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 도나호 
나이키 전 CEO
존 도나호 나이키 전 CEO
올해 미국 기업 최고경영자(CEO)의 사임이 역대 최대치를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 증시가 지난 2년간 활황을 나타내면서 주가 상승에서 소외된 기업 CEO에게 사퇴 압박이 커진 결과라는 분석이 나온다.

2일(현지시간) 글로벌 취업정보업체 챌린저그레이&크리스마스(CG&C)에 따르면 올해 1~10월 미국에서 총 1824명의 CEO가 퇴사를 발표했다. 이 회사가 2002년부터 CEO 교체를 집계한 이후 가장 높은 수치다. 지난해 같은 기간 1530명을 19% 웃돈다.

올 들어 산업 분야를 막론하고 CEO 교체가 빈번하게 이뤄지고 있다. 외부에서 영입한 CEO를 실적 부진을 이유로 다시 내부 인사로 교체하는 사례가 증가하는 추세다. 지난 9월 나이키는 스포츠웨어와 무관했던 온라인 소매·결제 전문가 존 도나호 전 CEO를 대신해 나이키에서 32년간 근무한 엘리엇 힐을 새 CEO로 선임했다. 도나호 전 CEO는 직영 매장과 온라인 판매 중심의 전략을 추진했으나 직접 착용 후 구매하는 나이키 소비자의 성향과 맞지 않는다는 비판을 받았다.

랙스먼 내러시먼 
스타벅스 전 CEO
랙스먼 내러시먼 스타벅스 전 CEO
반대로 외부 인재를 영입해 변화를 모색한 사례도 있다. 스타벅스는 부진한 실적을 극복하기 위해 지난 5년 동안 주가가 300% 가까이 상승한 패스트푸드 체인 치폴레멕시칸그릴에서 브라이언 니콜을 CEO로 영입했다. 랙스먼 내러시먼 전 CEO는 취임한 지 약 17개월 만에 물러났다. 대형 미디어 기업 파라마운트글로벌은 할리우드 영화 제작사 스카이댄스와의 합병안을 반대하던 밥 배키시 CEO를 해임하고, 세 명의 고위 임원으로 구성된 ‘CEO실’을 신설하는 파격 개편을 단행했다.

밥 배키시
파라마운트 전 CEO
밥 배키시 파라마운트 전 CEO
데이비드 카스 메릴랜드대 재무학 교수는 야후 파이낸스에 “기업 이사회가 점점 더 독립적으로 되면서 수익과 주가 모두에서 저조한 성과를 내는 CEO에게 책임을 묻고 있다”며 “이런 성과 압박으로 CEO의 평균 재임 기간이 줄고 있다”고 말했다.

미국 기업의 주가가 지난 2년간 전반적으로 많이 오른 것도 CEO에게는 부담이다. 마이클 파 하이타워어드바이저스 수석시장전략가는 “경쟁 기업이 상승세를 타는 상황에서 한 기업이 침체에 빠진다면 CEO와 이사회는 즉각 조치를 취해야 한다”며 “CEO의 개인적 과오 여부와 상관없이 누군가는 책임을 져야 한다”고 말했다.

임다연 기자 allop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