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슈아 크랩 로베코자산운용 아시아태평양 주식운용 대표./사진=로베코자산운용
조슈아 크랩 로베코자산운용 아시아태평양 주식운용 대표./사진=로베코자산운용
"아시아 증시는 역사적인 저평가 수준에 머무르고 있습니다. 중국·인도·아세안(동남아국가연합) 시장에서 투자 기회가 있습니다."

조슈아 크랩 로베코자산운용 아시아태평양 주식운용 대표는 3일 서울 여의도에서 열린 간담회에서 내년 글로벌 주식시장에 대한 전망과 함께 이 같은 투자전략을 제시했다. 미국 주식은 이미 밸류에이션(실적 대비 주가 수준)이 높지만, 아직까진 실적 개선세가 뒷받침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도널드 트럼프 전 미 대통령이 미 대선에서 승리한 후 미국 주식은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트럼프 당선인의 공약에 법인세 감면, 규제 완화 등 기업 이익을 늘릴 수 있는 정책이 포함됐기 때문이다. 특히 인수·합병(M&A) 승인에 대한 기대감으로 금융·에너지주가 강세를 보였다.

다만 미국 기업 실적이 시장 기대치를 밑돌 경우 미국 주식의 고평가 부담이 커질 것으로 봤다. 또 미국 기업 대부분은 3분기 실적이 기대치를 웃돌았지만, 최고경영자(CEO)들은 미래 성장에 대해 낙관적이지 않다고 지적했다. 크랩 대표는 "한국 개인 투자자들이 미국 주식 투자로 쏠리고 있는데, 3~4년 전 중국 기술주로 자금이 몰렸다. 이후 주가가 어떻게 됐는지 생각해보면 자금 흐름을 추종하는 게 반드시 바람직하진 않다"고 진단했다.

그는 아시아 주식에서 투자 기회를 찾았다. 미국보다 밸류에이션이 매우 낮다는 이유에서다. 특히 중국, 인도, 아세안 시장이 유망하다고 언급했다. 중국 증시는 주가가 바닥에 도달하면 경기 부양책 등 정치적 움직임이 나와 다시 반등하는 점을 강점으로 꼽았다. 아세안 시장은 가격 경쟁력을 바탕으로 한 수출 성과가 좋게 나타나고, 인구가 많아 내수 시장도 증가세인 점을 호평했다. 인도 시장은 최근 밸류에이션 고점에서 벗어나 투자 기회가 생겼다고 분석했다.

한국 증시의 향방엔 밸류업(기업가치 제고) 프로그램이 중요하다고 봤다. 크랩 대표는 "밸류업은 경제 상황에 의존하지 않고 주주에게 상당한 보상을 줄 수 있다"며 "일본의 경우 밸류업 프로그램 도입 후 투자자들이 돌아오고 있다. 한국에서도 일본에서 봤던 유사한 흐름이 관측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삼성전자 등 한국 반도체 기업은 저평가 구간에 진입했지만, 투자엔 신중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는 크랩 대표는 "저평가된 한국 반도체 기업들이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같은 업종 내에서도 수요가 쏠리면서 그때그때 저평가 종목이 나타났다"며 "큰 그림을 보는 것이 중요하다"고 했다.

이어 "인공지능(AI) 열풍 속에서 현재까지 그래픽처리장치(GPU) 관련 종목이 강세였지만, 앞으로 서버 수요가 늘어날 것"이라며 "휴대전화나 노트북에 탑재하기 위한 소프트웨어 통합 등으로 투자가 이동할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로베코는 1929년 설립된 네덜란드의 최대 자산운용사다. 장기적인 관점으로 액티브 자산운영에 중점을 두고 있다. 1995년부터 지속가능투자(SI)에 주목해왔다. 2017년 12월 로베코는 글로벌 자산운용사 중 최초로 한국 스튜어드십코드에 참여한 바 있다. 지난 9월 말 기준 로베코의 총운용자산(AUM)은 2273억달러(약 320조원)다.

진영기 한경닷컴 기자 young71@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