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시가 과대평가한 과세당국…법원 "증여세 부과 취소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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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교표준지보다 접근성, 토지형태 열악
당국 의뢰 기관 평가액 106억은 '과도'
87억 산정한 납세자 측 가액 인정
당국 의뢰 기관 평가액 106억은 '과도'
87억 산정한 납세자 측 가액 인정
증여 부동산의 시가 산정을 위한 감정평가 결과를 두고 과세당국과 납세자가 벌인 소송에서 법원이 납세자의 손을 들어줬다. 과세당국 의뢰 감정기관과 달리 비교 대상 토지에 비해 접근성이 열악한 특성 등을 고려해 시가를 산정한 납세자 의뢰 감정기관의 평가가액을 정당한 시가로 봐야 한다는 취지다.
2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행정법원 행정4부(재판장 김정중 부장판사)는 A씨 외 5명이 강남세무서장을 상대로 제기한 증여세부과처분취소 소송에서 원고 일부 승소로 판결했다. 재판부는 "원고가 의뢰한 감정기관의 감정가액 평균액으로 산정한 각 세액을 초과하는 부분을 취소하라"고 판시했다.
원고들은 서울 강남구에 있는 한 꼬마빌딩 지분 절반을 소유하고 있는 할머니로부터 해당 지분의 6분의 1씩 증여받았다. 원고들은 증여 부동산의 가액을 66억원으로 평가한 뒤 각 증여재산의 가액을 11억원으로 계산해 증여세를 신고·납부했다.
이후 서울지방국세청이 원고들에 대한 세무조사를 실시하면서 A·B 감정평가법인에 증여 부동산의 감정평가를 의뢰한 결과 두 법인의 감정가액 평균액은 106억5000만원이었다. 반면 원고들이 의뢰한 C·D 감정평가법인이 평가한 감정가액의 평균액은 87억4000만원으로 비교적 낮았다.
A 법인과 B 법인은 감정가액 단가를 산정하기 위한 비교표준지가 같고, 요인별 격차율도 거의 비슷했던 만큼 감정가액도 약 106억원으로 거의 일치했다.
반면 C 법인의 경우 A·B 법인과 비교표준지는 같았지만, 요인별 격차율이 비교적 낮았기 때문에 감정가액은 약 87억8000만원으로 낮게 산정됐다. 다른 법인과 달리 거래사례비교법에 따라 감정가액을 산정한 D 법인의 감정가액은 86억9000만원으로 C 법인과 비슷했다.
서울지방국세청은 4개 법인 감정가액을 모두 시가로 인정할 수 있다는 평가심의위원회의 심의 결과를 바탕으로 평균액인 96억9000만원을 기준으로 원고들에게 증여세 각 2억5800만원을 부과했다.
이에 원고들은 "과세당국이 임의로 감정평가 대상을 선정해 납세자의 증여재산에 대해 감정평가하는 것은 조세법률주의와 조세평등주의에 위반된다"며 소송을 제기했다. 원고들은 "과세당국 의뢰 감정기관의 감정가액이 '시가'에 해당하지 않으며 시가 산정 방식도 잘못됐다"고 주장했다.
법원은 과세당국이 관련 법이 정한 요건과 방식에 따라 감정기관에 증여재산에 대한 감정을 의뢰하는 것은 법에 어긋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시장에서 성립된 거래가액이 존재하지 않는 상황일 경우 객관적이고 합리적인 평가를 통해 증여재산의 객관적 교환가치를 적정하게 반영하고 있다면 이를 증여재산의 가액(시가)으로 인정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과세당국이 임의로 감정평가 대상 부동산을 선별해 증여세를 과세함으로써 특정 납세자를 불리하게 차별하거나 우대하고 있다고 볼 수 없다"고 덧붙였다.
한편 대법원 판례는 '감정 결과에 차이가 생긴 경우 감정평가의 내용에 오류가 있음을 인정할 자료가 없는 이상, 각 감정평가 중 어느 것을 더 신뢰하는가는 사실심법원의 재량에 속한다'고 보고 있다. 또 '과세처분 취소소송에서 과세요건사실의 존부 및 과세근거로 되는 과세표준의 증명책임은 과세관청에 있다'는 판례도 최근 내놓았다.
이 같은 법리에 비춰 재판부는 "원고들의 감정가액이 과세당국의 감정가액보다 부동산의 객관적 교환가치를 더 적정하게 반영하고 있다고 볼 여지가 있다"고 밝혔다.
구체적으로 과세당국 의뢰 감정기관 두 곳은 개별 요인별 격차율로 가로조건은 0.97~0.98로, 접근조건과 환경조건을 1.00으로, 획지조건을 0.95로 평가했다.
반면 C 법인은 가로조건을 0.95로, 접근조건을 0.98로, 환경조건과 획지조건을 0.90으로 비교적 낮게 평가했다.
이에 대해 재판부는 "피고는 감정기관이 평가한 개별요인이 C 법인이 평가한 개별요인보다 더 적정하다는 점에 대해 아무런 주장·증명을 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 사건 토지는 비교표준지에 비해 도로조건과 지하철역 접근조건이 열세이고, 사다리꼴 모양으로 장방형 토지인 비교표준지보다 형상도 열세"라며 "개별 요인 격차율을 비교적 낮게 정한 C 법인과 이와 동일한 토지 단가를 산정한 D 법인이 객관적 교환가치를 더 적정하게 평가했다고 볼 여지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에 재판부는 원고 의뢰 감정기관의 감정가액 평균액으로 산정한 세액 1억7800만~1억8100만원만 증여세로 과세해야 한다고 판결했다.
1심 판결에 불복한 과세당국은 서울고법에 항소장을 제출했다.
민경진 기자 min@hankyung.com
2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행정법원 행정4부(재판장 김정중 부장판사)는 A씨 외 5명이 강남세무서장을 상대로 제기한 증여세부과처분취소 소송에서 원고 일부 승소로 판결했다. 재판부는 "원고가 의뢰한 감정기관의 감정가액 평균액으로 산정한 각 세액을 초과하는 부분을 취소하라"고 판시했다.
원고들은 서울 강남구에 있는 한 꼬마빌딩 지분 절반을 소유하고 있는 할머니로부터 해당 지분의 6분의 1씩 증여받았다. 원고들은 증여 부동산의 가액을 66억원으로 평가한 뒤 각 증여재산의 가액을 11억원으로 계산해 증여세를 신고·납부했다.
이후 서울지방국세청이 원고들에 대한 세무조사를 실시하면서 A·B 감정평가법인에 증여 부동산의 감정평가를 의뢰한 결과 두 법인의 감정가액 평균액은 106억5000만원이었다. 반면 원고들이 의뢰한 C·D 감정평가법인이 평가한 감정가액의 평균액은 87억4000만원으로 비교적 낮았다.
A 법인과 B 법인은 감정가액 단가를 산정하기 위한 비교표준지가 같고, 요인별 격차율도 거의 비슷했던 만큼 감정가액도 약 106억원으로 거의 일치했다.
반면 C 법인의 경우 A·B 법인과 비교표준지는 같았지만, 요인별 격차율이 비교적 낮았기 때문에 감정가액은 약 87억8000만원으로 낮게 산정됐다. 다른 법인과 달리 거래사례비교법에 따라 감정가액을 산정한 D 법인의 감정가액은 86억9000만원으로 C 법인과 비슷했다.
서울지방국세청은 4개 법인 감정가액을 모두 시가로 인정할 수 있다는 평가심의위원회의 심의 결과를 바탕으로 평균액인 96억9000만원을 기준으로 원고들에게 증여세 각 2억5800만원을 부과했다.
이에 원고들은 "과세당국이 임의로 감정평가 대상을 선정해 납세자의 증여재산에 대해 감정평가하는 것은 조세법률주의와 조세평등주의에 위반된다"며 소송을 제기했다. 원고들은 "과세당국 의뢰 감정기관의 감정가액이 '시가'에 해당하지 않으며 시가 산정 방식도 잘못됐다"고 주장했다.
법원은 과세당국이 관련 법이 정한 요건과 방식에 따라 감정기관에 증여재산에 대한 감정을 의뢰하는 것은 법에 어긋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시장에서 성립된 거래가액이 존재하지 않는 상황일 경우 객관적이고 합리적인 평가를 통해 증여재산의 객관적 교환가치를 적정하게 반영하고 있다면 이를 증여재산의 가액(시가)으로 인정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과세당국이 임의로 감정평가 대상 부동산을 선별해 증여세를 과세함으로써 특정 납세자를 불리하게 차별하거나 우대하고 있다고 볼 수 없다"고 덧붙였다.
한편 대법원 판례는 '감정 결과에 차이가 생긴 경우 감정평가의 내용에 오류가 있음을 인정할 자료가 없는 이상, 각 감정평가 중 어느 것을 더 신뢰하는가는 사실심법원의 재량에 속한다'고 보고 있다. 또 '과세처분 취소소송에서 과세요건사실의 존부 및 과세근거로 되는 과세표준의 증명책임은 과세관청에 있다'는 판례도 최근 내놓았다.
이 같은 법리에 비춰 재판부는 "원고들의 감정가액이 과세당국의 감정가액보다 부동산의 객관적 교환가치를 더 적정하게 반영하고 있다고 볼 여지가 있다"고 밝혔다.
구체적으로 과세당국 의뢰 감정기관 두 곳은 개별 요인별 격차율로 가로조건은 0.97~0.98로, 접근조건과 환경조건을 1.00으로, 획지조건을 0.95로 평가했다.
반면 C 법인은 가로조건을 0.95로, 접근조건을 0.98로, 환경조건과 획지조건을 0.90으로 비교적 낮게 평가했다.
이에 대해 재판부는 "피고는 감정기관이 평가한 개별요인이 C 법인이 평가한 개별요인보다 더 적정하다는 점에 대해 아무런 주장·증명을 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 사건 토지는 비교표준지에 비해 도로조건과 지하철역 접근조건이 열세이고, 사다리꼴 모양으로 장방형 토지인 비교표준지보다 형상도 열세"라며 "개별 요인 격차율을 비교적 낮게 정한 C 법인과 이와 동일한 토지 단가를 산정한 D 법인이 객관적 교환가치를 더 적정하게 평가했다고 볼 여지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에 재판부는 원고 의뢰 감정기관의 감정가액 평균액으로 산정한 세액 1억7800만~1억8100만원만 증여세로 과세해야 한다고 판결했다.
1심 판결에 불복한 과세당국은 서울고법에 항소장을 제출했다.
민경진 기자 m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