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학업을 마친 외국인 유학생들이 한국에서 비전문취업(E-9) 비자로 식당과 호텔 등에서 계속 일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을 추진한다. 한국 문화와 언어에 적응한 우수 인력을 일손 부족으로 고민하는 취업 시장에서 적극적으로 활용하겠다는 취지다.

'명동식당 알바' 외국 유학생도 장기 취업길
2일 국회에 따르면 국민의힘과 고용노동부는 구직(D-10) 비자를 딴 유학생이 한국 학교를 졸업하고 고용허가제에 따라 E-9 비자로 취업할 수 있도록 외국인고용법을 개정하는 방안을 추진한다. 한국어 구사 능력 등 적격 요건을 갖춘 유학생을 해당 출신 국가의 고용허가제 구직자 명부에 올려 취업을 허용하는 방식 등을 유력하게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 유학생은 출신 국가의 고용허가제 쿼터에 포함되기 때문에 제도가 허용되더라도 국내로 유입되는 외국인 근로자가 늘어나는 것은 아니다.

현행 제도 등에 따르면 유학생은 졸업 이후 한국 취업을 원할 경우 원칙적으로 유학생(D-2) 비자를 외국인 전문인력(E-7) 비자로 전환해야 한다. 하지만 E-7 비자는 허가 직종이 제한돼 있고 임금 요건 등도 까다로워 승인받기가 쉽지 않다는 지적을 받았다. 지난해 유학생 19만2000여 명 중 E-7 비자 전환에 성공한 사람은 2408명(1.2%)에 그쳤다. 이에 따라 유학생 비자가 허용하는 단기 아르바이트를 하다 학업을 마친 후 취업하지 못해 귀국하거나 불법체류자 신분으로 일하는 유학생도 많다.

정부는 고질적인 인력난을 겪는 서비스업 등이 이런 유학생을 활용하는 정책을 추진해왔다. 정부는 외식·숙박업계의 건의를 수용해 올해부터 호텔·콘도, 한식당에도 고용허가제를 신규 허용했다. 외국인 고용허가제를 통해 서비스업에 할당한 외국인력 쿼터는 지난해 2870명에서 올해 1만3000명으로 네 배 넘게 증가했다. 하지만 여전히 일부 서비스업 기업은 “고용할 수 있는 인력이 부족하다”며 외국인 고용 규제를 완화해달라고 요청하고 있다.

한 인력파견업체 관계자는 “한국 생활에 적응한 외국인 유학생은 식당이나 숙박업소에 투입할 수 있어 인력난을 해소하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곽용희 기자 ky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