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값 오르더니 결국…"이런 적 처음" 중개사도 '술렁'
-
기사 스크랩
-
공유
-
댓글
-
클린뷰
-
프린트
서울 9500가구 대단지서 매매 17건 그쳐
지난 7월 9000건대 고점 찍은 후 3000건대로 추락
대출 규제·집값 상승 피로감…"내년엔 반전될 수도"
지난 7월 9000건대 고점 찍은 후 3000건대로 추락
대출 규제·집값 상승 피로감…"내년엔 반전될 수도"
"잠실동에서 꽤 오래 중개업을 하고 있지만 이렇게 (매매 거래) 계약서를 적게 쓴 적이 있었나 싶을 정도입니다."
서울 송파구 잠실동에 둥지를 튼 A 공인 중개 대표는 "지난 여름보다 문의가 확 줄었다"며 최근 거래 급감에 대해 토로했다.
서울 아파트 거래량이 3000건대에서 게걸음하고 있다. 9000가구가 넘어 서울에서 단일 단지 가운데 가장 가구 수가 많다는 대규모 아파트 단지에서도 한 달 동안 거래가 불과 17건밖에 성사되지 않았다. 부동산 시장에서는 대출 규제로 매수 심리가 꺾인 가운데 당분간 부진한 상황이 계속될 것이란 전망에 무게가 실린다.
5일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지난 10월 서울 아파트 매매 거래는 3699건으로 집계됐다. 지난 9월 3122건과 비교하면 조금 늘어났지만, 여전히 3000건대에 그쳤다. 최고점을 찍은 지난 7월 9199건과 비교하면 3분의 1 수준에 불과하다. 11월 거래량은 전날 기준 1864건이다. 신고 기한이 이달 말까지라는 점을 고려해도 상황이 크게 반전되진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세부적으로 단지별로 들여다보면 상황은 더 심각하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서울에서 단일 단지 가운데 가장 가구 수가 많은 곳은 서울 송파구 가락동에 있는 '헬리오시티'다. 이 단지는 9510가구에 달하지만 지난 10월 이 단지에서 쓴 계약서는 불과 17건(0.17%)이다.
같은 구 신천동에 있는 '파크리오(6864가구)'에서는 매매 16건(0.23%)이 이뤄졌고, 잠실동 대장 아파트인 '잠실엘스'(5678가구)에선 3건(0.05%), 같은 동 '리센츠'(5563가구)에선 6건(0.1%)의 거래가 맺어졌다. 여름만 해도 활발하던 거래가 멈춘 것은 지난 9월부터 정부가 대출 규제에 나선 영향이다. 스트레스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2단계와 함께 유주택자에 대한 주택담보대출과 전세자금대출을 막는 등 돈을 빌리기 어려워졌다.
돈줄이 말라붙으면서 실수요자들의 심리가 얼어붙었다. 국토연구원이 발표한 '20214년 10월 부동산시장 소비자심리조사'에 따르면 집을 사려는 실수요자(훨씬 많음 0.9%·다소 많음 8.1%)는 9%에 그쳤지만 집을 팔려는 집주인(훨씬 많음 13.3%·다소 많음 45.8%)은 59.1%였다.
집을 내놓는 집주인들이 많아지면서 서울 전반적으로 하락 거래가 이어지고 있다. 국토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용산구 이촌동에 있는 '한강맨숀' 전용면적 87㎡는 지난 10월 38억원에 손바뀜했다. 지난 9월 거래된 39억5000만원보다 1억5000만원 내렸다. 마포구 용강동에 있는 '래미안마포리버웰' 전용 84㎡는 지난달 19일 21억3000만원에 거래됐다. 지난 8월 거래된 22억8000만원보다 1억5000만원 낮다. 잠실동 잠실엘스 전용 84㎡도 지난 10월 26억5000만원에 거래됐는데 지난 8월 기록한 27억3000만원보다 8000만원 하락한 수준이다. 강동구 고덕동 '래미안힐스테이트고덕' 전용 59㎡도 지난 10월 14억원에 매매 계약을 맺었다. 직전 최고가(14억5000만원)보다 5000만원 내렸다.
강동구 고덕동에 있는 B 공인 중개 관계자는 "올해 워낙 집값이 많이 오르지 않았느냐"며 "가격이 너무 뛰다 보니 집을 사기에 부담스러운 수준의 가격이 됐고 대출 규제의 영향으로 거래와 가격이 영향을 받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당분간 이런 상황이 이어질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김효선 NH농협은행 부동산 수석위원은 "내년 초에도 대출 규제는 유지될 가능성이 높고, 기준금리 인하에도 대출금리의 추가적인 인하가 제한된 상황이라 거래량 침체 기조는 이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다만 공급 부족, 금리 인하 등은 시장 상황을 바꿀 요인으로 지목된다. 한 부동산 시장 전문가는 "서울은 내년부터 본격적으로 공급이 부족해질 것으로 보이고 금리 역시 인하 기조에 들어선 만큼 대출 규제에도 거래량은 일정 수준으로 회복될 가능성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송렬 한경닷컴 기자 yisr020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