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K타임스스퀘어 성공과 마이크로LED 생태계
한국을 대표하는 관광 명소인 서울 명동 거리에 한국판 타임스스퀘어를 표방하는 ‘명동 스퀘어’ 사업의 시작과 함께 설치된 초대형 디지털 사이니지가 온 국민의 눈길을 끌고 있다. 이는 옥외광고물 자유표시 ‘제2기 구역’의 첫 사업으로 그간 옥외광고물법 적용 범위 완화에 목소리를 내온 디스플레이산업계로선 환영할 일이다.

옥외광고물 자유표시 제2기 구역 또한 ‘제1기 구역’인 서울 삼성동 무역센터 일대에 이어 지역을 대표하는 명물을 넘어 ‘K컬처’를 타고 글로벌 명소로 자리 잡을 기세다. 이렇듯 디지털 사이니지는 디스플레이산업의 중요한 축을 담당하고 있다.

디지털 사이니지는 핵심 부품인 LED(발광다이오드) 화소를 중심으로 모듈공정 및 세트 구동 등을 거쳐 제작된다. LED는 조명으로 시작해 LCD·미니LED TV의 외부 광원인 ‘1세대 LED’로 디스플레이에 진입했고 2020년 삼성전자가 세계 최초 마이크로LED TV를 내놓은 것을 기점으로 ‘2세대(30~100㎛) LED’로 진화했다. 이어 한국은 무기발광 디스플레이 예타(예비타당성조사)사업 선정과 함께 ‘3세대 LED’인 5㎛ 이하 초미세·고효율 마이크로LED를 목표로 ‘K디스플레이’의 도약을 준비하고 있다.

이런 흐름 속에서 우리 디지털 사이니지 산업의 현실은 어떠할까. 마냥 사이니지가 선사하는 화려함에 취해 있을 수만은 없을 것 같다. 현재 대부분의 국내 디지털 사이니지 제품에 적용되는 1세대급 LED 화소는 중국과 대만에서 전량 생산 중이다. 세트 구동을 위한 부품을 포함한 국내 생태계도 매우 취약하다. 우리 디스플레이산업의 내면은 속 빈 강정과 다름없다.

우리 디지털 사이니지 디스플레이산업은 어떤 길을 걸어가야 할까. 무엇보다 우리만의 독자적인 마이크로LED 기술과 시장 확장을 통한 국내 생태계 구축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기술적 측면에서 2세대급 마이크로LED는 우리 기업의 빠른 경쟁력 확보가 예상된다.

반면 시장 상황은 녹록지 않다. 우리 마이크로LED는 OLED와 다르게 공정 주체가 다양하고 공정별 기업의 역할과 표준 공정이 부재한 상황인 만큼 소재·부품·장비 기업과 수요 기업의 긴밀한 협력이 요구된다. 마이크로LED의 화소, 패널, 모듈 공정 중 화소만 봐도 화소 분야에 진입 중인 100여 개 기업의 절반 정도는 연구개발(R&D) 단계에 머무르면서 시장을 관망하고만 있다.

협회는 이런 흐름 속에 지난 4월 발족한 ‘무기발광 디스플레이 분과위원회’를 중심으로 마이크로LED 초격차 기술 개발 및 무기발광 디스플레이 생태계 활성화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 정부도 대규모 무기발광 예타사업 선정을 통해 기술 개발 및 투자 환경을 조성하는 한편 마이크로LED를 국가전략 기술로 지정했다. 이제는 화려한 외면에 가려진 내면을 냉정하게 인식해야 한다. 진정한 ‘K타임스스퀘어’는 마이크로LED 생태계 구축에 달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