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러스트=전희성 기자
일러스트=전희성 기자
비즈니스와 삶에서 우리가 원하는 것을 실현하면 얼마나 좋을까. ‘명확하게 표현하다’ ‘시현하다’는 뜻의 영어 단어 ‘매니페스트(manifest)’를 영국 케임브리지 사전이 올해의 단어로 선정했다. ‘원하는 무엇을 상상하면서 그것이 이뤄진다는 긍정적인 사고를 하면 실현될 확률이 높아진다는 믿음’으로 정의했다. 불확실성이 뉴노멀이 된 세상에서 ‘할 수 있다’는 사고를 불어넣으려는 의도였을까. 전쟁이 난무하는 가운데 많은 이들의 꿈이 좌절되는 것이 서러웠나. 정치인의 헛된 공약을 나무라고 제대로 된 약속 이행을 바라는 마음에서였을지도 모르겠다.

[비즈니스 인사이트] 2024 올해의 단어 '매니페스트'와 경영원칙
인생이나 비즈니스에서 목표를 정하고 이를 이루려고 노력해 원하는 바를 쟁취하는 것은 축복이다. 매니페스트가 올해의 단어로 선정되는 데 가수 두아 리파와 잉글랜드 축구 선수 올리 왓킨스의 영향력이 크다. 팝스타건 운동선수이건 유명인을 필두로 대중에게 이 단어가 널리 퍼진 것은 많은 사람이 역설적으로 그 어느 때보다 꿈의 실현과 멀어져 있는 것처럼 느껴진다.

우리 경제 상황과 비즈니스 여건은 매우 좋지 않다. 국제통화기금(IMF)이 내년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2.0%로 낮춰 잡았다. 코스닥시장 상장 기업의 올해 3분기까지 누적 순이익 규모는 1년 전과 비교해 30% 가까이 급감했다. 20대 청년층의 일자리 수가 줄어들면서 취업준비생들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주문이라도 외워 마음속에 담은 꿈을 이루겠다는 의지를 불태우지 못한다면 얼마나 서글플까. 매니페스트와 관련한 기업의 사안을 분석해 보자.

첫째, 꿈은 경험과 상상력이 노력과 결합해 이뤄지는 경우가 많다. 상상력이 기술 개발과 창조의 원천이지만 진정한 관찰의 힘에 기초하지 않으면 자칫 망상에 이를 수 있다. 재원도 없이 남발하는 정치인의 공약이나 양산과 괴리가 큰 시제품 개발은 매니페스트 단계와는 거리가 있다. 비즈니스 천재들의 위대한 상상력은 작은 관찰 습관에서 시작됐다. 본질을 들여다보는 능력이 남달랐던 스티브 잡스, 진득하게 시장을 지켜보며 저평가된 기업을 살펴보는 워런 버핏, 보이는 것 너머까지 바라본 레오나르도 다빈치. 이들은 모두 그들만의 특별한 관찰 습관이 있었다. 부단한 관찰에 기초하지 않은 헛된 상상은 매니페스트와 거리가 있다. 잘못된 신념, 틀린 사실이나 현실에 기초하지 않은 내용으로 사업을 한다면 좌초하기 쉽다.

둘째, 공이 머무는 곳보다 공이 가는 곳을 바라봐야 목표를 이룰 수 있다. 아이스하키에서 공을 퍽이라고 한다. 파이낸셜타임스는 글로벌 시가총액 1, 2위를 다투는 엔비디아의 젠슨 황 최고경영자(CEO)를 반도체 시장에서 ‘퍽이 어디로 갈지’를 명확하게 이해하는 사람이라고 평가했다. 때로는 궤도를 약간 이탈해도 그의 오랜 경험은 삶과 비즈니스의 지향점을 온전히 바라보고 간다는 말이다. 전설적인 아이스하키 선수 웨인 그레츠키는 “나는 퍽이 있는 곳이 아니라 퍽이 가야 할 곳으로 움직인다”고 했다. 아이스하키팀을 이끄는 리더는 상대편과 퍽을 차지하려는 다툼보다는 퍽이 튀어서 어디로 향할지에 주목한다. 그래야만 상대보다 퍽을 먼저 잡아 골대를 향해 샷을 날릴 수 있다. 기업의 수장은 퍽이 향하는 곳을 정확히 알아야 한다. 하루같이 달라지는 기업 환경에서 혁신에서 멀어진 기업은 난파선에 올라탄 것이나 마찬가지다.

셋째, 비즈니스를 하다 보면 이런저런 위기에 부닥치는 경우가 많다. 위기관리를 잘해야 성공할 수 있다. 위기관리는 예방-준비 및 실행-회복의 영역으로 구분된다. 가장 성공한 위기관리는 위기 자체가 발생하지 않는 것이다. 갑작스러운 위기에 완벽하게 대처할 기업은 없다. 위기를 제대로 관리하지 못하는 것보다 이전의 위기관리에서 교훈을 얻지 못해 반복하는 것이 더 나쁘다. 기업의 최고경영자가 회복 탄력성이 높다면 그 기업은 매니페스트와 더욱 가까워진다고 하겠다.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47대 대통령으로 당선된 이후 ‘협상 혹은 거래의 기술’에 대한 논의가 세상을 휩쓸고 있다. 세계는 원래 거대한 협상 테이블이다. 비즈니스의 8할이 협상이기에 협상 능력이 기업의 성공과 실패를 좌우한다. 우리 기업과 나라를 옥죄는 한 건 한 건이 테이블에 올라갈 차례가 다가온다. 그럴수록 희망을 잃지 말고 성공을 담보하기 위해 매니페스트 원리를 꼼꼼히 생각해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