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엔나 1900, 꿈꾸는 예술가들’ 전시의 미디어 사전 공개가 이뤄진 29일 참석자들이 작품을 감상하고 있다. 최혁 기자
‘비엔나 1900, 꿈꾸는 예술가들’ 전시의 미디어 사전 공개가 이뤄진 29일 참석자들이 작품을 감상하고 있다. 최혁 기자
서울 용산동 국립중앙박물관에서 29일 개막한 ‘비엔나 1900, 꿈꾸는 예술가들’ 특별전(비엔나전)은 세기말의 불안과 새 시대에 대한 기대를 예술로 분출한 1900년 오스트리아 빈을 고스란히 재현했다. 명작 그림뿐 아니라 가구, 공예품, 당대 공연·전시 포스터 등이 총출동해 격동과 전환의 한 시대를 조명했다. 191점의 전시품은 하나같이 “각 시대에는 그 시대 예술을, 예술에는 자유를!”이라는 구호를 외치며 일상에 스며드는 예술을 추구한 ‘빈 분리파’ 미학의 정수가 담긴 걸작이다.

홍라희 전 리움관장과 수잔네 앙거홀처 주한 오스트리아 대사 부인이 그림을 감상하고 있다. 최혁 기자
홍라희 전 리움관장과 수잔네 앙거홀처 주한 오스트리아 대사 부인이 그림을 감상하고 있다. 최혁 기자
총 5부로 구성된 특별전에서 관람객들의 발길을 의외로 오래 잡아둔 지점이 있었다. ‘일상의 예술로, 비엔나 디자인 공방의 설립’이라는 주제의 제3부 전시 공간이다. 이곳에는 오스트리아 건축계 전설 오토 바그너의 ‘안락의자, 721번’, 그의 제자로 빈 공방을 설립해 당대 유행을 이끈 요제프 호프만의 ‘꽃장식 테이블, M436번’, 만능 예술가 콜로만 모저가 디자인한 묘한 빛깔의 ‘유리잔’ 등이 전시됐다.

이들 작품이 눈길을 끈 이유가 있다. 특별전의 중요한 축 가운데 하나가 디자인이어서다. 빈 분리파를 창립한 구스타프 클림트와 동료들은 ‘총체예술’을 꿈꿨다. 예술부터 과학, 철학, 생활 등 모든 게 변화하던 1900년 빈에 모인 예술가들은 모든 장르의 예술을 하나로 통합하는 실험에 나섰다. 캔버스에 그려진 회화나 상류층 대저택에 놓인 조각상뿐 아니라 평범한 일상생활에서 쓰이는 유리잔, 가구도 예술이 될 수 있다는 게 분리파의 생각이었다.

에곤 실레, 오스카어 코코슈카 같은 거장이 제작한 포스터에도 관심이 쏟아졌다. 거리의 예술로 불리는 포스터는 시선을 끌기 위해 강렬한 색감이나 문구를 활용하는 등 특정 형식에 얽매이지 않는다는 점에서 빈 분리파의 혁신적 사고를 드러내는 매체로 쓰였다. 코코슈카가 1909년 빈 국제예술전람회 정원극장에서 열린 연극 ‘살인자, 여성들의 희망’을 위해 그린 포스터가 그렇다. 피 흘리는 그리스도를 안은 성모인 ‘피에타’ 도상을 활용한 이 포스터는 성모를 격렬한 분노를 드러낸 야수처럼 표현한 논쟁적인 작품이다.

특별전의 시작과 끝을 장식하는 실레의 1918년 제49회 빈 분리파 전시회 포스터 ‘원탁’은 반드시 눈에 담아야 할 작품으로 꼽혔다. 전시 직전에 세상을 떠난 클림트의 빈자리가 도드라지는 이 포스터는 빈 분리파의 중심이 되는 두 거장 실레와 클림트의 특별한 관계를 보여준다.

한스 페터 비플링어 레오폴드미술관장은 “미디어아트를 활용한 전시는 빈 분리파 예술에 대한 이해도를 높이는 훌륭한 방식”이라며 “클림트와 실레 컬렉션의 해외 나들이 중 이번 전시가 가장 수준 높다”고 했다.

유승목 기자 mo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