니시오 아키히코 세계은행 부총재가 미국 워싱턴DC 세계은행 빌딩에서 금융 지원을 통한 개발도상국 무상원조 사업의 중요성을 설명하고 있다.    이상은 특파원
니시오 아키히코 세계은행 부총재가 미국 워싱턴DC 세계은행 빌딩에서 금융 지원을 통한 개발도상국 무상원조 사업의 중요성을 설명하고 있다. 이상은 특파원
“한국은 두 세대 만에 세계 11위 경제 대국으로 성장했습니다. 이 독특한 성장 여정에서 얻은 경험은 글로벌 공공재라고 불릴 만한 것입니다.”

세계은행에서 원조 등 개발금융 업무를 총괄하는 니시오 아키히코 부총재는 5~6일 서울에서 열리는 국제개발협회(IDA) 총회를 앞두고 지난달 말 워싱턴DC 세계은행 빌딩에서 한국경제신문과 만나 이같이 말했다. 니시오 부총재는 “서울에서 열리는 IDA 총회는 아프리카 등 다른 개발도상국에 큰 영감을 줄 것”이라고 기대했다.

IDA는 개발도상국에 장기 저금리 양허성 차관과 무상원조를 제공하는 기구다. 지난해 말(IDA20) 기준 약 216억달러(약 30조원) 규모 재원을 운용하고 있다. 미국(10.2%) 일본(10.0%) 영국(5.7%) 독일(5.6%) 등 52개국이 기부국으로 참여한다. 최근엔 발칸반도의 소국 코소보가 기부 참여를 결정했다.

니시오 부총재는 1983년부터 세계은행 등에서 원조 담당 업무를 맡아온 베테랑이다. 그는 “1984년에 한국을 방문했을 때 한국은 위생 문제로 인한 간염 같은 질환이 많았던 탓에 혼자 밥을 먹어야 했다”고 회고했다. 한국은 1961년부터 1973년까지는 원조를 받았고 1977년 기부국으로 전환했다. 1960년 한국의 1인당 국내총생산(GDP)은 158달러에 불과했지만, 지난해엔 3만3121달러로 증가했다. 이런 발전상에 대해 그는 “IDA 수혜국이 기부국으로 돌아오는 일은 매우 교육적”이라며 “한국은 그 대표주자”라고 평가했다.

니시오 부총재는 “개도국의 성장은 곧 세계 경제의 성장”이라며 “원조에 참여하는 것이 세계 전체의 파이를 키우는 데 기여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그는 “현재 개도국은 과거와 달리 코로나19 확산 여파, 식량 위기, 기후 위기, 부채 위기 등 복합적인 어려움에 직면한 탓에 해결책을 찾는 데 어려움을 겪는 경우가 많다”고 전했다.

한국의 참여 비중(IDA20 기준 1.5%)은 아직 낮은 편이지만 증액 속도는 빠른 편이다. 이번 IDA 총회를 앞두고 한국은 기여 금액을 종전보다 45% 늘린 8460억원으로 결정했다. 니시오 부총재는 “사우디아라비아와 아랍에미리트(UAE) 등은 아프리카에 대한 영향력을 확대하려 기부금을 늘리고 있다”며 “한국도 성장 잠재력이 있고 시장을 제공할 수 있는 방글라데시 등 남아시아 지역과 농업에서 서비스·제조업으로 전환하려는 아프리카에 지원을 확대할 수 있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니시오 부총재는 삼계탕과 비빔냉면을 좋아하는 한식 애호가이기도 하다. 그는 “부산의 한 낡고 허름한 식당에서 할아버지들과 먹은 삼계탕 맛은 정말 잊을 수 없다”고 했다.

워싱턴=이상은 특파원 se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