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허문찬 기자
사진=허문찬 기자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SK와 SK디스커버리 간 인사 교류를 확대하는 방식으로 임원 인사를 단행할 것으로 알려졌다. 각각 최 회장과 최창원 부회장이 최대주주인 ㈜SK와 SK디스커버리는 SK라는 이름만 공유할 뿐 지분 관계가 없는 다른 계열의 기업 집단이다. 그동안 독립 경영을 강조하던 양측의 인사 교류는 이례적인 일로 평가된다. 최 회장의 사촌 동생인 최 부회장이 올초부터 ㈜SK의 ‘두뇌’ 조직인 SK수펙스추구협의회 의장직을 맡은 뒤 둘 사이에 시너지를 강화하는 전략으로 선회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례적인 핵심 임원 교류

1일 산업계에 따르면 SK그룹은 이 같은 내용의 정기 임원인사를 오는 5일 단행할 계획이다. ㈜SK 최고재무책임자(CFO·사장) 자리엔 SK디스커버리 계열사의 최고위 임원이 발령받을 것으로 알려졌다. SK디스커버리는 SK케미칼, SK가스, SK바이오사이언스 등을 계열사로 거느린 지주사로, 최 부회장이 지분을 40% 보유하고 있다.
SK '파격 인사'…최태원·최창원 계열사 임원 맞바꾼다
㈜SK는 투자형 지주사로, SK그룹 전반의 투자를 관장하고 있다. 또한 SK이노베이션, SK텔레콤, SK하이닉스 등 주요 계열사의 재무 상태를 관리한다는 점에서도 핵심 보직이다. 그런 의미에서 ㈜SK의 CFO 자리엔 ‘금고지기’라는 별칭이 붙는다. 이 자리에 SK디스커버리 계열사 임원이 온다는 것만으로도 그룹 내 파장이 예상된다.

이와 함께 ㈜SK의 밑그림을 총괄하는 SK수펙스추구협의회의 현직 전략 담당 임원이 SK디스커버리 계열의 주요 보직에 발령받을 것으로 전해졌다. 그룹의 전략 방향을 책임지는 최창원 의장의 최측근 전보는 SK그룹의 리밸런싱과 ‘OI(운영 개선)’의 방향을 계열사 전반에 뿌리내리려는 전략으로 해석된다.

㈜SK와 SK디스커버리는 지분 관계는 없지만 최 회장의 사촌 동생인 최 부회장이 SK디스커버리를 이끌고 있다는 점에서 ‘SK 멤버사’로 분류된다. SK 브랜드명을 공유하면서도 ‘따로 또 같이’라는 SK의 철학을 공유하는 계열사라는 의미다. 최 의장은 연초에 “올해까지만 의장직을 수행하겠다”고 밝혔지만, 그룹의 사업 재편이 당분간 필요하다는 판단에 따라 임기를 연장할 것으로 알려졌다.

○사장단 인사는 소폭 전망

사진=연합뉴스
사진=연합뉴스
SK그룹은 ‘사업 리밸런싱’을 위해 주요 계열사 사장단 인사를 연중에 지속적으로 단행했다. 연말 사장단 인사를 하던 SK그룹으로선 이례적인 선택이었다. SK에코플랜트, SK이노베이션, SK스퀘어의 사장직을 교체한 게 대표적이다. 5일 발표될 다른 주요 계열사 사장단 인사는 소폭의 교체가 이뤄질 것이라는 게 그룹 안팎의 중론이다.

유영상 SK텔레콤 사장, 박원철 SKC 사장, 추형욱 SK이노베이션 E&S 사장은 유임될 가능성이 높다. 관건은 최 회장이 강조하는 인공지능(AI) 사업을 제대로 수행했느냐다. 유 사장은 그룹 내 AI 관련 사업에서 첨병 역할을 하고 있다. 박 사장은 ‘AI 반도체’의 핵심 사업인 유리 기판 분야를 육성하고 있다는 점에서 유임 가능성이 예상된다. 추 사장은 SK이노베이션과 E&S의 합병을 무난하게 이끈 성과를 인정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SK그룹은 주요 계열사의 조직을 축소해 경영 효율화에 나선다. 정유, 석유화학, 배터리 자회사를 거느린 SK이노베이션이 대표적이다. SK이노베이션은 유연근무제, 재택근무 등 기존 제도를 사실상 폐지한 것으로 전해졌다. 다음달 있을 인사 및 조직개편을 통해 임원 자리를 축소하고, 조직을 통폐합한다는 구상이다.

SK 사정에 밝은 업계 관계자는 “SK수펙스추구협의회 등 지원·전략·투자 조직을 슬림화할 것”이라며 “계열사 임원 교환, 조직 축소 등으로 그룹 내 새바람이 불 것”이라고 말했다.

김형규/성상훈 기자 kh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