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에너지솔루션이 미국 제너럴모터스(GM)와 미시간주에 짓는 세 번째 합작공장의 GM 측 자산을 약 1조4000억원에 매입한다. GM이 배터리 제조에 투입하려던 자금을 자율주행차 등 미래모빌리티로 돌리는 전략을 편 것으로 풀이된다. LG에너지솔루션으로선 단기 재무엔 악재지만 미국 정부로부터 받는 생산 보조금을 GM과 공유하지 않아도 돼 장기적으로 수익성을 확보할 수 있을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LG엔솔, GM 美합작공장 산다…트럼프 2기 돌파

GM·LG 모두 ‘윈윈’

GM은 2일(현지시간) LG에너지솔루션과의 합작법인인 얼티엄셀즈가 보유한 미시간주 합작공장의 자산을 매각하는 계약을 맺었다고 밝혔다. 이 공장은 두 회사가 2022년 총 26억달러(약 3조6000억원)를 절반씩 투자해 건설에 착수했다. 공장 완공을 앞두고 GM은 건설 과정에서 투자한 10억달러를 받고 경영권을 모두 넘기기로 했다. 미시간 공장의 배터리 생산 규모는 연 50GWh다. 전기차 62만5000대를 제조할 수 있는 양이다.

양사는 내년 1분기까지 관련 계약을 마칠 예정이다. LG에너지솔루션 측은 “금액 등 구체적인 내용이 확정되는 대로 공시할 것”이라고 말했다. 2022년까지만 해도 GM은 ‘전기차 빅뱅’에 대비하기 위해 총력을 기울였다. 배터리를 안정적으로 공급받기 위해 LG에너지솔루션과 2021년과 2022년 연이어 두 개의 합작공장을 짓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도널드 트럼프 2기 정부 출범을 앞두고 북미 전기차 시장 상황이 빠르게 변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 당선인의 정권 인수팀은 최근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에 기반한 전기차 보조금(최대 7500달러)의 세액 공제를 폐지하겠다고 발표했다. 다만 GM이 LG에너지솔루션과 합작한 오하이오 공장(연 40GWh)과 테네시 공장(연 50GWh)은 정상 가동 중이다.

더욱 공고해진 혈맹 관계

LG에너지솔루션은 혈맹 관계인 GM의 요청을 거부할 수 없는 상황이다. 업계 관계자는 “GM이라는 ‘확실한 고객’조차 전기차 생산량을 줄일 것이 확실한 터라 1조원 넘는 자금을 추가 투자하는 것은 LG에너지솔루션에 고육지책”이라고 했다.

하지만 이번 고비만 잘 넘기면 중장기적으로 LG에너지솔루션 측에 유리하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GM에만 물량을 납품한다’는 족쇄가 사라져 다른 고객사 물량을 더 수주할 여력이 생겼다는 점에서다. 지난해 일본 도요타와 내년부터 10년간 총 200GWh 규모 배터리를 납품하는 계약을 맺었는데, 해당 제품도 이 공장에서 제조될 것으로 관측된다. 에너지저장장치(ESS)용 배터리 생산라인을 들여와 현지에서 수요에 대응할 가능성도 있다.

IRA에 따라 지급하는 첨단제조세액공제(AMPC)를 온전히 받을 수 있다는 점도 장점이다. GM은 LG에너지솔루션과의 합작공장을 통해 수령한 AMPC(셀·모듈 포함 ㎾h당 45달러)의 절반 이상을 받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결정으로 양사의 관계는 더욱 돈독해질 전망이다. 두 회사는 이날 ‘각형 배터리 및 핵심 재료 공동 개발을 위한 계약’을 맺었다. 납작한 상자 모양의 각형 배터리는 알루미늄 캔으로 둘러싸여 외부 충격에 강하다. LG에너지솔루션이 기존에 생산하던 파우치형, 원통형에 이어 각형까지 섭렵하면 배터리업계에서 유일하게 3대 폼팩터(모양)를 모두 제조하게 된다.

김형규 기자 kh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