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100개 대표주로 구성한 ‘코리아 밸류업 지수’ 편입 종목의 주가가 업권별로 극명하게 엇갈리고 있다. 엔터테인먼트주와 고배당 소비재주는 약진했지만, 미국발 불확실성에 직면한 반도체 관련주와 코스닥 대표 종목은 지수의 발목을 잡고 있다. 최근 인수합병(M&A) 등 주요 의사결정에서 논란을 불러일으킨 종목도 시장의 외면을 받고 있다.
코스피보다 선방한 밸류업…엔터·소비재가 주도

밸류업 지수, 코스피지수 대비 ‘선방’

1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코리아 밸류업 지수는 지난달 29일 0.94% 내린 954.27에 거래를 마쳤다. 지수 공표일(9월 30일) 기준으로 3.82%, 편입 종목 공개일(9월 24일)부터는 4.25% 떨어졌다. 거래소는 지수 공표일 이전 일자도 지수 종가를 역으로 추산해 공개하고 있다.

지표가 마이너스를 나타냈지만, 같은 기간 코스피지수(-6.68%)보다는 선방했다. 편입된 9대 업종 중 커뮤니케이션 서비스 분야 종목의 성적이 준수했던 영향이다. 이 분야 종목은 평균 24.98% 올랐다. 소속 아티스트의 활동 재개로 실적 기대가 높아진 JYP엔터테인먼트(57.36%), SM엔터테인먼트(37.89%) 등 엔터주 상승률이 높았다. 엔씨소프트(23.44%)도 일조했다. 남효지 SK증권 연구원은 엔씨소프트에 대해 “강도 높은 구조조정과 개발조직 분할 결정이 비용 감소와 게임 질 개선 효과를 부를 것”이라고 평가했다. 필수소비재 기업도 평균 4.54% 뛰었다. KT&G(13.09%) 오리온(11.4%) 등 경기 상관없이 이익이 꾸준하고 배당성향이 높아진 상장사들이 성과를 냈다. 커피믹스 수출설로 동서는 49.87% 뛰었다.

전체 지표의 발목을 잡은 업종은 정보기술(24종목)로 나타났다. 평균 등락률은 -17.66%에 달했다. 한미반도체(-29.36%) 하나머티리얼즈(-25.45%) DB하이텍(-21.89%) 등 반도체 관련 종목이 모두 부진했다. 시가총액 1위 삼성전자도 이 기간 14.24% 내렸다. 이승우 유진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고대역폭메모리(HBM)에서 드러난 경쟁력 약화는 ‘기술의 삼성’이라는 이미지를 훼손했다”고 설명했다.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의 대선 승리로 금리 인하 전망이 불투명해지면서 헬스케어(12종목)도 -7.27%로 흔들렸다.

소액주주 반발 산 종목 급락

시장별로는 코스닥 종목의 주가가 저조했다. 100대 종목 중엔 코스닥시장 종목이 33개, 유가증권시장 종목이 67개다. 편입 종목 공개일 이후 코스닥 33개 종목 중에선 25개(75.76%)가 내렸다. 46개(68.66%)를 기록한 유가증권시장보다 비중이 컸다. 평균 주가 하락률도 -8.44%로 유가증권시장(-4.08%)의 두 배 수준이었다. 인쇄회로기판(PCB)을 만드는 심텍(-41.04%), 반도체 부품 세정업체 코미코(-36.74%), 보톡스 기업 메디톡스(-32.16%) 등이 많이 떨어졌다. 한 자산운용사 대표는 “코스닥시장은 거래량 자체가 말라 낙폭이 클 수밖에 없다”고 했다.

소액 주주 반발을 산 종목들은 ‘낙제점’을 받았다. 지난달 8일 ‘기습 유상증자’로 논란이 불거진 이수페타시스(-43.54%)는 전체 편입 종목 중 주가 하락 폭이 가장 컸다. 2차전지업체 M&A를 위해 증자를 택한 이수페타시스는 공시 나흘 전까지도 “정해진 바 없다”고 설명하다가, 휴일을 앞둔 저녁 시간에 ‘올빼미 공시’를 해 여론의 뭇매를 맞았다. HS효성첨단소재(-38.17%)와 효성티앤씨(-30.61%)도 하락 폭이 상대적으로 컸다. 효성화학 특수가스사업부 매각이 무산되자 계열사가 이를 떠안을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오면서 투자심리가 악화했다.

한편 한국거래소는 이달 6일까지 밸류업 계획을 공시한 기업을 대상으로 밸류업 지수 신규 편입 여부를 심사한다. 기존 지수 구성 종목에 대해 시장에서 비판이 나오자 신뢰도를 끌어올리기 위해 특별 편입을 실시하는 것이다.

이시은 기자 s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