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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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거래일만에 코스피지수의 2500선이 무너졌다. 한국은행이 올해와 내년 경제성장률을 하향 조정한 가운데 10월 산업생산과 소비·투자 지표까지 5개월 만에 동반 감소하면서 국내 경기 둔화에 대한 우려가 급격히 커진 데 따른 것이다. 일본 소비자물가지수가 예상치를 상회하면서 이날 엔화가 급격한 강세를 띈 것도 국내 증시에 악재로 작용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의 공격적인 관세 정책에 대한 우려감까지 더해지면서 반도체와 2차전지, 자동차 등 주요 수출주가 일제히 내려앉았다.

○경기 둔화 우려에 파랗게 질린 증시

29일 코스피지수는 1.95% 하락한 2455.91에 거래를 마쳤다. 외국인 투자자가 유가증권시장에서 7490억원어치를 팔아치우며 지수를 크게 끌어내렸다. 코스닥 지수도 2.33% 급락한 678.19에 거래를 마감했다. 전날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이례적으로 두 차례 연속 기준금리 인하를 단행했음에도 시장의 불안심리는 오히려 극대화됐다. 한은이 올해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전망치를 2.4%에서 2.2%, 내년과 2026년 성장률 전망치를 각각 1.9%, 1.8%로 내려잡으면서 국내 경기가 ‘1%대 저성장의 함정’에 빠질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진 탓이다. 이날 통계청이 발표한 10월 산업활동동향에 따르면 산업생산과 소비·투자 지표는 5개월 만에 동반 감소했다.

엔화 가치가 강세를 띄자 증시는 하락폭을 더 키웠다. 이날 도쿄외환시장에서 엔·달러 환율은 장중 149.8엔까지 하락하며 150엔선을 밑돌았다. 엔·달러 환율이 149엔대로 떨어진 것은 지난 10월 하순 이후 약 한 달 만이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도쿄 소비자물가지수가 예상치를 상회하며 일본 중앙은행(BOJ)의 추가 금리 인상 가능성이 커졌다”며 “지난 8월 엔화 강세가 초래한 금융 시장 불안이 재현될 수 있다는 우려가 자극됐다”고 설명했다.

미국의 대(對)중국 반도체 제재 대상에 중국의 창신메모리테크놀로지가 빠질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된 것도 국내 반도체주의 약세를 불렀다. 이날 삼성전자는 2.34% 하락한 5만4200원에 거래를 마쳤다. LG에너지솔루션(-5.22%), 포스코홀딩스(-4.40%) 등 2차전지주와 기아(-2.21%) 등 자동차주도 크게 하락했다.

○“이익 증가하는 기업에 주목”

일각에서 기대해 온 ‘연말 랠리’의 실현 가능성도 낮아지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국내 상장사 242개사의 4분기 영업이익 추정치 합산은 58조45억원으로 3개월 전(67조9918억원) 대비 14.69% 감소했다. 증권사 3곳 이상의 실적 추정치가 존재하는 29개사의 내년 1분기 영업이익 합산은 21조1096억원으로 3개월 전 대비 24.26% 줄었다.

전날 글로벌 투자은행(IB) 골드만삭스는 한국 증시에 대한 의견을 ‘비중 확대’에서 ‘중립’으로 하향 조정했다. 골드만삭스는 보고서에서 “한국의 내년 거시 경제는 달러 강세와 관세의 불확실성으로 더욱 어려워질 것”이라면서 “수출과 산업 생산의 성장 속도가 줄어들면서 경제 성장률도 둔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승영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코스피지수는 연말까지 2500선을 맴돌 것”이라며 “한국의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경기선행지수가 막 꺾이기 시작한만큼 아직 증시 저점을 가늠할 때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증권가에선 이익 하향세가 본격화하는 시기엔 이익이 증가하는 종목에 집중해야 한다는 조언이 나온다. 올 4분기와 내년 1분기 매출과 영업이익 컨센서스가 3개월 전 대비 증가하는 동시에 전년 동기과 비교해도 늘어날 것으로 추정되는 기업은 세 곳 뿐이다. 효성중공업과 HD현대미포, 네이버다.

심성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