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웅석 한국형사·법무정책연구원장이 3일 대검찰청에서 열린 '디지털 시대: 수사 및 재판 절차에서의 리걸테크 활용 방안' 포럼에서 개회사를 하고 있다. 사진=한국형사·법무정책연구원 제공
정웅석 한국형사·법무정책연구원장이 3일 대검찰청에서 열린 '디지털 시대: 수사 및 재판 절차에서의 리걸테크 활용 방안' 포럼에서 개회사를 하고 있다. 사진=한국형사·법무정책연구원 제공
"형사사법 분야의 인공지능(AI)은 어디까지나 도움을 주는 도구임을 잊지 말아야 합니다. AI 혁신을 위해서는 체계적인 로드맵이 필요합니다."

3일 오전 10시 서울 서초동 대검찰청 별관 4층 예그리나 홀에서 열린 '디지털 시대: 수사 및 재판 절차에서의 리걸테크 활용 방안' 포럼에 모인 법조계·학계 전문가들은 "AI를 위시한 리걸테크가 가져올 변화가 크다"며 이같이 전망했다. 한국형사·법무정책연구원이 이날 주최한 포럼은 날로 성장하는 AI와 리걸테크의 활용 가능성에 대해 논의하기 위해 마련됐다.

전문가들은 리걸테크가 근미래에 검찰 수사에도 활용될 것이란 전망을 했다. 기조 세션을 맡은 백상엽 김앤장 AI&IT 시스템센터 대표는 법률 AI의 가치를 △멀티모달(다중표현) AI를 활용한 e 디스커버리·수사 효율화 △대규모언어모델(LLM) 에이전트를 활용한 수사·재판 효율화 △멀티 에이전트 시뮬레이션을 활용한 승소 전략 수립으로 정의했다. 백 대표는 "모든 법률과 법령은 글로 만들어졌는데 현재 AI는 문맥을 이해해 문장을 생성하는데 탁월하다"며 "법률 AI는 매우 큰 시장"이라 말했다.

백 대표는 AI가 정보의 질을 높이는 만큼 수사나 재판의 질을 높일 것이라고 봤다. 그는 "멀티모달 AI는 문서뿐만 아니라 소리·영상 등 '분위기 정보'를 설명할 수 있다"며 "이런 정보를 재판정으로 가지고 간다면 재판의 질도 함께 높아질 것"이라 전망했다. 다만 "수사의 과학화를 위해서는 개인정보 이슈에 대해서 면밀히 검토해야 한다"며 정보 처리 과정에서 철저한 보안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리걸테크의 발달로 형사 절차도 간소화될 것이란 의견도 나왔다. 이날 발제자로 참여한 박성재 로폼 AI센터장은 "형사사법통합정보체계(KICS)의 발달로 데이터의 양도 크게 늘어 사건과 수사상황 파악이 어려워졌다"며 "기존 문서와 자료를 분석해 수사 문서를 작성하는 단순 업무는 리걸테크를 통해 효율화될 것"이라 내다봤다. 그는 "AI를 통해 공소사실 구성요건에 빠진 부분을 분석하거나 경찰-검찰 간 업무 효율도 증대할 것"이라 설명했다.

이진동 대검찰청 차장검사는 "가까운 미래에는 수사 과정에서 디지털 포렌식을 통해 증거를 빠르게 수집하고 최선 범죄 트렌드를 분석해 예방·예측할 수 있을 것"이라며 "리걸테크는 법률서비스를 자동화해 효율성을 높이고 투명성과 공정성을 강화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정웅석 한국형사·법무정책연구원장은 개회사에서 "기술의 급격한 발전이 전 세계 형사 사건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며 "이번 포럼에서의 논의와 제언들이 관련 정책의 방향성과 기반을 설정하는 데 도움이 되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박시온 기자 ushire908@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