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찬밥 신세' 여성 천문학자, 은하 넘어의 은하를 발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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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일런트 스카이
망원경 못쓰는 성차별 견디며
상상 초월하는 우주 크기 증명
안은진, 7년 만에 연극 무대로
망원경 못쓰는 성차별 견디며
상상 초월하는 우주 크기 증명
안은진, 7년 만에 연극 무대로
“우리는 남자들이 만질 수 있는 망원경을 쓸 수 없어요. 그런데 인류의 정신에는 성별이란 게 없고, 저 하늘도 성별을 안 가린다고요.”
지난달 29일 서울 명동예술극장에서 개막한 국립극단 연극 ‘사일런트 스카이’는 20세기 초 천문학자 헨리에타 레빗의 이야기를 다룬 작품이다. 배우 안은진이 7년 만에 연극 무대에 복귀하며 화제를 모았다.
미국 하버드대 천문대에서 일하는 헨리에타는 대형 굴절 망원경으로 천체를 관찰하고 싶지만 계산원 신세가 된다. 남자 동료 피터 쇼는 여성을 ‘컴퓨터’라고 부르며 남자들이 촬영한 별의 좌표 기록을 받아 적기만 하라는 투다. 같은 여성 동료인 애니 캐넌도 충고한다. “이 일 할 수 있겠어요? 이 일에는 일관성이 필요해요. 창의성이 아니라.”
헨리에타는 낮에 별의 좌표를 기록하면서도 밤에는 시간에 따라 밝기를 달리하는 세페이드 변광성의 변화를 연구한다. 연구실 동료 애니와 윌러미나도 점차 그녀의 열정에 동화되고 오만했던 피터 쇼도 헨리에타를 향한 연정을 품게 된다. 헨리에타는 역경에 굴하지 않고 자신만의 연구를 발전시켜 나간다. 동생 마거릿의 피아노 연주로 별들의 밝기와 음계의 유사성을 터득한 그는 마침내 변광성의 밝기로 멀리 떨어진 은하까지 거리를 측정하는 방법을 세계 최초로 발견해낸다.
‘사일런트 스카이’는 여성 캐릭터를 중심으로 천체물리학과 음악을 엮어내면서 탄탄한 서사를 마련했다. 무대 단차를 사용해 세 가지 공간을 보여준 점도 탁월했다. 바닥은 ‘천문학 연구실’ 중간 층은 ‘헨리에타의 집’ 그리고 가장 위쪽은 ‘여객선’이라는 공간으로 활용됐다. 조명이 사라져도 무대 위 별들이 빛나는 연출도 눈길을 사로잡는 요소였다.
윌러미나와 애니 역할의 박지아와 조승연은 또렷한 대사 전달과 연기력으로 작중 인물을 고스란히 구현했다. 웃음을 유발하는 유머 섞인 대사도 자연스러웠다. 주인공 안은진은 무난한 연기력을 보여줬지만 완급 조절이 다소 부족해 보였다. 첫 공연의 긴장 때문일까. 목소리가 작았고 지속적인 떨림이 묻어났다. 무대 양쪽 화면으로 한글 자막을 보여준 것은 몰입을 방해하는 부작용도 일으켰다.
연극은 별 속에 파묻히는 듯한 연출로 마무리된다. 헨리에타의 발견과 그의 치열한 인생에 깊은 여운을 남기는 대목이다. 헨리에타의 발견 전까지 학계는 다른 은하의 존재를 인정하지 않았다고 한다. 하지만 그의 발견으로 우주는 밝혀진 것보다 광활하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공연은 12월 28일까지 한 달간 여정을 이어간다.
이해원 기자 umi@hankyung.com
지난달 29일 서울 명동예술극장에서 개막한 국립극단 연극 ‘사일런트 스카이’는 20세기 초 천문학자 헨리에타 레빗의 이야기를 다룬 작품이다. 배우 안은진이 7년 만에 연극 무대에 복귀하며 화제를 모았다.
미국 하버드대 천문대에서 일하는 헨리에타는 대형 굴절 망원경으로 천체를 관찰하고 싶지만 계산원 신세가 된다. 남자 동료 피터 쇼는 여성을 ‘컴퓨터’라고 부르며 남자들이 촬영한 별의 좌표 기록을 받아 적기만 하라는 투다. 같은 여성 동료인 애니 캐넌도 충고한다. “이 일 할 수 있겠어요? 이 일에는 일관성이 필요해요. 창의성이 아니라.”
헨리에타는 낮에 별의 좌표를 기록하면서도 밤에는 시간에 따라 밝기를 달리하는 세페이드 변광성의 변화를 연구한다. 연구실 동료 애니와 윌러미나도 점차 그녀의 열정에 동화되고 오만했던 피터 쇼도 헨리에타를 향한 연정을 품게 된다. 헨리에타는 역경에 굴하지 않고 자신만의 연구를 발전시켜 나간다. 동생 마거릿의 피아노 연주로 별들의 밝기와 음계의 유사성을 터득한 그는 마침내 변광성의 밝기로 멀리 떨어진 은하까지 거리를 측정하는 방법을 세계 최초로 발견해낸다.
‘사일런트 스카이’는 여성 캐릭터를 중심으로 천체물리학과 음악을 엮어내면서 탄탄한 서사를 마련했다. 무대 단차를 사용해 세 가지 공간을 보여준 점도 탁월했다. 바닥은 ‘천문학 연구실’ 중간 층은 ‘헨리에타의 집’ 그리고 가장 위쪽은 ‘여객선’이라는 공간으로 활용됐다. 조명이 사라져도 무대 위 별들이 빛나는 연출도 눈길을 사로잡는 요소였다.
윌러미나와 애니 역할의 박지아와 조승연은 또렷한 대사 전달과 연기력으로 작중 인물을 고스란히 구현했다. 웃음을 유발하는 유머 섞인 대사도 자연스러웠다. 주인공 안은진은 무난한 연기력을 보여줬지만 완급 조절이 다소 부족해 보였다. 첫 공연의 긴장 때문일까. 목소리가 작았고 지속적인 떨림이 묻어났다. 무대 양쪽 화면으로 한글 자막을 보여준 것은 몰입을 방해하는 부작용도 일으켰다.
연극은 별 속에 파묻히는 듯한 연출로 마무리된다. 헨리에타의 발견과 그의 치열한 인생에 깊은 여운을 남기는 대목이다. 헨리에타의 발견 전까지 학계는 다른 은하의 존재를 인정하지 않았다고 한다. 하지만 그의 발견으로 우주는 밝혀진 것보다 광활하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공연은 12월 28일까지 한 달간 여정을 이어간다.
이해원 기자 um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