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년 만에 마당놀이에서 다시 만나는 세 배우. 왼쪽부터 김성녀, 윤문식, 김종엽. /국립극장 제공
14년 만에 마당놀이에서 다시 만나는 세 배우. 왼쪽부터 김성녀, 윤문식, 김종엽. /국립극장 제공
“14년 만에 만났는데 모습이 똑같네, 같이 온 옆 사람이 달라졌구먼?”

심봉사 역할의 배우 윤문식이 머리가 희끗희끗한 한 여성 관객을 향해 농담을 던졌다. 좌중에선 ‘와하하’ 웃음보가 터졌다. 지난달 28일 서울 국립극장 하늘극장에서 ‘마당놀이 모듬전’ 시연회가 열렸다. 시연회 한 시간 전부터 극장 앞은 인산인해였다. 지팡이를 들고 베레모를 쓴 어르신 관객과 20~30대 관객이 한자리에서 북적였다.

이날 마당놀이는 그 어느 때보다 기대를 모았다. 1984년부터 16년간 마당놀이의 마스코트로 무대를 호령한 심봉사(윤문식·81), 놀보(김종엽·77), 뺑덕(김성녀·74) ‘트리오’가 돌아왔기 때문이다. 일부 관객은 14년 만에 마당놀이에 돌아온 세 사람을 보며 눈물을 훔치기도 했다.

‘마당놀이 트리오’는 일흔은 물론 여든도 넘어섰지만 쩌렁쩌렁한 목소리로 짱짱한 모습을 보였다. 폐암을 앓았던 윤문식과 얼마 전까지 혹독한 감기로 1인극 ‘벽 속의 요정’ 공연을 전 회차 취소한 김성녀 모두 최상의 컨디션을 보여줬다. 마당놀이 무대에서 결혼식을 올리기까지 한 놀보 역할의 배우 김종엽은 흥보 역의 창극단원 유태평양과 주거니 받거니 신들린 연기를 이어갔다.

<마당놀이 모듬전>은 심청과 심봉사, 춘향과 몽룡, 흥보와 놀보의 이야기 등이 뒤섞였다. 무대 연출도 독특했다. 제작진은 부채꼴 형태의 기존 하늘극장 객석에 가설 객석을 더해 관객이 무대를 원형으로 완전히 감싸는 무대를 만들었다.

베테랑 세 배우를 비롯해 58명의 단원은 무대와 객석을 공연 내내 자유롭게 오갔다. 객석에 말을 거는 것은 물론, 관객이 입장하는 통로에서 배우들이 등장하고 퇴장을 반복했다. 몽룡 역할의 창극단원 김준수가 춘향이를 찾아 객석에 다가가자 한 여성 관객이 꽃받침을 하며 응하거나 월매의 불호령에 가까운 관객들이 놀라 쓰러지는 등 객석과 무대의 구분이 없는 공연이었다.

무대 상부에는 19m 천으로 제작한 연꽃 모양 천막이 설치됐고 바닥에는 LED 패널을 설치해 이야기 속 시공간의 변화를 영상으로 표현했다. 공연은 내년 1월 30일까지 열린다.

이해원 기자 um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