데와 전략 상품 빼빼로를 매출 1조원의 글로벌 메가 브랜드로 육성하는 방안을 논의했다. 올해 1월에는 빼빼로의 첫 번째 해외 기지로 인도를 낙점하고 현지 법인 ‘롯데 인디아’의 하리아나 공장에 21억루피(약 330억원)를 투자하기로 했다. 약 17조원 규모 제과 시장을 보유한 인도에서 빼빼로를 성공시켜 글로벌 브랜드로 키운다는 복안이다.

롯데GRS 또한 북미 시장 진출에 도전장을 던졌다. 지난해 10월 미국 델라웨어주에 ‘롯데GRS USA’ 법인을 설립하면서다. 베트남 법인에 이은 두 번째 해외 거점으로, 내년 미국에 롯데리아 1호점을 여는 것이 목표다. 기존 베트남 시장에선 1998년 1호점을 낸 이래 올해 8월 말 기준 252곳을 운영 중이다.

블루오션 시장으로 떠오르는 아프리카 진출 가능성도 타진하고 있다. 롯데는 지난 10일 아프리카 가나에서 초콜릿 원료 농장 재배 환경을 개선해주는 ‘지속가능 카카오 원두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세계 2위 코코아 생산국인 가나는 최근 폭염과 병해로 작황 부진에 시달렸는데 롯데는 지속가능사업 역량 확보를 위해 현지 코코아 생산 및 가공, 마케팅 전반을 총괄하는 정부 기관인 ‘가나 카카오 보드’에 카카오 묘목 13만그루를 전달했다.
롯데그룹 자체 AI 플랫폼 '아이멤버'. / 사진=롯데 제공
롯데그룹 자체 AI 플랫폼 '아이멤버'. / 사진=롯데 제공

전사적 AI 도입

롯데이노베이트는 올 초 론칭한 그룹 자체 AI 플랫폼 ‘아이멤버(Aimember)’의 성능과 기능을 향상한 ‘아이멤버 2.0’을 지난 8월 새롭게 선보였다. 아이멤버 2.0은 사용자 화면(UI)과 사용자 경험(UX)이 개편되고 기능 중심으로의 메뉴 재구성, 롯데GPT·챗봇 품질 고도화 등을 거쳤다. AI 모델 또한 더욱 뛰어난 기능으로 업그레이드해 기존 라마2에서 최신 버전인 라마3으로 변경했으며 미스트랄·솔라·큐원 등 오픈소스 AI를 다양하게 적용해 AI 답변율과 정확도를 높였다.

대홍기획은 지난 7월 처음 공개한 국내 최초 마케팅 전용 올인원 AI 시스템 ‘에임스(AIMS·AI Marketing System)’를 롯데그룹 전 계열사에 도입했다. 에임스는 AI·빅데이터·클라우드 기술을 바탕으로 리서치와 데이터 분석, 광고 콘텐츠 제작, 광고 매체 전략 및 집행, 마케팅 인사이트 도출, 전략 제안 등 87가지 맞춤형 기능을 한 플랫폼에서 제공한다.

롯데 유통군은 AI를 다각도로 적용하고 있다. 롯데백화점은 지난 7월 아이멤버 기반 대화형 챗봇을 도입해 업무 검색 효율성을 높이고 사내 업무형 협업 툴에도 아이멤버의 챗GPT 기능을 탑재했다. 또한 롯데백화점의 웨딩 특화 서비스 ‘롯데웨딩멤버스’ 비주얼 제작에 생성형 AI를 활용하는 등 디자인 콘텐츠 제작에 AI를 접목하고 있다. 지난 4월에는 잠실점에 업계 최초로 외국인 관광객들을 위한 13개 국어를 실시간 통역하는 서비스도 도입했다. 롯데마트와 슈퍼는 과일 품질 관리 고도화를 돕는 ‘AI 선별 시스템’ 기반으로 다양한 제품을 출시하고 있다. 지난 7월에는 딥러닝 기반의 AI 선별 시스템으로 고른 ‘아삭한 복숭아’를 국내 최초로 선보이기도 했다.
이브이시스 청주 신공장. / 사진=롯데 제공
이브이시스 청주 신공장. / 사진=롯데 제공

신성장동력 육성

신성장동력 발굴에도 힘 쏟는다. 롯데바이오로직스는 올해 7월 인천 송도에서 바이오 캠퍼스 1공장 건립을 위한 착공식을 열었다. 이를 비롯해 2030년까지 송도에 3개 메가 플랜트를 조성하고 총 36만ℓ 항체 의약품 생산 규모를 갖출 예정. 한 플랜트당 12만ℓ 규모 항체 의약품 생산이 가능하며 임상 물질 생산을 위한 소규모 배양기 및 완제 의약품 시설도 추가한다. 약 4조6000억 원 규모 투자를 통해 글로벌 수준 바이오 의약품 제조 경쟁력을 갖춘다는 방침이다.

롯데이노베이트와 자회사 이브이시스(EVSIS)의 경우 지난 5월 현지 법인 ‘이브이시스 아메리카(EVSIS America)’를 설립, 북미 전기차 충전 인프라 시장 진출을 공식화했다. 상반기 내 모든 생산 라인 가동 준비를 마치고 하반기부터 북미 전역 대상으로 본격 사업을 전개한다. 앞서 이브이시스는 올 2월 자동화 설비를 갖춘 스마트팩토리 청주 신공장을 준공, 생산 능력을 2배 이상 끌어올렸다. 연간 약 2만기의 전기차 충전기 생산이 가능해져 롯데그룹 유통·호텔·서비스 등 사업 분야에 전기차 충전기 인프라를 구축해 연말까지 도심 인접 지역 충전 거점을 7500기까지 늘릴 계획이다.

롯데이노베이트 자회사 칼리버스를 통해선 메타버스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롯데이노베이트와 칼리버스는 지난 1월 세계 최대 정보기술(IT) 및 가전 전시회 ‘CES 2024’에서 메타버스 플랫폼 ‘칼리버스’를 공개했다. 칼리버스는 쇼핑, 엔터테인먼트, 커뮤니티 등을 극사실적인 비주얼과 독창적 인터랙티브 기술을 접목해 만든 초실감형 메타버스 플랫폼이다. 지난 8월 글로벌 이용자 대상으로 선보여 관심을 받았다. 코리아세븐·롯데하이마트·롯데면세점 등 유통 채널에서 다양한 쇼핑을 할 수 있으며 엔터테인먼트 공간에선 차세대 가상공연 콘텐츠를 경험할 수 있다. 이용자들은 칼리버스에 접속해 누구나 쉽게 UGC(사용자 제작 콘텐츠) 도구로 콘텐츠를 만들고 다른 이용자들과 공유할 수 있다.

김봉구 한경닷컴 기자 kbk9@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