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 기간 브랜딩 디렉터로서 다양한 브랜드의 전략을 구축해오며, 필자만의 브랜딩에 대한 정의가 하나 생겼다. 그것은 바로, 브랜딩이란 남들과 나를 구분짓는 나만의 가치를 만드는 행위라는 것이다. 그렇다면 '남들과 나를 구분짓는다'는 것은 무슨 의미일까? 이는 시장에서 우리 브랜드만의 독자적인 가치를 정립하고, 이를 통해 경쟁사들과 차별화된 존재감을 드러내는 모든 행동을 의미한다. 그렇기에 많은 기업들이 브랜딩을 고민할 때 가장 중요한 요소는 차별성이다. 시장에서 다양한 경쟁자들과 다르게 보여야만 사람들의 관심과 호기심을 끌어낼 수 있기 때문이다.

이 차별성은 우리만의 가치를 새롭게 정의하는 과정에서 도출된다. 그런 과정을 거쳐야 비로소 브랜드만의 독특한 메시지를 만들 수 있으며, 이를 기반으로 타깃 고객에게 우리의 가치를 어필할 수 있다. 이렇게 차별화된 가치는 브랜드가 다른 경쟁사와는 다른 시장 포지션을 갖게 하며, 치열한 가격 경쟁에서 벗어날 수 있는 돌파구를 마련해 준다.

생수 시장을 한 번 생각해보자. 생수는 우리가 알다시피 무색, 무미, 무취의 제품이다. 단지 제품 자체만으로는 특별한 가치를 담기 쉽지 않다. 그래서 대부분의 생수 브랜드는 결국 가격 경쟁에 내몰린다. 편의점 냉장고에 진열된 다양한 생수들을 보면, 이들이 주로 2+1 같은 프로모션으로 가격 경쟁을 벌이고 있음을 쉽게 확인할 수 있다. 그러나 만약 생수 브랜드에 다른 가치가 부여된다면 어떨까? 에비앙이 그 좋은 예다. 에비앙은 다른 생수 브랜드들보다 약 1.5배 더 비싼 가격에 판매되고 있다. 생수가 갈증을 해소하는 기본적인 기능 외에 큰 차별점이 없는 상황에서, 에비앙을 산다는 것은 어찌 보면 비합리적으로 보일 수 있다. 그런데도 에비앙은 잘 팔리며, 더 나아가 많은 사람들이 에비앙을 사고 싶어 한다. 왜일까? 에비앙은 맛의 차이가 있는 것도 아닌데 말이다.
초기 스타트업에도 브랜딩이 중요할까요? [긱스]
(사진출처 : 디에디트)

에비앙의 성공 비결은 그들만의 가치를 오랫동안 꾸준히 브랜딩해왔기 때문이다. 그것을 명확히 한 단어로 정의하기는 어렵지만, 굳이 표현하자면 ‘호사스러움'일 것이다. 에비앙을 마신다는 것, 혹은 에비앙을 들고 다니는 것만으로도 다른 생수 브랜드와는 다른 감정을 느끼게 한다. 해외 유명 셀럽들이 에비앙으로 목욕을 한다는 일화가 전해지면서, 이 호사스러운 이미지에 한몫 더했다. 만약 에비앙이 단지 '프랑스산 생수'로만 자신들을 브랜딩했다면, 우리는 지금과 같은 감정을 느끼지 못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에비앙은 그들만의 차별된 가치를 정의하고 이를 제품에 투영해 꾸준히 커뮤니케이션함으로써, 단순한 생수 이상의 가치를 전달하는 브랜드로 자리 잡았다.

탈취제 시장에서도 비슷한 예시들 들 수 있다. 탈취제를 한번 생각해보자. 탈취제는 옷이나 소파 등 페브릭에 배인 냄세를 제거하는 기능 때문에 사용한다. 어찌보면 생활 필수품 중에 하나이면서 분명한 수요가 있는 제품이니 이 시장에는 대기업부터 중소기업에 이르기 까지 다양한 기업들이 진출해 있다. 그만큼 이 역시 생수 시장과 같이 무한 경쟁의 시장이다. 상식적으로 탈취제는 그 기능에 충실한 제품이기 때문에 여기서 품질의 우월성을 가리기 또한 쉽지 않은 제품이다. 그래서 수 많은 탈취제 브랜드들이 이 시장 안에서 인지도와 가격으로 경쟁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 시장에서 필자가 주목하는 브랜드는 ‘희녹’이라는 작은 규모의 탈취제 브랜드이다. 이 브랜드는 100% 제주 편백 탈취 정화수로 섬유 탈취제를 만든다. 앞서 얘기한대로 탈취제라고 하면 시장에 정말 많은 제품들이 즐비하다. 그만큼 제조와 생산에 진입 장벽이 높지 않은 제품이기 때문일 것이다. 아무리 좋은 재료로 만들었다 해도 그것만으로 소비자에게 어필하기는 쉽지 않다. 이미 시중의 다양한 섬유 탈취제가 자신의 좋은 성분을 앞다투어 강조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한번 생각해 보자. 우리가 자주 사용하는 탈취제는 기능적으로 사용하는 제품일 뿐 그리 이쁘지는 않다. 감성이라는 것을 여기서는 찾아 볼 수 없다. 희녹은 이 포인트에 집중했다. 어떻게 하면 탈취제에 감성을 넣을지를 말이다. 그들의 제품을 자연과 숲은 연상시키는 순수한 자연의 느낌으로 연결 시켰다. 그리고 여기에 남들과 자신을 구분짖는 자신만의 가치를 부여하기 시작한다. 그것은 자신의 브랜드를 생활용품 브랜드가 아닌 ‘라이프 에티켓 브랜드’로 포지셔닝 한 것이다. 우리가 섬유 탈취제를 사용하는 이유는 생활 속 다양한 섬유에 배인 불쾌한 냄세를 제거하기 위해 사용하는데 이것을 기능적 어필이 아닌 삶의 에티겟이라는 새로운 그들만의 가치를 만든 것이다.
초기 스타트업에도 브랜딩이 중요할까요? [긱스]
(사진출처 : 희녹 공식홈페이지)

필자는 개인적으로 희녹을 선물로 많이 받았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 비록 일상에서 필요한 섬유 탈취제이지만 그 안에 희녹만의 감성적 가치을 넣었기 때문에 내가 쓰기도 좋지만 주변에 선물하기도 좋은 브랜드가 된 것이다. (그래서 이들은 그들의 자사몰에서 선물세트를 함께 판매한다.) 섬유 탈취제를 선물로 받은 경험은 나에게는 희녹이 유일하다. 이처럼 희녹은 어찌보면 뻔하디 뻔한 섬유탈취제 시장에서 이 브랜드만의 가치를 중심으로 브랜딩을 잘 전개하고 있는 브랜드다. 그리고 고객들에게 좋은 반응을 얻었고 지금은 그 라인업을 룸 스프레이, 방향제, 핸드워시, 세제 등으로 조금씩 넓히고 있다.

이제 이 글의 제목으로 다시 돌아가 보자. 초기 스타트업에게 브랜딩이 왜 필요할까? 대부분의 초기 스타트업은 새로운 기술로 시장을 창출하지 않는 이상, 이미 선점된 시장에서 다양한 경쟁사들과 경쟁해야 한다. 이때 스타트업은 자금도 부족하고 인력도 제한적인 상황에 놓여 있다. 그렇다면 무엇으로 승부를 보아야 할까? 그중 하나가 바로 브랜딩이다. 경쟁사와 차별화된 우리 브랜드만의 가치를 정의하고, 이를 효과적으로 시장에 알리는 것이 중요한 이유다. 가격 경쟁만으로 승부를 보려 한다면, 결국 스스로의 한계에 부딪히게 될 것이며, 경쟁사들도 이에 발빠르게 대응할 것이다. 그렇기에 특히 초기 스타트업일수록 이러한 브랜딩 전략에 집중해 시장에서 그들의 차별된 가치를 알릴 필요가 있다. 이것이 바로 초기 스타트업에게 브랜딩이 중요한 이유 중 하나다.

따라서 초기 스타트업이라면, 제품이나 서비스를 고객에게 선보이기 전, 남들과 나를 구분짓는 나만의 가치는 무엇인가를 먼저 생각해 보길 추천한다. 그리고 그 가치를 강화하기 위해 제품 및 서비스 그리고 디자인의 영역에서 보완할 곳은 없는지, 어떤 뾰족한 브랜드 메시지와 우리만의 브랜딩 활동을 통해 자사의 브랜드를 남들과는 다른 가치로 시장과 고객에게 알릴지를 고민해보길 바란다. 이는 비단 앞서 예시로 든 소비재 브랜드 뿐 아니라 IT와 B2B의 영역에서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전우성 스왈로우즈 CBO·브랜딩 디렉터
초기 스타트업에도 브랜딩이 중요할까요? [긱스]
(현) 엑셀러레이터 그룹 Swallows CBO(브랜딩 총괄 이사)·브랜딩 전략 컨설팅 그룹 Seaside City 대표.
(전) 라운즈(ROUNZ) 브랜딩 총괄 이사
(전) 29CM, 스타일쉐어 브랜딩 디렉터
(전) 네이버 책임 마케터
(전) 삼성전자 마케터
‘그래서 브랜딩이 필요합니다’
‘마음을 움직이는 일’ 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