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체교섭 중 "동종업계 관행" 주장 조심해야 하는 이유
<노사 상견례도 단체교섭 차수에 포함되나요?>
https://www.hankyung.com/article/202407014243i

<노조 교섭안 강독·1회독…단체교섭 속도 높이는 방법>
https://www.hankyung.com/article/202409229784i

노사간에 서로 교섭안을 제출하고 강독 및 1회독을 마치면, 단체교섭의 중기로 접어들게 된다. 단체교섭의 중기는 초기와 마무리 시점보다는 그 과정이 드라마틱하지는 않다. 왜냐하면 노사 양측이 각자의 주장과 논리를 펴고 상대방 논리의 맹점을 파고들면서 팽팽한 줄다리기가 이어지는 형국이 주로 펼쳐지기 때문이다. 하지만 단체교섭 중기에도 챙겨보아야 할 중요한 사항들이 있어 간단히 소개한다.


자신의 주장을 뒷받침하거나 상대의 주장을 탄핵할 수 있도록 준비
노사 양측 공히 교섭중기에는 자신의 교섭안을 양보하기보다는, 최대한 관철시키고자 근거와 논리를 제시하고 상대를 설득시키려는 경향이 강하고, 이를 바탕으로 교섭의 마무리 단계에서 보다 유리한 지위를 점하고자 한다. 따라서 교섭중기에는 각 교섭안 별로 (자신의 교섭안에 대해서는) 이를 뒷받침할 수 있는 근거와 논리 또는 (상대의 교섭안에 대해서는) 이를 탄핵할 수 있는 근거와 논리를 잘 준비해 두는 것이 필요하다. 자칫 이러한 준비가 부족하여 이른바 논리싸움에서 밀릴 경우, 당초 교섭전략과 달리 교섭중기에 자신의 교섭안을 일찍 철회하거나 또는 상대의 교섭안을 예상치 못하게 수용하게 되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

바둑을 둘 때 한 수 앞만 보지 않고, 상대의 입장에 서서 두 수, 세 수를 앞서 생각해보고 두듯이, 교섭안에 대한 근거와 논리를 준비함에 있어서도 내가 제시한 근거와 논리가 상대의 입장에서 공격할 부분은 없는지, 그 때에는 어떻게 답변할 것인지 대비하는 것이 필요하다. 그렇지 않고 한 수 앞만 보고 근거와 논리를 준비할 경우, 자칫 교섭자리에서 내가 제시한 근거와 논리가 공격받았을 때 말문이 막히게 되는 상황이 생길 수도 있다.

교섭안을 뒷받침하거나 탄핵할 수 있는 논리와 근거는, 법원의 판례나 고용노동부의 유권해석이 될 수도 있지만, 대개는 비교 사업장의 선례나 동종업계의 관행 등이 되는 경우가 많다. 다만 이러한 선례나 관행을 드는 때에 있어서도 조심해야 할 점이 있는데, 내가 주장하려는 교섭안에는 해당 사업장의 선례나 관행이 당장 도움이 될 수 있으나, 나의 다른 교섭안에 대해서는 해당 사업장의 다른 선례나 관행이 방해가 되는 경우가 없는지 꼭 살펴보아야 한다. 이를 확인하지 않고 섣불리 다른 사업장의 선례나 관행을 근거로 제시하는 경우, 자칫 다른 교섭안을 논의하는 과정에서는 되려 상대에게 역공을 당할 수 있다.


상대의 핵심 교섭안이 무엇인지 파악하고, 상호 의견접근 모색
교섭중기에는 위와 같은 이유로 핵심 교섭안들에 대하여 타결을 이루는 것이 쉽지 않다. 하지만 그렇다고 하여 이를 쉽게 포기해서는 안되고, 적어도 쌍방의 핵심 교섭안이 무엇인지 파악하고, 각 핵심 교섭안 별로 상호간 어느 정도의 의견접근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 이러한 과정을 교섭 중기에 충분히 거쳐 두지 않는다면 마무리 교섭에 있어 타협점을 찾는 것이 쉽지 않게 된다.

의견접근을 모색하는 방법으로는 여러가지가 있다. 서로 대립하는 교섭안에 대하여 중간 지점의 타협점을 찾는 방식도 있을 수 있고, 또는 중간 지점의 타협점을 찾기 어려운 교섭안의 경우에는 어느 하나의 교섭안을 받고 대신 다른 교섭안을 포기하는 등의 방식도 가능하다. 노사간에 쟁점이 되는 교섭안이 많을 경우에는, 노사 각자 자신의 교섭안을 전반적으로 살펴보고 보다 진전된 안을 서로 교환하는 방식도 가능하다. 교섭의 진행 상황과 과정에 맞게, 핵심 교섭안에 대한 의견접근 방식을 모색하는 것이 단체교섭의 진정한 백미라고 할 수 있다.


상대방 태도나 인격을 공격하는 언행은 금물
아무래도 노사 상호간에 논리싸움을 하다 보면, 교섭 분위기가 필요 이상으로 과열되거나, 또는 상대방이 제시한 근거나 논리를 공격하는 것이 아닌, 상대방의 태도나 인격을 공격하는 언행이 나오는 경우가 종종 있다. 이는 장기적으로 교섭전략을 관철하는 데에 도움이 되지 않고, 오히려 상호 신뢰를 잃게 하여 마지막 교섭 과정에서 원만한 타결점을 찾는 데에 방해가 된다. 노사 상호간 상대 교섭위원을 존중하고, 건설적인 토론과 대화에 집중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구교웅 법무법인 태평양 변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