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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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경제의 4분기 성장률이 3.2%를 기록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지난달 말 2.7% 전망에서 대폭 상향 조정된 것이다. 유럽과 캐나다 등 다른 주요 국가들의 경제가 1% 안팎의 경제 성장률을 보이는 가운데 미국 경제만 눈에 띄게 활황이라는 평가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코로나19 팬데믹(대유행)을 계기로 기업 설립이 급증했고, 유연한 노동시장으로 생산성이 올라간 영향으로 분석하고 있다.

4분기 GDP 성장률 전망 2.7→3.2%

미국의 경제성장률을 실시간으로 추정하는 애틀랜타 연방준비은행의 'GDP 나우' 모델이 2일(현지시간) 4분기 GDP 증가율을 전기 대비 연이율 환산 기준 3.2%로 제시했다. 이는 지난달 27일 2.7%에서 0.5%포인트 상향된 결과로, 4분기 추정이 개시된 지난 10월 31일(2.7%) 이후 최고치다. 미국은 3분기 GDP 증가율(잠정치)도 연이율 2.8%를 기록해 견조한 흐름을 이어갔다.

미국 경제의 이같은 흐름은 다른 선진국에 비해서도 눈에 띈다. 국제통화기금(IMF)이 10월 발표한 올해 각국 경제성장률 전망치에 따르면 미국은 2.8%로 △캐나다 1.3% △독일 0% △영국 1.1% △프랑스 1.1%보다 월등히 높다.

경기침체 지표인 '삼의 법칙'을 고안한 클라우디아 삼 박사는 이날 미국 경제가 다른 선진국에 비해 상대적으로 강한 모습을 보이는 이유로 매월 엄청나게 쏟아지는 스타트업을 꼽았다. 미국 인구조사국에 따르면 월별 창업 신청 건수는 팬데믹 이전 30만건 이하였지만 팬데믹 직후 50만건 가까이 올랐다가 최근 40만건 이상으로 유지하고 있다.

미국 정부가 코로나19 팬데믹 기간 대규모 재정부양책을 펼친 데다 미국 중앙은행(Fed) 저금리 기조를 유지하며 유망한 기업들의 탄생에 기여했다는 분석이다.

삼 박사는 “실제로 경기 부양책과 기타 소득 지원이 기업가 정신을 고양했다”며 “특히 사업주들 사이에서 소외된 흑인 인구가 많은 지역에서 신청이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는데, 이는 진입 장벽을 낮추는 것이 얼마나 강력한 힘을 발휘할 수 있는지를 보여준다”고 설명했다.

미국의 기업들이 고위험 고수익 방식의 과감한 투자를 감행하는 것도 경쟁력으로 꼽힌다. 스위스 로바르 오디에 은행의 수석 이코노미스트 사미 차아르는 파이낸셜타임스(FT)와의 인터뷰에서 “미국은 투자 주도형 혁신 생산성을 추구하고 있지만, 다른 국가들은 비용 경쟁력이라는 경제 논리에 더 집중하고 있다”고 말했다.

최고 수준 노동생산성

미국의 유연한 노동시장은 노동생산성을 높여 경제 성장에 기여하고 있는 또 다른 축으로 평가받는다. 삼 박사는 “유럽과 달리 해고와 고용이 유연한 미국 노동시장 특성에 따라 2021~2022년의 이른바 '대퇴사 시대' 때 많은 근로자가 생산성을 높일 수 있는 일자리로 옮길 기회가 있었다”고 설명했다. 대퇴사 시대란 2021~2022년 근로 여건이나 급여가 더 좋은 새 직장으로 옮기기 위해 기존 직장에 사표를 내는 이들이 많았던 시기를 뜻한다. 미국 노동부 산하 노동통계국이 매월 공개하는 구인·이직 보고서(JOLTS)에 따르면 미국에서 직장을 그만둔 사람은 2021년 4780만명, 2022년 5050만명 수준이었다. 코로나19 직전인 2018~2019년엔 4000만~4200만명 수준이었다.

미국의 유명 경제 분석가이자 데이터 저널리스트로 알려진 조셉 폴리타노는 각 선진국의 노동생산성을 2015년에 100으로 잡았을 때 2024년 어느 수준까지 올라왔는지를 분석했다. 그의 자료에 따르면 미국의 노동생산성은 2024년 3분기 115 인근까지 올랐지만, 영국은 107 인근으로, 프랑스는 100을 겨우 넘는 수준에 불과하다.

미국의 압도적인 노동생산성은 다른 조사에서도 드러난다. FT에 따르면 2024년 9월까지 3개월 동안 미국의 노동 시간당 생산성은 2019년 말 코로나19 팬데믹 이전 수준보다 8.9% 증가했으며, 지난 1년간 연간 2%에서 2.8% 사이의 성장률을 유지했다. 반면 캐나다의 노동 생산성은 지난 16분기 중 14분기 동안 감소했으며, 2024년 2분기 말 기준으로 팬데믹 이전 수준보다 1.2% 낮았다. 유로존에서는 2007년까지 5년 동안 생산성이 5.3% 성장했으나, 2019년까지 5년 동안 2.6%로, 최근 5년 동안에는 0.8%로 하락했다.

미국 경제에 대한 이같은 낙관론은 투자은행들의 증시 전망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도이체방크와 UBS는 지금과 같은 강세장이 이어지면 S&P500이 내년 7000을 넘을 수 있다고 내다봤다.

뉴욕=박신영 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