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 칼럼] 이민자 추방, 트럼프에 부메랑 되나
미국 뉴욕시에선 최근 브루클린에 있는 대규모 이민자 보호소가 이슈로 떠올랐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당선인이 집권 2기에 들어가면 해당 보호소를 폐쇄할 가능성이 커서다.

이 보호소는 과거 비행기 활주로로 쓰였던 플로이드 베넷 필드라는 곳에 세워진 텐트 단지로, 약 2000명의 불법 이민자를 수용하고 있다. 미국 연방정부 소유의 보호소 부지를 뉴욕시가 임차했다. 뉴욕시는 트럼프 2기 행정부가 임기 시작과 함께 임대 계약을 취소하거나 보호소에 있는 이민자들을 체포할 것으로 예상한다.

이민자 없으면 자영업 인력난

뉴욕시 행정부가 보호소의 이민자들을 어디로 보내야 할지 고민하고 있다면, 뉴욕시 내 자영업자들은 또 다른 고민에 빠져 있다. 값싸게 고용하던 불법 이민자가 사라지면 이들의 빈자리를 어떻게 채울지다. 뉴욕시 내 주방 보조, 배송, 건설, 가사도우미, 미용실 보조 등의 일자리에서 이민자가 차지하는 비중은 상당하다. 이들이 불법 취업한 탓에 정확한 통계를 찾기는 힘들지만, 관련 자영업자들은 이들이 없으면 사업을 꾸리기 힘들다고 말한다.

최근 뉴욕시 의회가 발의한 ‘세이프 호텔 액트’라는 법안에 일부 호텔이 강력하게 반발한 것도 이 때문이다. 법안은 호텔이 매년 면허를 새로 신청하고 갱신하도록 요구하고 있다. 갱신 조건 중 핵심은 호텔이 청소와 프런트 데스크 업무를 외주업체에 아웃소싱할 수 없다는 것이다. 맨해튼 시내 대형 호텔은 합법적인 취업이 가능한 시민권자를 중심으로 고용하고 있다. 반면 브루클린 브롱크스 등 맨해튼 이외 지역에 있는 중소형 호텔은 청소 등 업무를 외주업체에 주는 경우가 많다. 외주업체가 불법 이민자를 고용했다고 해도 호텔들은 법적 책임에서 상대적으로 벗어날 수 있다.

커지는 인플레 재발 우려

미용업계의 고민도 작지 않다. 머리를 감겨주거나 떨어진 머리카락을 치우는 허드렛일은 암암리에 불법 이민자를 고용해서 해결하는 사례가 많았는데, 트럼프 집권 2기가 시작되면 이들을 해고해야 할 가능성이 크다. 고용주들은 이민자가 사라지면 코로나19 팬데믹(대유행) 때처럼 서비스직을 중심으로 인건비가 급등할 것을 우려한다. 베이비시터 구인 사이트에서 중남미 출신 구직자의 시간당 임금은 30%가량 저렴하다. 건설 및 부동산 관리 회사에서 일하는 제인 어코스타 씨는 “이민자들이 줄어들면 회사 운영에 곧바로 타격을 줄 수 있어 벌써부터 걱정이 크다”고 말했다. 제롬 파월 미 중앙은행(Fed) 의장은 미국 경제가 이례적으로 경기 침체 없이 물가를 잡을 수 있었던 주된 요인으로 이민자 증가를 꼽았다.

불법 이민자 추방에 따른 파장은 미국을 넘어서까지 미칠 수 있다. 피터슨연구소는 트럼프 당선인의 정책이 현실화해 불법 이민 노동자 830만 명이 미국 밖으로 쫓겨나면 2026년 미국의 물가 상승률은 3.6%포인트 뛸 것으로 예측했다. 미국 내 인플레이션이 재발하면 Fed를 시작으로 세계 각국 중앙은행이 또다시 줄줄이 금리 인상에 나설 가능성이 있다.

트럼프 당선인은 내년 1월 취임 후 불법 이민자 추방을 첫 행정명령으로 내릴 것으로 알려졌다. 그가 과연 경제적 파장을 최소화하면서 정책을 추진할 수 있을지 전 세계가 지켜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