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에세이] 스마트시티와 여성
여성가족재단 대표가 되기 전 세계스마트시티기구(WeGO) 사무총장으로 3년을 일했다. 당시 유엔 산하 국제전기통신연합(ITU), 유엔해비타트(UN-Habitat) 등에서 도시행정에 정보통신기술(ICT)을 접목하는 일에 큰 관심을 보였다. 가장 큰 화두는 스마트시티 개발과 ICT 행정 활성화였다.

과거 스마트시티라고 하면 기술집약적 기반 시설 확충을 우선 떠올렸다. 하지만 코로나19 팬데믹과 기후 변화의 폐해를 겪으며 판도가 바뀌었다. 인간이 중심인 스마트시티에 가치를 두기 시작했다. 서울시는 ‘약자와의 동행’이라는 슬로건을 앞세워 디지털 격차 해소 정책을 펼쳤다. 서울시와 WeGO는 2022년 ‘서울스마트도시상’을 제정해 세계 각국이 인간 중심의 스마트도시를 만드는 데 나름 기여했다.

그 덕에 많은 포럼에서 ‘글로벌 스피커’가 돼 무척 바쁜 3년을 보냈다. 그 배경에는 ICT업계에 동양 여성 리더가 터무니없이 적은 희귀성도 작용했다고 볼 수 있다. 한국에서 온 여성이 인간 중심 스마트시티의 중요성을 강조하니 눈길을 끌기 수월했다.

한국산업기술진흥원(KIAT)이 발표한 ‘2021년도 산업기술인력 수급 실태조사’에 따르면 12대 주력 산업 분야에서 남성 비중이 절대적으로 높다. 남성 85.4%에 여성 14.6%로 격차가 크다. 기계나 철강 같은 남성이 강점을 보이는 산업을 논외로 하더라도 소프트웨어나 정보기술(IT) 비즈니스 분야도 여성 비율이 각각 25.1%, 29.4%에 불과하다.

피터 드러커는 21세기를 ‘여성의 세기’라고 명명했다. 디지털전환 시기에 여성의 유연성과 협상 능력을 바탕으로 사람과 사람, 조직과 조직을 엮는 리더십이 중요하다는 내용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기혼 여성의 취업률은 66%로 역대 최고다. 그런데 한국개발연구원(KDI) 보고서는 향후 일자리 수요 대부분이 과학, 기술, 공학, 수학 등 STEM 분야에서 발생할 것으로 예견하고 있다. 여성은 이 분야 전공자 수가 적을 뿐 아니라 남성보다 취업률도 낮다.

우리 기관에서는 이런 현실을 극복하기 위해 애쓰고 있다. 여성의 IT업계 진입과 취업 후 성장을 지원하는 사업을 펼치고 있다. 사업의 이름엔 고스란히 고민도 담겼다. 네이버, 카카오, 마이크로소프트 등 국내외 유망 IT 기업 종사자와 함께하는 커리어 멘토링 ‘고민타파 잇(IT)생 살기’, IT업계 진입을 위한 ‘우먼테크 해커톤’, IT 여성 재직자를 지원하기 위해 우아한형제들, 아마존웹서비스 한국사용자모임과 함께하는 ‘우먼ITs’ 등의 사업에 참여하겠다고 2400여 명이 몰릴 정도로 많은 여성이 관심을 보였다. 정부가 2026년까지 추진 중인 ‘디지털 100만 인재 양성’에 여성들의 참여를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