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경북 행정통합 논의에 지역 경제계가 나서자 비수도권 거점경제권 조성에 힘이 실리고 있다. 행정기관 주도로 추진하던 통합 논의가 경제계 참여로 한층 속도를 낼 전망이다.
최태원 대한상의 회장(왼쪽)이 2일 대구 인터불고호텔에서 열린 전국상공회의소 회장 회의에서 대구시를 위한 ‘메가 샌드박스’ 정책 제안을 홍준표 대구시장에게 전달하고 있다. /대구시 제공
최태원 대한상의 회장(왼쪽)이 2일 대구 인터불고호텔에서 열린 전국상공회의소 회장 회의에서 대구시를 위한 ‘메가 샌드박스’ 정책 제안을 홍준표 대구시장에게 전달하고 있다. /대구시 제공
2일 대구상공회의소는 대구에서 열린 대한상의 전국회장 회의에서 ‘메가 샌드박스’ 유치 계획을 발표했다. 현재 국회에 계류 중인 대구경북행정통합특별법안에 포함된 ‘글로벌 미래특구’와 상공계가 추진하는 메가 샌드박스가 내용 면에서 비슷한 만큼 메가 샌드박스 1호를 대구에 유치하겠다는 구상이다.

대구상의는 이날 전국 상의 회장단 73명이 참석한 가운데 메가 샌드박스를 주제로 토론회를 열고, 대구형 메가 샌드박스의 청사진을 제시했다.

글로벌 미래특구는 기업상속 공제 등 조세 감면, 국공유재산 100년 임대, 예비타당성 조사 면제 등 11개 특례조항을 담고 있다. 여기에 중소벤처기업부의 규제자유특구, 국토교통부의 모빌리티 특화도시, 교육부의 교육국제화특구, 문화체육관광부의 관광특구 등 13개 특구를 포괄하는 내용(의제)도 포함됐다.

메가 샌드박스는 최태원 대한상의 회장이 지난해 2월 처음 제시한 개념이다. 지역 특화 미래전략산업을 선정해 산업 단위 규제를 유예하고, 교육·인력·연구개발 등 인프라를 담은 테스트베드를 구축하는 게 핵심이다. 여기에 조세 감면과 재정 지원까지 더해 기업하기 좋은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 목표다.

이날 회의에서는 두 가지 대구형 메가 샌드박스 모델이 제시됐다. 물류·로봇 분야 아이디어형과 자동차·인공지능(AI) 분야 인프라형이다. 대구시는 이를 통해 미래 성장동력을 확보하고 기업 유치도 가속화한다는 계획이다.

대구시 관계자는 “대한상의가 강조해온 메가 샌드박스는 산업과 지역 단위로 기업에 통합적 인센티브를 제공해 지역균형발전과 미래산업 육성을 동시에 추구한다는 점에서 대구경북통합특별법상 글로벌 미래특구와 매우 흡사하다”고 말했다. 대구시는 대구경북이 통합하면 메가 샌드박스가 지향하는 혁신적인 투자 환경이 조성돼 대기업들이 전폭적으로 투자하게 될 것으로 분석했다.

이상길 대구상의 상근부회장은 “자치단체마다 기업 관련 제도가 달라 기업 활동과 비용 측면에서 예측 불가능한 요소가 많다”며 “메가 샌드박스 같은 혁신클러스터 모델과 대구경북 행정통합법안에서 제시한 미래특구가 지정되면 국내 최고 수준의 기업 유치 환경이 조성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홍준표 대구시장은 이날 “대구 산업 구조 개편을 위해 대구 군부대 이전지 660만㎡와 K2 후적지 700만㎡를 규제프리존으로 추진하는 입법을 하고 있다”며 “기업이 투자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겠다”고 강조했다.

대구=오경묵 기자 okmoo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