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이슨 토머스 칼라일 리서치부문장. /칼라일 제공
제이슨 토머스 칼라일 리서치부문장. /칼라일 제공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은 취임 직후 즉각 적용할 수 있는 '작은' 관세정책을 먼저 발표하고, 내년 5월께 보다 '큰' 관세정책 패키지를 추가로 발표할 것입니다."

세계에서 가장 큰 사모펀드(PEF) 중 하나인 칼라일그룹에서 사모자산 투자를 위한 리서치 업무를 총괄하는 제임스 토머스 리서치부문장(사진)은 지난달 25일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이같이 말했다. 그는 미국 경제가 이미 완전고용 상태를 이루고 있어 관세 정책이 물가상승을 가져올 소지가 다분하다고 평가했다. 이 때문에 Fed가 올해 12월에는 금리인하를 중단하고, 내년에도 추가 인하보다는 관망을 택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토머스 부문장은 파월 의장의 퇴임을 트럼프 당선인이 압박하고 있지만 실제로는 전통적인 방식대로 내년 9~10월 중 차기 의장을 임명하는 것으로도 충분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는 비트코인 등 암호화폐 시장이 달러의 역할을 일정 부분 가져갈 수 있다고 전망했다. 최근 비트코인 가격의 급등은 규제 완화로 인한 것이지만 국가 간 결제수단 다변화도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다. 우크라이나 전쟁과 중동전쟁이 휴전으로 갈 것이라는 게 워싱턴 정가의 전망이라고 전하면서도 그는 이로 인한 지정학적 위험이 과소평가되어 있다는 점을 우려했다. 갑자기 사태가 급변할 경우 시장이 예상보다 큰 충격을 받을 수 있다는 뜻이다.

다음은 토머스 부문장과의 일문일답.

▶대선 이후 자산시장이 한동안 '트럼프 랠리'를 기록했다. 어떻게 평가하나.
"불확실성이 사라진 것이 랠리의 가장 큰 이유다. 특히 해리스 부통령이 당선됐다면 법인세율을 인상할 것이라는 우려가 있었는데 트럼프 전 대통령의 당선으로 이런 우려가 사라졌다. 주주들에게 돌아갈 몫이 더 커지기 때문이다."

▶미 국채 가격은 하락했는데.
"재정적자가 더 클 것이라는 전망 탓이다. 또 트럼프 당선인의 정책 방향이 물가를 끌어올리는 방향으로 움직일 가능성이 있고 이 때문에 단기금리가 좀 더 높게 유지될 것이라는 기대가 있다. 채권 시장 투자자들은 물가상승과 금리 상승에 대응하기 위해 더 큰 리스크 프리미엄을 요구하게 된다."

▶트럼프 당선인은 달러 약세를 희망하지만 현재는 강달러가 지속되고 있다.
"두 가지 요인을 고려해야 한다. 하나는 미국 경제가 더 좋은 성과를 낼 것인지다. 미국 경제가 성장하고, 금리가 오르고, 생산성이 더 향상되면 달러는 자연스레 강세를 띨 것이다. 또 상대적인 강세도 있다. 유럽중앙은행(ECB)이 앞으로 미국 중앙은행(Fed)보다 금리를 더 내릴 것이라는 전망이 있고 이는 유로화 대비 달러가 강세를 띠는 요인이다. 유로 대신 달러로 자금을 굴리면 수익률이 더 높을 것이기 때문이다."

▶관세의 영향은 어떻게 평가하나.
"그것도 달러 강세의 원인이다. 역사적으로 관세나 부가가치세 등 수입세가 미친 영향을 보면 세금을 부과하는 수입국의 통화가치가 강해지고 수출국의 통화가치는 약해진다. 트럼프 당선인이 스콧 베센트 키스퀘어 창업자를 차기 재무장관에 내정했을 때 달러가 약간 하락했는데 이는 관세 정책이 그렇게 강경하지 않을 수 있다는 인식이 반영됐기 때문이다. 정리하면, 미국의 경제적 우위가 지속될 것이라는 인식이 달러 강세의 기본 요인이고 관세 정책이 어느 정도나 강할 것인지에 대한 전망이 달러 강세를 강화시키거나 약화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관세 정책이 실제로는 어느 정도 강도로 진행될 것이라고 전망하는가.
"이번 선거 결과에서 확인할 수 있는 것은 미국 유권자들이 관세 정책을 어느 정도는 인정하고 있다는 점이다. 공화당은 물론 민주당 사람들도 냉전 이후 세계의 특징이었던 자유무역과 아웃소싱 증가 흐름에서 벗어나려는 움직임을 지지하고 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2016년에 당선되었을 때 이미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이 종료됐다. 미국은 더 이상 무역협정에 대한 열의가 없다. 누가 당선되었든지간에 이런 흐름은 계속되었을 것이다. 새로운 관세가 어떤 형태로, 어떤 강도로 진행될지는 지켜봐야 하지만, 글로벌 무역에 대한 장벽이 더 높아질 것은 확실하다."

▶트럼프 당선인이 관세를 어떤 형태로 도입할 것으로 예상하나.
"그는 취임 직후에 몇 가지 관세를 제안할 수 있다. 또 초기 제안보다 더 큰 '관세 패키지'가 내년 2분기 중에 제안될 것으로 본다."

▶왜 2분기일 것으로 생각하는지.
"적재적소에 사람을 배치하고 분석을 시작해서 정책 실행을 위한 절차를 시작하는 데 수 개월이 소요될 것이라고 보기 때문이다. 즉각 적용할 수 있는 '작은 관세정책'을 먼저 내놓을 것이고, 몇 달 동안 준비를 거쳐 더 큰 관세를 밢할 것이다. 내년 5월께 더 큰 발표가 있을 것이라고 예상한다."
제임스 토머스 칼라일 리서치부문장(아래)이 지난달 25일 한국경제신문과 화상으로 인터뷰하고 있다. /워싱턴=이상은 특파원
제임스 토머스 칼라일 리서치부문장(아래)이 지난달 25일 한국경제신문과 화상으로 인터뷰하고 있다. /워싱턴=이상은 특파원
▶이런 변화로 이익을 보게 되는 것은 누구일까.
"미국의 중소기업 주식(스몰캡)이 대기업 주식보다 더 상승률이 높다. 대기업은 해외 매출 비중이 높지만 중소기업은 내수에 주로 의존한다. 이들이 해외에서 생산된 수입품과 덜 경쟁해도 된다는 예상이 생긴 만큼, 더 뛰어난 성과를 거두는 것은 놀라운 일이 아니다."

▶관세정책을 도입하더라도 트럼프 2기 정부 동안 물가 상승률은 높지 않을 수 있다는 견해도 있다.
"관세 인상은 국내 수요와 판매가 국내 생산을 통해 충족되는 것을 바라는 것이다. 그런데 현재 미국 경제는 완전고용 상태이고 (해외 생산분을 대체할 정도로 추가 생산을 해낼 수 있는 노동시장의) 여유가 별로 없다. 물가상승 위험이 있을 수 있다."

▶트럼프의 당선으로 Fed가 통화정책을 변경할 것이라고 보는가.
"Fed가 현재 처한 상황을 보자면, 트럼프 대통령이 취임하기 전 상황에서도 물가상승률은 Fed가 선호하는 측정 기준에 의하면 2%보다 3% 쪽에 더 가깝다. 지난 21개월 동안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도 약 3%에 달했다. 현재의 금리 수준(연 4.5~4.75%)은 대체로 적절한 상황이다. 그리고 예측하기 어려운 정책 변화는 물가상승을 암시할 수 있고 Fed를 더 신중하게 만들 것이다. Fed가 보내는 신호는 12월에 일시적으로 (금리인하를) 멈출 것이라는 점이다. 이는 (금리인하를 기대했던 시장에) 추가적인 인상처럼 작용할 수 있다.

Fed는 내년에는 대기하며 관망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FOMC에 참여하는 정책결정자들이 보내는 신호는, 여전히 금리를 더 인하할 의도가 있지만, 더 신중해지고 있으며 후속 조치를 취하기 전에 인플레이션이 목표치로 하락하고 있다는 더 많은 증거를 데이터에서 보고 싶어한다는 것이다."
30일(미국 동부시간) 오후 3시 기준 시카고상품거래소의 12월 FOMC 통화정책 전망치. 0.25%포인트 인하 전망(66%)이 금리 인하 중단(34%)에 비해 더 높다. 제임스 토머스 칼라일 리서치부문장은 금리인하가 12월에 중단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CME 페드워치
30일(미국 동부시간) 오후 3시 기준 시카고상품거래소의 12월 FOMC 통화정책 전망치. 0.25%포인트 인하 전망(66%)이 금리 인하 중단(34%)에 비해 더 높다. 제임스 토머스 칼라일 리서치부문장은 금리인하가 12월에 중단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CME 페드워치
▶제롬 파월 Fed 의장에 대한 퇴임 압박은 어떻게 보는가.
"파월 의장의 임기는 2026년 2월에 끝난다. 그리고 통상 새 Fed 의장은 노동절(9월 1일) 이후에 임명된다. 내년 9~10월에는 새 의장이 임명된다는 얘기다. 트럼프 대통령은 1월20일에 취임할 것이고, 9개월쯤 후 새 의장을 임명하면 된다. 그리 오래 기다릴 필요가 없다. 트럼프 대통령은 분명 여러 뉴스거리와 토론거리를 많이 만들어내고 있지만 전형적인 절차대로 내년 9월초나 10월 초에 차기 의장을 임명하는 시나리오가 가장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

▶트럼프 당선인 취임 직후 우크라이나에 관해 트럼프 당선인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간의 합의가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중동 전쟁도 이스라엘과 헤즈볼라가 휴전을 선언하는 등 진전이 있을 수 있다. 이것이 투자시장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보는가.
"두 갈등이 신속하게 해결되기를 바란다. 하지만 시장에서의 위험 프리미엄이 이 위험을 충분히 보상하지 못할 수 있다는 우려가 있다. 지정학적 위험이 과소평가되고 있다는 게 나의 느낌이다. 예컨대 작년 3월8일 실리콘밸리은행(SVB)이 파했을 때 시장 참가자들은 2008년 금융위기가 재현될 것을 우려했고 자산시장은 큰 충격을 받았다. 그러나 우크라이나와 중동 전쟁이 자산시장에 미친 영향은 SVB의 파산보다도 적었다. 그 리스크가 훨씬 작아서 그런 게 아니고 시장참가자들이 이를 어떻게 평가해야 할지 잘 몰라서 그런 것이다. SVB 은행의 위험을 인식하고 안전자산에 투자하는 것은 누구나 할 수 있는 일이었던 데 비해 지정학적 위험에 대해서는 어떻게 대응해야 할지 알지 못하는 것이 문제다."

▶두 전쟁의 향방에 대해 전망하는 게 있는지.
"내 견해라기보다는 워싱턴의 전반적 견해는, 궁극적으로 어떤 형태로든 휴전이 이루어질 것으로들 본다. 1970년대 키프로스, 1953년의 한국처럼 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협상이 어떤 형태를 취할 것인지는 (트럼프 취임) 수 개월 내로 정리될 문제로 보인다. 완전한 평화조약보다는 휴전 같은 형태가 되고, 비무장지대 등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는 다른 사람들의 의견이고 개인적 관점은 아니다."

▶비트코인 가격이 최근 10만달러에 육박하고 있다. 암호화폐 시장의 전망에 대해 듣고 싶다.
"워싱턴 정가의 일반적인 견해는,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가 지금까지 디지털 자산에 대해 매우 회의적이었으나 앞으로는 암호화폐 등 다양한 형태에 더 개방적인 SEC로 대체될 것이라는 점이다. 이번 랠리의 대부분은 기본적으로 매우 반대했던 규제 기관이 더 많은 실험을 허용하는 규제 기관으로 바뀔 것이라는 기대 때문이라고 본다. 규제 역학의 변화가 가장 큰 동인이다.

그러나 두 번째 요인이 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미국 물가연동국채(TIPS) 시장과 금 가격 사이의 일반적인 관계가 무너졌다. 과거에는 이 두 자산은 동조화되어 매우 높은 상관관계로 움직였다(물가연동국채 가격 상승(수익률 하락)⇔금 가격 상승). 그러나 그 이후로(2022년 중순부터) TIPS의 실질 수익률이 상승(가격 하락)했는데, 금값이 하락하지 않고 상승했다. 이는 세계의 다른 외환보유액 관리자들, 특히 중국 등이 달러 및 국채에서 벗어나 금으로 보유액을 다각화하고 있다는 점을 반영한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국경 간 무역에서도 변화가 있었다. 한 국가가 다른 국가와의 무역에서 흑자를 내면 일반적으로 그 수입 잔액은 국채로 담보화됐다. 이제는 금이 담보 역할을 하는 것을 볼 수 있다. 비트코인 가격 상승의 일부는, 아마도 이런 비트코인이 국경 간 결제에서 더 큰 역할을 할 것이라는 추정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다른 계정, 국경 간 지불을 담보하거나 청산하는 방법에 대해 더 큰 실험이 있을 수 있다는 느낌도 있다. 이것이 (암호화폐 가치 상승의) 이야기의 한 부분이라고 본다."

워싱턴=이상은 특파원 se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