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 일본은행이 추가로 기준금리를 올릴 것이란 관측에 따라 ‘엔 캐리 트레이드’ 청산 공포가 다시 커졌다. 지난 8월 초 ‘블랙먼데이’가 재발할 것이란 우려에 시장이 숨죽이고 있다.
日금리인상 임박…또다시 '엔캐리 청산' 공포

8월 청산 재연 우려

3일 니혼게이자이신문에 따르면 금융정보 제공업체 퀵 조사 결과 일본은행이 오는 18~19일 금융정책결정회의에서 기준금리를 연 0.25%에서 연 0.5%로 올릴 것이란 전망이 가장 많았다. 지난달 26~28일 증권, 보험, 은행 등 채권시장 관계자 124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연말 기준금리 예상은 중앙값과 최빈값이 모두 연 0.5%로 나타났다.

지난달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 이후 엔화는 약세를 보였다. 트럼프 당선인의 보편관세 정책 등이 인플레이션 재발 압력으로 작용할 것이란 전망에서다. 미국의 기준금리 인하 속도가 둔화하면서 일본과의 금리 차이가 쉽게 줄어들지 않을 것이란 관측에 엔 매도, 달러 매수 움직임이 확산했다. 엔·달러 환율은 달러당 155엔을 넘나들었다.

미·일 금리 차는 금리가 낮은 엔화를 차입 또는 매도해 달러 등 고금리 통화나 고수익 자산에 투자하는 엔 캐리 트레이드 유인으로 작용한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지난달 엔화 공매도 규모는 135억달러로, 10월 97억4000만달러에서 크게 증가했다.

8월 초 청산 이후 재개 움직임을 보이던 엔 캐리 트레이드는 이달 들어 재청산 가능성이 커졌다. 일본은행의 기준금리 인상이 가까워졌다는 관측에 따라서다. 8월 초 청산은 7월 말 일본은행의 기준금리 인상과 이후 미국의 고용통계 악화가 맞물리며 불거졌다. 당시 청산 움직임이 세계 시장에 블랙먼데이를 불러왔다는 평가가 대다수다.

한국은행은 전체 엔 캐리 트레이드 잔액이 506조6000억엔, 향후 청산 가능성이 큰 자금은 32조7000억엔으로 분석했다. 미·일 금리 차이가 축소되고 엔화가 강세를 보이면 엔 캐리 트레이드 유인이 줄어 청산될 가능성이 높다는 설명이다. 엔·달러 환율은 이달 들어 달러당 150엔 수준으로 하락(엔화 강세)했다.

엔 캐리 지속 관측도

변수 중 하나는 일본 정치권이다. 일본은행의 기준금리 인상이 경제 회복세에 찬물을 끼얹는 것 아니냐는 우려 때문이다.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는 지난달 취임 후 우에다 가즈오 일본은행 총재와 처음 만난 뒤 기자회견에서 “개인적으로 추가로 금리를 올릴 환경에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일본은행의 기준금리 인상에도 미국과의 금리 차이는 여전히 큰 만큼 엔 캐리 트레이드 유인이 완전히 사라지진 않을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현재 미국(연 4.50∼4.75%)과 일본(연 0.25%)의 기준금리 차이는 4.25~4.5%포인트다. 일본은행이 이달 기준금리를 연 0.5%로 올리더라도 미국과의 금리 차이는 4~4.25%포인트에 달한다.

앨빈 탄 로열뱅크오브캐나다(RBC) 아시아외환전략책임자는 “엔화는 매우 낮은 금리 때문에 항상 차입 통화로 여겨질 수밖에 없다”고 분석했다. 차루 차나나 삭소마켓 수석투자전략가는 “트럼프 2기 행정부의 정책 불확실성에도 엔 캐리 트레이드는 여전히 매력적인 투자 전략으로 남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엔저가 지속하면 일본 재무성이 다시 시장에 개입할 가능성도 있다. 재무성은 올해 총 15조3233억엔 규모의 엔 매수, 달러 매도 개입을 단행했다. 오모리 쇼키 미즈호증권 수석전략가는 “재무성이 시장에 적극적으로 개입하지 않는다면 투기 세력은 다시 엔 캐리 트레이드를 시도할 것”이라고 말했다.

도쿄=김일규 기자/임다연 기자 black0419@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