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시내 대형마트에 과자가 진열되어 있다. 사진=강은구 기자
서울 시내 대형마트에 과자가 진열되어 있다. 사진=강은구 기자
국내 제과 업계가 제품 가격을 높이고 있다. 이상 기후로 초콜릿 원료인 카카오 생산량이 급감하면서 값이 평년의 두 배 넘게 뛴 여파다.

1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오리온은 이날부터 13개 제품 가격을 평균 10.6% 인상한다. 초코송이와 비쵸비 가격은 20% 오른다. 투유 등 30%대 이상 가격 인상이 불가피한 일부 제품은 가격을 올리는 대신 당분간 공급을 중단하기로 했다.

"올해 가격 인상은 없다"던 대표의 말까지 뒤집고 오리온이 과자 가격을 올린 배경에는 서아프리카에 닥친 이상기후가 있다. 카카오 주요 산지인 가나와 코트디부아르에서 기록적인 폭우가 쏟아지고 가뭄과 병해가 심해지며 올해 카카오 농사가 초토화됐다. 이상기후로 원재료가 품귀 현상을 빚으면서 먹거리 가격이 치솟는 기후플레이션(기후+인플레이션)이 나타난 것이다.

해태제과도 초콜릿 원료 비중이 높은 홈런볼, 포키 등 10개 제품 가격을 이날 평균 8.6% 인상한다. 롯데웰푸드는 지난 6월 빼빼로와 가나 초콜릿 등 17종 제품 가격을 평균 12% 올렸다. 초콜릿 원료인 카카오 가격이 1년새 127% 상승했기 때문이다.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지난달 26일 카카오를 가공한 코코아 가격은 톤(t)당 9236달러(약 1291만원)를 기록했다. 평년과 비교하면 246% 높은 액수다.
사진=게티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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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기후는 커피 가격도 끌어올리고 있다. 주요 산지인 아프리카와 남미 등지가 기온 상승과 불규칙한 강우에 시달리면서 수확량이 급감했기 떄문이다. 지난달 25일 기준 아라비카 커피는 t당 7080달러(약 989만원)로 1년 전에 비해 86%, 평년 대비로는 117% 올랐다. 로부스타 커피도 5158달러(약 721만원)를 기록해 전년 대비 107%, 평년과 비교하면 189% 치솟았다.

재룟값 상승에 따라 동서식품은 지난달 15일부로 인스턴트 커피, 커피믹스, 커피음료 등 제품 출고 가격을 평균 8.9% 인상했다. 스타벅스 코리아도 지난 8월 커피 원두 가격 상승을 이유로 카페 아메리카노 그란데(473㎖), 벤티(591㎖) 사이즈와 원두 상품군(홀빈·VIA) 등의 가격을 올렸다.

팜유와 올리브유 가격도 상승세다. 팜유 가격은 최대 생산국인 인도네시아의 생산량이 이상 기후 여파로 감소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면서 오름세를 보이고 있다. 지난달 26일 기준 t당 1089달러(약 152만원)로 1년 전, 평년과 비교해 각각 19%, 21% 올랐다.

올리브유는 세계 최대 생산국 스페인의 가뭄으로 지난해 국제 가격이 치솟았다. 올해도 여름까지 가뭄이 들더니 지난 10월에는 1년 치 폭우가 8시간 만에 쏟아지면서 재차 수확량이 급감했다. 국제 올리브유 가격은 일찌감치 t당 1만 달러를 넘어섰다.

소비자들 사이에서 기후플레이션에 대한 우려가 커지자, 정부는 식품업계와 소통을 강화한다는 방침이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주요 원자재에 대한 시장 상황을 공유하고 가격 동향을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하는 한편, 기업의 애로 사항을 발굴하고 해결 방안을 강구하는 등 가공식품 물가 안정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오세성 한경닷컴 기자 ses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