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덕근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왼쪽 두 번째)이 2일 경기 평택 LG전자 칠러 공장 쇼룸에서 이재성 LG전자 ES사업본부장(첫 번째)에게 흡수식 칠러(모형)에 관한 설명을 듣고 있다.  LG전자 제공
안덕근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왼쪽 두 번째)이 2일 경기 평택 LG전자 칠러 공장 쇼룸에서 이재성 LG전자 ES사업본부장(첫 번째)에게 흡수식 칠러(모형)에 관한 설명을 듣고 있다. LG전자 제공
‘인공지능(AI) 붐’을 타고 전 세계 곳곳에 들어서고 있는 데이터센터에는 엔비디아의 AI 가속기처럼 반드시 장착돼야 할 필수품이 몇 가지 있다. SK하이닉스가 장악한 고대역폭메모리(HBM)와 HD현대일렉트릭이 잘하는 변압기가 그렇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여기에 하나를 더 추가했다. 초대형 냉방기 ‘칠러’다. 데이터센터에 장착된 수많은 반도체가 내뿜는 엄청난 열을 식히는 데 이만한 제품이 없어서다. 국내 1위 칠러 기업인 LG전자는 정부와 손발을 맞춰 냉난방공조(HVAC) 사업을 미래 성장 동력으로 키우기로 했다.

○HVAC, 수출 효자 되나

LG전자는 2일 경기 평택 칠러 공장에서 안덕근 장관을 비롯한 산업부 수출현장 지원단과 간담회를 열었다. LG전자와 산업부는 데이터센터 냉각시스템을 차세대 수출 품목으로 육성하기 위한 방안을 논의했다. 이 공장에선 데이터센터와 대형 상가, 오피스 시설, 발전소 등에 들어가는 터보 칠러, 흡수식 칠러, 스크루 칠러 등을 생산한다. 연간 최대 생산량은 1000대 수준이다.

LG전자와 산업부는 데이터센터 열관리 분야 기술을 고도화하고, 글로벌 HVAC 시장에서 한국 기업의 위상을 높이는 데 힘을 합치기로 했다. 이재성 LG전자 에코솔루션(ES)본부장은 이 자리에서 “무궁무진하게 커질 글로벌 칠러 시장을 잡기 위해선 핵심 기술을 선제적으로 확보해야 한다”며 “해외 데이터센터 냉각시장을 공략하기 위해 국내 관련 기업 간 적극적인 협업을 정부가 주선해달라”고 제안했다.

데이터센터 필수품 '칠러' 장착…LG, 85兆 시장 정조준
HVAC는 글로벌 빅테크가 데이터센터를 앞다퉈 지으면서 유망 산업으로 커가고 있다. 글로벌 시장조사 업체 ibis월드에 따르면 2023년 584억달러였던 글로벌 HVAC 시장 규모는 2028년 610억달러까지 커질 것으로 보인다.

산업부가 HVAC를 HBM, 변압기 등과 함께 AI 데이터센터 3대 핵심 수출 인프라로 꼽은 이유다. 정부는 HVAC 시장을 LG전자를 비롯한 한국 기업들이 잡을 수 있도록 힘을 보태기로 했다. 칠러 등 냉각시스템에 대해 연말까지 총 3500억원의 수출보험을 지원하는 동시에 냉각시스템 연구개발(R&D) 사업에 1300억원을 투입하기로 했다. 무역보험 한도 두 배 상향, 무역보험료 20% 인하 등 특별 우대 프로그램도 시행한다.

○LG전자, 글로벌 5위로 ‘우뚝’

뜨는 시장인 만큼 HVAC 경쟁 구도도 갈수록 치열해지고 있다. 존슨컨트롤스(아일랜드)와 트레인(미국), 다이킨(일본), 캐리어(미국) 등 전통의 강호들이 나눠먹는 시장에 LG전자 등이 도전하는 모양새다.

2011년 LS엠트론의 공조사업부를 인수하며 이 시장에 뛰어든 LG전자의 ‘전공’은 칠러다. 외부 공기로 시원한 바람을 만드는 칠러는 서버 등 장비를 특수 액체에 담가 냉각하는 ‘액체냉각’과 함께 HVAC 시장에서 가장 주목받는 분야다. LG전자는 대용량 제품인 터보 칠러 분야에서 국내 1위, 글로벌 5위에 랭크됐다. 최근 미국에 있는 대형 데이터센터에 칠러를 공급하는 계약을 따내는 등 수주도 잇따르고 있다. LG전자는 HVAC 사업을 강화하기 위해 최근 해당 사업부를 H&A사업본부에서 떼어내 별도 조직(ES사업본부)을 만들었다.

삼성전자도 HVAC 사업을 강화하고 있다. 올해 미국 대형 HVAC 설비·유통 기업인 레녹스와 손잡고 북미 시장 공략에 나섰다.

삼성의 기술력과 레녹스의 탄탄한 북미 유통망을 결합해 개별 공조 제품 시장을 공략한다는 계획이다.

김채연/정영효 기자 why29@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