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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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고사 위기에 놓인 면세점업계를 지원하기 위해 특허수수료 감면을 검토 중이다. 특허수수료 체제가 과거 면세점이 막대한 이익을 냈을 때의 기준이어서 대규모 손실을 내고 있는 현 상황과 맞지 않는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특허수수료 감면으로 면세점의 숨통을 조금이라도 틔워줘야 매장 축소에 따른 일자리 감소 등 경제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을 최소화할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정부 관계자는 2일 “면세점 특허수수료 감경 방안을 논의 중”이라고 말했다. 면세점업계가 관련 내용을 건의한 데 따른 것이다. 정부는 민간 전문가가 포함된 보세판매장운영위원회를 열고 연내 입장을 정한 뒤 내년 1분기 관련 시행규칙을 개정할 것으로 알려졌다.
황금알 낳던 면세점 '고사위기'…정부, 특허수수료 감면 검토
현재 특허수수료의 기본 틀은 2017년 정해졌다. 매출이 많을수록 수수료를 많이 내는 구조다. 예컨대 연매출 1조원이 넘은 곳은 매출의 1%, 2000억~1조원은 0.5% 수준이다. 당시 면세점이 ‘황금알을 낳는 거위’로 불릴 만큼 이익을 많이 내자 정부는 기존에 매출의 0.05%이던 수수료율을 확 높였다. 신규 특허도 대량으로 내줬다. 두산 한화 현대백화점 등이 줄줄이 새로 면세점을 열었다.

돌이켜보면 이때가 고점이었다. 특허수수료 총액은 2018년 1030억원까지 불었다가 이후 급감했다. 중국의 ‘사드 보복’과 이어진 ‘코로나19 사태’로 면세점들은 직격탄을 맞았다. 특허수수료는 지난해 149억원까지 줄어들었다. 정부가 코로나19 상황임을 감안해 작년까지 특허수수료 50% 감면 혜택을 준 영향도 있었다. 면세점도, 정부도 해외여행이 본격 재개되면 매출과 이익이 급증하고 특허수수료 또한 감당할 수준이 될 것으로 예측했다.

그렇지 않았다. 면세점의 영업상황은 올 들어 최악으로 치달았다. 코로나19 사태 때보다 더 좋지 않다. 해외여행객은 많은데 면세품은 잘 안 팔렸다. ‘큰손’ 고객인 중국인이 한국 면세점을 외면하고 있어서다. 코로나19 사태 이전에는 중국인 단체 관광객이, 코로나19 사태 이후에는 중국인 보따리상이 면세점 매출의 70~80%를 올려줬는데 이들이 자취를 감춘 것이다. 일본 대만 미국 등 다른 해외 관광객과 내국인을 대상으로 아무리 열심히 영업해도 중국인의 빈자리를 메울 수 없었다. 업계가 “2017년 이전처럼 특허수수료율을 매출의 0.05%로 일괄 적용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이유다.

국내 면세점의 실적은 저조하다. 지난 3분기 롯데가 460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한 것을 비롯해 신라(영업손실 387억원), 신세계(162억원), 현대(80억원) 등 거의 모든 면세점이 대규모 적자를 냈다. 특허수수료조차 감당하기 힘든 지경에 이르렀다. 올해 예상 특허수수료 총액은 400억원을 넘는다.

면세업계는 산업 자체의 ‘구조적 변화’를 우려한다.중국인이 과거처럼 한국 면세점에서 대량 구매하는 일이 앞으로는 없을 것이란 분석마저 나온다.

안재광 기자 ahnj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