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히트 상품을 최대 70% 할인하는 연중 최대 규모의 올영세일이 시작된 1일 서울 올리브영 명동점에서 외국인 관광객들과 쇼핑객들이 물건을 고르고 있다.  /사진=뉴스1
올해 히트 상품을 최대 70% 할인하는 연중 최대 규모의 올영세일이 시작된 1일 서울 올리브영 명동점에서 외국인 관광객들과 쇼핑객들이 물건을 고르고 있다. /사진=뉴스1
"외국인들의 쇼핑 장소가 시내 면세점에서 H&B 전문점 즉, 올리브영으로 바뀌고 있다."

유정현 대신증권 연구위원은 2일 대한상의 주최로 진행된 '2025 유통산업 전망 세미나'에 참석해 면세점 업계가 실적 부진을 겪는 반면 올해 올리브영 매출은 전년보다 30%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면서 이같이 말했다.

실제로 면세점 업황은 올해 극도로 악화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황선규 한국면세점협회 단장은 면세점 소비층이 소수의 대량구매자에서 개별 여행객으로 빠르게 전환되면서 식도락 여행, 유적지 방문 등 체험형 관광을 선호하는 추세라고 진단했다. 이에 따라 외국관광객이 쇼핑장소로 면세점보다 로드숍을 찾고 있다는 것.

황 단장은 내년에도 면세점 업계가 어려울 것으로 내다봤다. 내년엔 우리나라와 중국 경기가 수축 국면에 접어들면서 중국인 관광객의 국내 유입 규모가 올해보다 축소될 수 있다. 중국의 시내면세점 확대 정책으로 중국 소비자들이 국내 면세점 시장에서 이탈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백화점·슈퍼마켓은 양극화가 심화될 전망이다. 김인호 비즈니스인사이트 부회장은 내년 수도권·지방 비대칭화로 백화점 상권 양극화가 가속화될 것으로 예상했다.

특히 빅3(롯데·신세계·현대)가 경쟁에서 뒤처진 상위 20위권 밖의 점포 활성화와 구조조정에 박차를 가하는 상황. 내년이 2000년초 1차 구조조정에 이어 2차 구조재편의 원년이 된다는 것이 김 부회장의 분석이다.

백화점업 키워드로는 '명칭 변경', '타운화'가 제시됐다. 현대백화점은 대구점을 '더현대 대구'로 변경했고 신세계는 경기점을 '신세계 사우스시티'로 바궜다. 집객을 위해 박화점, 대형마트, 영화관, 호텔, 엔터테인먼트 시설을 구성하는 타운화도 변화의 한 축이 된다는 관측이다.

김종근 에이지데이터 대표는 근거리 유통채널인 체인슈퍼(SSM)이 내년에도 성장 기조를 이어갈 것으로 봤다. 하지만 개인슈퍼의 경우 차별화 요인을 부각하지 못해 성장에 어려움을 겪는다는 전망이다.

대형마트는 내년에 플러스 성장으로 전환할 것으로 보인다. 이경희 이마트유통산업연구소 소장은 대형마트가 올해 -0.5% 역성장하지만 내년엔 0.8% 플러스 성장한다고 내다봤다. 내식 수요 유지에 따른 식품 카테고리 선방, 비식품의 개선 흐름, 신규 출점 등이 영향을 미친다는 분석이다.

편의점 업계도 부정적 영업환경 속에서 선방한다는 관측이 나온다. 신종하 BGF리테일 실장은 신규 점포 출점이 둔화되고 경쟁이 치열한 데다 내년 최저임금이 1만원을 돌파한 점이 부정적이라고 지적했다. 다만, 경기 상황이 부정적일수록 근거리에서 소량 구매 수요가 증가해 이를 상쇄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미아 서울대 생활과학연구소 박사는 온라인 쇼핑과 관련해 "C커머스의 한국 시장 공략과 더불어 내수시장의 한계로 성장세가 둔화되고 있다"며 "올 7월 생성형 AI 기술을 활용한 쇼핑 도우미 루퍼스(Rufus)가 정식 출시되면서 AI쇼핑 도우미 시대가 개막됐다"고 설명했다.

온라인쇼핑에 생성형 AI 기술이 접목되면 원하는 검색 한 번으로 맞춤형 답변을 손쉽게 얻을 수 있다.

이날 세미나 기조강연을 맡은 송지연 BCG코리아 소비재 부문 파트너는 "자기 탈피를 해내는 진화를 못하면 새로운 플레이어에게 자신의 자리를 내주는 것이 유통업의 본질"이라며 "과거의 성공방정식을 하루 빨리 벗어나 파괴적 혁신을 단행해야 살아남을 수 있다"고 주장했다.

김민석 대한상의 유통물류정책팀장은 “미국 행정부의 정책 급변으로 우리 경제와 소비시장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우려와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는 만큼 기업은 미국 정책의 방향과 의도를 정확히 파악해 다양한 시나리오와 대응책을 면밀하게 준비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김대영 한경닷컴 기자 kd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