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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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켓PRO] 회사채 활황이라는데…'한전채' 눈치 보는 이유 [류은혁의 채권 투자 교과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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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권 투자 교과서 <13>

분석편, 한전채와 회사채 시장
21차례 걸쳐 총 11조8400억원어치 한전채 발행

4분기 회사채 시장도 활황…작년 동기比 2배
연말 만기 도래하는 공사채 31조 달해
불똥 우려…한전채 시중자금 빨아들이는 '블랙홀'


공격적인 투자 성향을 지닌 개인투자자들은 금리가 더 높은 회사채에 몰려가고 있다. 금리가 내리자 회사채 발행도 쏟아진다. 4분기에만 작년 2배가 넘는 규모의 회사채 발행이 이뤄졌다. 회사채 시장에서 공급과 수요가 늘어나는 가운데 한국전력 채권(한전채)이 변수로 떠오른다. 한전채 등 신용등급 AAA급 우량채가 시장 투자금을 흡수하면서 상대적으로 신용도가 낮은 회사채들은 투자 수요를 확보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다.

한전채 11兆 넘게 쏟아져

2일 금융투자협회 채권정보센터에 따르면 한국전력공사는 6월 14일부터 지난달 25일까지 21차례에 걸쳐 총 11조8400억원어치의 한전채를 발행했다. 6월 발행 재개 후 매달 평균 2조원 가까운 한전채를 찍어낸 셈이다. 오는 12월까지 만기가 도래하는 한전채 규모는 11조3000억원 수준이다. 새로 발행된 한전채는 대부분 만기 도래하는 한전채 차환에 사용된다.

한전은 지난 2022년 무려 30조가 넘는 공사채를 발행하면서 채권시장의 자금을 빨아들이는 '블랙홀'로 불렸다. 당시 연간 영업손실이 별도기준 34조원에 육박하는 등 대규모 적자가 발생하면서 외부 차입에 의존할 수밖에 없었다.

국채와 다름없는 신용등급을 보유한 한전채가 쏟아지면 일반 회사채 입지는 위축될 수밖에 없다. 한전채는 정부가 보증을 서는 AAA급 초우량채다. 사실상 부도날 가능성이 제로에 가깝다. 2022년 당시 이런 초우량채가 시장에 쏟아져 나오면서 시장 유동성을 대거 흡수했다.

회사채 발행 늘었지만

이번에도 일반 회사채에 불똥이 튈 가능성이 있다. 올해 4분기에만 작년 두 배가 넘는 규모의 회사채 발행이 이뤄졌다. 지난 10월부터 지난달 27일까지 회사채 총 발행액(공사모 포함)은 14조1131억원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4분기(6조9976억원)와 비교했을 때 두 배 이상 규모다. 특히 분기별로는 올해 3분기(13조1318억원) 발행액을 넘어섰다.

연말 회사채 시장은 기관투자가들의 '북 클로징(회계장부 마감)'에 따라 유동성이 감소하는 것과 달리 이례적인 모습이다. 금리 인하로 인해 우호적인 수급 여건이 마련된 데다 기업들이 저금리로 차환하려는 움직임이 강해지면서다. 기준 금리가 내려가면서 회사채 투자 매력이 높아지자 기관들의 북 클로징 자체가 늦춰지고 있단 설명이 나온다.

회사채 투자심리를 가늠할 수 있는 크레딧 스프레드도 하락세다. 지난달 중순 3년 만기 국고채와 회사채(무보증·AA-) 간 금리 차이를 일컫는 크레딧 스프레드는 56.7bp(1bp=0.01%포인트)를 기록했다. 일반적으로 스프레드가 축소되는 연초에 75bp까지 올랐던 것과 대비된다. 지난달 스프레드가 가장 확대됐을 때도 57.4bp에 불과했다.

회사채 스프레드가 축소된 배경에는 최근 채권시장으로 자금이 유입되면서 양호해진 수요 여건이 자리한 것으로 보인다. 스프레드가 축소됐다는 건 그만큼 회사채의 인기가 높아졌다는 뜻이다. 여기에 미국 대선에 대한 불확실성이 해소된 점도 회사채 강세에 한몫하고 있다고 증권가는 분석한다.

한전채 눈치

하지만 상당수 채권 전문가들은 한전채를 포함해 공사채 물량이 쏟아진다는 점에서 이들이 일반 회사채 수요를 빨아들여 채권 가격 전체의 하락을 부추길 수 있다고 우려한다.

한 투자은행(IB) 관계자는 "한전채 차환 물량이 쏟아지면 일반 회사채의 입지는 위축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류은혁 기자 ehryu@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