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은 기사와 무관함.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사진은 기사와 무관함.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아이가 수업 시간에 가만히 있지 못하고, 일어나고 떠들어 산만하다는 평가를 받습니다. 선생님께 여러 번 전화도 오고요. 검사를 받고 싶은데, 남편이 돈 드는 데 왜 쓸데없이 그런 거를 하냐고 하네요."

최근 온라인에서 아동 학대가 아니냐는 말이 나오면서 소소하게 화제가 됐던 한 엄마의 사연이다. 아이의 증상이 ADHD로 의심되지만, 남편의 거부로 제대로 된 진단도 받아보지 못했다는 내용에 안타깝다는 반응이 줄을 이었다. 실제로 아이가 정신적으로나 정서적으로 문제가 있어 보이는 상황이지만, 부모의 방치와 거부로 제대로 치료받지 못하는 '위기 학생'이 늘어나고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2일 교육계에 따르면 심리·정서적 어려움, 학교폭력, 아동학대, 경제적 문제 등이 복합돼 어려움을 겪는 학생임에도 보호자의 무관심과 거부로 지원 사각지대에 놓이는 경우가 적지 않다. 학교 등에서 상담을 지원해줄 수 있으나 의료 등 전문기관의 개입을 위해선 보호자 동의가 필수적인 현행 제도 탓이다.

교육부는 이에 '학생 맞춤 통합지원법안'에 '긴급 지원' 조항을 추가해 입법을 시도했다.

법안에는 기관별 분절적으로 이뤄지던 지원을 통합적으로 연계해 학생 개인 상황에 적합한 여러 지원이 적기에 이뤄질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을 담았다. 특히 '긴급 지원' 조항의 경우 필요한 경우 보호자 동의 없이 학생 동의만으로, 다른 학생의 학습 등을 현저하게 위협할 수 있는 상황에선 학생과 보호자 모두의 동의 없이도 여러 정책을 지원할 수 있다는 내용을 담았다.

그러나 이 조항에 대해 보호자 친권을 지나치게 제약할 수 있다는 반발이 나왔고, 결국 이 부분은 삭제된 채 국회 교육위원회 문턱을 넘었다. 통과된 법안에는 교육감, 교육장, 학교장이 학생 맞춤 통합지원을 하려는 경우 학생과 보호자의 동의를 받아야 한다고 명시돼 있다.

이에 대해 학교 현장에서는 긴급 지원 조항이 빠져 아쉽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교육 담당자들이 보호자에게 "병원 등의 개입이 필요하다"고 치료를 제안해도 안가는 경우가 많다는 것. 중증도의 정신과 약을 먹으면 멍해지는 부작용이 있다 보니 자녀 공부를 위해 약을 못 먹게 하는 경우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면서 위기 학생이라도 조기에 개입하면 대인관계, 삶의 질, 기능이 훨씬 좋아지는 경우가 많다면서 긴급 지원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교육부는 학생 맞춤 통합지원 체계를 조속히 구축하기 위해 긴급 지원 조항을 제외한 법안 통과를 우선한 것으로 알려졌다. 추후 학교 현장과 소통하며 긴급 지원을 추가할 수 있도록 보완 입법을 추진한다는 입장이다.

김소연 한경닷컴 기자 sue12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