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취업자 증가폭이 내수 부진 여파로 넉 달 만에 10만 명을 밑돈 데 이어 산업생산과 소비·투자도 전월 대비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산업 활동을 구성하는 생산·소비·투자가 일제히 감소한 건 지난 5월 후 5개월 만이다. 재화 소비 지표인 소매판매가 두 달째 줄고 ‘건설 한파’가 계속되는 등 내수가 좀처럼 살아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수출까지 둔화 조짐을 보이는 등 경기가 하반기로 갈수록 꺾이는 ‘상고하저’ 흐름이 당초 전망보다 뚜렷해질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끝없는 경기침체의 늪에 빠졌다…한국 '초유의 상황'

○5개월 만의 ‘트리플 감소’

통계청이 29일 발표한 10월 산업활동동향에 따르면 전(全)산업 생산지수(계절조정·농림어업 제외)는 113.0으로 전달보다 0.3% 하락했다. 9월(-0.3%)에 이어 두 달째 감소했다. 소매판매도 0.4% 줄어들어 전달(-0.5%)에 이어 두 달째 쪼그라들었다. 설비투자는 전달보다 5.8% 줄었다. 8월 5.6% 줄어든 뒤 9월 10.1% 늘며 반등했지만 한 달 만에 다시 내렸다. 최근 한 달간 공사 실적을 뜻하는 건설기성은 전달보다 4.0% 줄었다. 5월부터 6개월째 감소세다.

현재 경기 상황을 보여주는 동행종합지수 순환변동치와 향후 경기를 예고하는 선행종합지수 순환변동치는 각각 8개월, 4개월 연속 보합 및 하락하며 좀처럼 반등하지 못하고 있다.

산업활동 지표뿐 아니라 상대적으로 양호하던 고용 지표마저 둔화할 조짐을 보였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달 만 15세 이상 취업자는 2884만7000명으로 작년 같은 달보다 8만3000명 증가했다. 취업자 증가폭이 10만 명 아래로 내려간 것은 6월(9만6000명) 후 4개월 만이다. 내수와 직결된 도·소매업과 건설업에서 고용 부진이 이어졌다. 통상 고용지표는 경기 후행지표로 불린다. 내수 부진이 고용시장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뜻이다.

○2.2% 성장률 달성도 ‘위태’

10월 산업 활동 지표가 일제히 부진한 성적표를 내자 올 4분기 국내총생산(GDP) 증가율이 2%대 초반으로 떨어질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한국은행은 지난 28일 수정 경제전망을 통해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2.4%에서 2.2%로 내렸다. 내년 성장률은 2.1%에서 1.9%로 낮췄다. 앞서 한국개발연구원(KDI)도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2.5%에서 2.2%로 하향 조정했다.

한은이 내려 잡은 올해 성장률 2.2%에 도달하려면 4분기에 전 분기 대비 0.5% 성장해야 한다. 올 1분기 GDP는 전 분기 대비 1.3% ‘깜짝 증가’했지만 2분기엔 내수 침체와 기저효과로 0.2% 뒷걸음질했다. 3분기엔 수출 증가세 둔화로 전망치(0.5%)를 크게 밑도는 0.1% 증가에 그쳤다.

당초 기획재정부는 완만한 경기 회복세가 이어지고 있기 때문에 4분기 0.5% 성장은 무난할 것으로 봤다. 문제는 내수가 좀처럼 반등할 기미를 보이지 않고, 미국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을 앞두고 대외 불확실성 여파로 수출까지 둔화 징후를 나타내고 있다는 점이다. 4분기 첫 달인 10월 산업 활동 지표가 전달 대비 일제히 감소한 상황에서 이달 뚜렷한 반등세가 보이지 않는다면 4분기 0.5% 성장이 위태로울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강경민/강진규 기자 kkm1026@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