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등 야당이 국회에서 내년도 마포 신규 소각장(자원회수시설) 공사에 투입할 국비 96억원 전액을 삭감하자 서울시가 자체 예산으로 내년에 공사를 시작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은 것으로 알려졌다. 2026년부터 수도권 직매립이 금지되면 폐기물 처리 용량 부족으로 쓰레기 대란 사태가 벌어질 수 있어 건립 절차를 더 이상 미룰 수 없다는 판단에서다.

29일 서울시 등에 따르면 시는 내년도 마포 소각장 설계와 공사 명목으로 편성한 시비 450억원으로 우선 시설 설계와 공사에 착수할 계획이다. 여러 자치구가 나눠서 시설을 쓰는 ‘광역자원회수시설’이어서 당초 최대 30%의 국비 지원을 기대했으나 지난 21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는 환경부가 편성한 국비 96억원을 전액 삭감했다.

서울시가 지난해 8월 입지 선정 결과를 발표하며 제시한 완공 목표 시점은 2026년이다. 2년 후 수도권 생활폐기물 직매립이 금지되면 쓰레기 대란이 올 수 있어 최대한 이른 시일에 소각장을 지어야 한다는 게 시 입장이다. 하지만 ‘마포소각장백지화투쟁본부’ 등 마포 지역 주민들의 반발 탓에 이미 사업 개시 시점이 상당히 지연됐다.

국회 환노위 의원들이 예산을 전액 삭감한 표면적 이유는 서울시의 ‘폐기물처리시설 설치 촉진 및 주변지역 지원 등에 관한 법률(폐촉법)’과 시행령 위반이다.

소각장 입지 선정 절차를 위해 시는 2020년 12월 4일 입지선정위원회 위원으로 10명을 위촉했다. 그러나 같은 달 10일 시행령 개정 이후엔 11명을 위원으로 두는 것으로 바꿨다. 주민들은 사실상 개정 이후 사업이 진행된 만큼 10명 위촉은 위법한 절차라고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지난 27일 자신의 유튜브 채널 ‘오세훈TV’에 ‘민주당의 잔혹한 예산 폭정’이라는 제목의 영상에서 “민생 현안을 지역 정치의 볼모로 삼는 민주당에 깊은 유감을 표한다”며 “소각장 건립은 특정 지역의 이슈가 아니라 국가 폐기물 처리 개선을 위한 중요한 과제”라고 강조했다.

아직 예산결산위원회 검토 절차가 남았지만, 예결위원장을 환노위에서도 활동 중인 박정 민주당 의원이 맡고 있어 국비가 되살아날 확률은 낮다는 게 중론이다. 시 관계자는 “자체 예산으로 설계 발주 등을 우선 시작한 다음 2026년 국비를 최대한 확보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최해련 기자 haery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