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칼럼] 트럼프 대비한 기준금리 '깜짝 인하'와 전략적 환율 대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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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에서 금리 동결을 예상하는 분위기가 지배적이었기에, 당분간 시장에선 깜짝 금리인하를 해석하고 소화하는 과정이 이어질 전망입니다.
대다수 전문가들은 올해 4분기 이후 우리나라 기준금리 경로에 대해 2024년 10월~11월 중 1회 인하, 2025년 초 1회 인하를 포함하여 내년도 최종금리를 2.5~2.75% 수준으로 예상했었습니다.
그런데 10월 금통위에서 금리인하를 단행했고, 당시 3개월 내 인하를 염두에 둔 금통위원은 1명에 불과했으니 자연스럽게 다음 금리인하는 2025년 초가 될거라는 전망이 우세했습니다.
11월 금통위를 앞두고 외국인 투자자들의 국채선물 '매수세'가 혹시나 하는 요인이었지만, 8월 금리인하 베팅에 틀렸던 전적이 있었기에 큰 의미를 두지 않았습니다. 무엇보다도 최근 환율 상승세가 심상치 않았기에 금융투자협회 전문가 설문에서는 83%가 동결을 예상할 정도였습니다.
아래 그래프는 기준금리 인하가 있었던 10~11월의 기준금리, 국채 3년 및 10년 수익률 추이를 나타낸 것입니다. 10월 금리인하는 다수가 예상했던 이벤트(연내 1회 인하)라서 당시 국채금리의 변화가 거의 없었으나, 11월 금리인하에는 시장이 빠르게 반응하는 모습입니다.
거래가 가장 활발한 국채3년물은 통상 시장에서 예상하는 최종 기준금리보다 30bp가량 높은 수준에서 움직입니다. 시장의 컨센서스가 2.5~2.75% 였기에, 최근 국채3년물도 2.8~3.0% 사이에서 움직였었는데, 금통위 이후 2.6%로 크게 하락하며 최종 기준금리가 2.25%가 될거라는 기대를 빠르게 반영 중입니다.
이렇게 국채 금리가 변하면 공사/은행, 회사채, 여전채 수요로 전이되면서 순차적으로 시장금리가 낮아지게 됩니다. 11월 통화정책방향 결정문에서 기준금리 인하 속도를 결정해 나간다는 문구에 ‘신중히’라는 단어도 빠지면서, 시장이 예상했던 것보다 금리를 더 빨리, 더 많이 낮출 수 있다는 기대도 형성된 것입니다.
기준금리, 국채3년, 국채10년 수익률 추이(2024년 10월~11월)
환율은 1390원대를 유지하며 금리인하에 민감하게 반응하지 않은 모습이지만, 이는 달러-엔 환율이 하락(달러당 155엔 → 150엔)하는 과정의 수혜로 분석됩니다. 우리나라 원화는 일본 엔화, 중국 위안화와 한 짝처럼 움직이는 경향이 있어서 이들이 강세로 갈 때 같은 방향으로 움직이곤 합니다.
올해 9월말에는 원화가 1307원을 기록하기도 했는데 이는 일본의 금리인상, 중국 정부의 대규모 부양책 발표에 따라 엔, 위안의 강세 흐름을 탔었기 때문입니다. 그렇다 해서 우리가 환율 상승에 대한 걱정을 접어두어도 된다는 것은 아닙니다. 깜짝 인하를 한 우리와는 반대로 일본은 기준금리 인상을 내비치고 있어 원-엔 환율은 900원에서 930원대로 오르는 등 차별화될 기미도 보입니다.
주요 통화 대비 원화 환율 추이(2023년말 = 0)
한은에서 금번 기준금리 인하 사유로 트럼프의 재선 및 공화당의 '레드 웨이브'(Red wave)를 언급했습니다. 그만큼 이번 '깜짝 인하'는 트럼프 집권을 대비하는 보험성 인하의 성격이 짙습니다. 미국의 금리인하 속도는 느려질 가능성도 언급했고, 환율 변동성에 대해 외환보유고, 국민연금과 통화 스왑 등 여러 정책도구들이 존재한다는 점을 부각하였으나 환율의 상방이 열려진 느낌을 지울 수가 없습니다.
트럼프 집권 시 예상되는 악재는 관세 부과와 환율 약세에 대한 공격입니다. 어찌보면 관세 부과와 환율 약세에 대한 지적을 받기 전에 환율 약세를 유도하는 것이 낫다는 판단일지도 모르겠습니다.
트럼프는 막대한 대미 무역흑자를 내고 있는 한국 중국 일본을 상대로 환율 문제를 언급할 가능성이 높은데, 성장이 부진한 상황에서 환을 강세로 만들려면 외환보유고를 쓰거나 긴축을 동반하는 고통스러운 과정이 필요합니다.
그의 압박으로 인해 어차피 일정수준 원화를 강세로 만들자면 1300원대에서 강세로 가는 것 보다는 1400원대에서 강세로 돌리는게 좀 더 수월하다는 복안일지도 모르겠습니다. 당분간 시장금리 하락세와 더불어 채권시장은 강세를 보이겠으나, 트럼프 임기가 시작되는 내년 이후부터는 환율 방어를 위해 다소 긴축적인 상황을 맞이할 가능성도 생각해 볼 문제입니다.
박한신 기자 phs@hankyung.com
대다수 전문가들은 올해 4분기 이후 우리나라 기준금리 경로에 대해 2024년 10월~11월 중 1회 인하, 2025년 초 1회 인하를 포함하여 내년도 최종금리를 2.5~2.75% 수준으로 예상했었습니다.
그런데 10월 금통위에서 금리인하를 단행했고, 당시 3개월 내 인하를 염두에 둔 금통위원은 1명에 불과했으니 자연스럽게 다음 금리인하는 2025년 초가 될거라는 전망이 우세했습니다.
11월 금통위를 앞두고 외국인 투자자들의 국채선물 '매수세'가 혹시나 하는 요인이었지만, 8월 금리인하 베팅에 틀렸던 전적이 있었기에 큰 의미를 두지 않았습니다. 무엇보다도 최근 환율 상승세가 심상치 않았기에 금융투자협회 전문가 설문에서는 83%가 동결을 예상할 정도였습니다.
아래 그래프는 기준금리 인하가 있었던 10~11월의 기준금리, 국채 3년 및 10년 수익률 추이를 나타낸 것입니다. 10월 금리인하는 다수가 예상했던 이벤트(연내 1회 인하)라서 당시 국채금리의 변화가 거의 없었으나, 11월 금리인하에는 시장이 빠르게 반응하는 모습입니다.
거래가 가장 활발한 국채3년물은 통상 시장에서 예상하는 최종 기준금리보다 30bp가량 높은 수준에서 움직입니다. 시장의 컨센서스가 2.5~2.75% 였기에, 최근 국채3년물도 2.8~3.0% 사이에서 움직였었는데, 금통위 이후 2.6%로 크게 하락하며 최종 기준금리가 2.25%가 될거라는 기대를 빠르게 반영 중입니다.
이렇게 국채 금리가 변하면 공사/은행, 회사채, 여전채 수요로 전이되면서 순차적으로 시장금리가 낮아지게 됩니다. 11월 통화정책방향 결정문에서 기준금리 인하 속도를 결정해 나간다는 문구에 ‘신중히’라는 단어도 빠지면서, 시장이 예상했던 것보다 금리를 더 빨리, 더 많이 낮출 수 있다는 기대도 형성된 것입니다.
기준금리, 국채3년, 국채10년 수익률 추이(2024년 10월~11월)
환율은 1390원대를 유지하며 금리인하에 민감하게 반응하지 않은 모습이지만, 이는 달러-엔 환율이 하락(달러당 155엔 → 150엔)하는 과정의 수혜로 분석됩니다. 우리나라 원화는 일본 엔화, 중국 위안화와 한 짝처럼 움직이는 경향이 있어서 이들이 강세로 갈 때 같은 방향으로 움직이곤 합니다.
올해 9월말에는 원화가 1307원을 기록하기도 했는데 이는 일본의 금리인상, 중국 정부의 대규모 부양책 발표에 따라 엔, 위안의 강세 흐름을 탔었기 때문입니다. 그렇다 해서 우리가 환율 상승에 대한 걱정을 접어두어도 된다는 것은 아닙니다. 깜짝 인하를 한 우리와는 반대로 일본은 기준금리 인상을 내비치고 있어 원-엔 환율은 900원에서 930원대로 오르는 등 차별화될 기미도 보입니다.
주요 통화 대비 원화 환율 추이(2023년말 = 0)
한은에서 금번 기준금리 인하 사유로 트럼프의 재선 및 공화당의 '레드 웨이브'(Red wave)를 언급했습니다. 그만큼 이번 '깜짝 인하'는 트럼프 집권을 대비하는 보험성 인하의 성격이 짙습니다. 미국의 금리인하 속도는 느려질 가능성도 언급했고, 환율 변동성에 대해 외환보유고, 국민연금과 통화 스왑 등 여러 정책도구들이 존재한다는 점을 부각하였으나 환율의 상방이 열려진 느낌을 지울 수가 없습니다.
트럼프 집권 시 예상되는 악재는 관세 부과와 환율 약세에 대한 공격입니다. 어찌보면 관세 부과와 환율 약세에 대한 지적을 받기 전에 환율 약세를 유도하는 것이 낫다는 판단일지도 모르겠습니다.
트럼프는 막대한 대미 무역흑자를 내고 있는 한국 중국 일본을 상대로 환율 문제를 언급할 가능성이 높은데, 성장이 부진한 상황에서 환을 강세로 만들려면 외환보유고를 쓰거나 긴축을 동반하는 고통스러운 과정이 필요합니다.
그의 압박으로 인해 어차피 일정수준 원화를 강세로 만들자면 1300원대에서 강세로 가는 것 보다는 1400원대에서 강세로 돌리는게 좀 더 수월하다는 복안일지도 모르겠습니다. 당분간 시장금리 하락세와 더불어 채권시장은 강세를 보이겠으나, 트럼프 임기가 시작되는 내년 이후부터는 환율 방어를 위해 다소 긴축적인 상황을 맞이할 가능성도 생각해 볼 문제입니다.
박한신 기자 ph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