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뉴스
연합뉴스
미국과 중국 간 공급망 전쟁이 본격화했다. 미국의 대(對)중국 반도체 수출 통제에 중국이 희유금속과 초경질재료의 대미 수출 금지로 즉각 응수하면서 양측의 갈등이 격화하고 있다.

중국 상무부는 3일 갈륨, 게르마늄 등의 수출 통제를 발표하면서 “미국이 수출 통제 조치를 남용하고 관련 제품의 대중국 수출을 부당하게 제한했으며 많은 중국 기업을 제재 대상에 포함했다”고 주장했다. 미국 지질조사국(USGS)에 따르면 미국은 2018∼2021년 갈륨 수입의 53%를 중국에 의존했다. 게르마늄 수입량은 정확히 알려지지 않았다.

로이터통신은 “중국이 지난해 초 발표한 중요 광물 수출에 대한 기존 제한 조치의 실질적 집행을 강화하는 것”이라고 해석했다. 중국은 ‘국가 안보 수호’를 이유로 2022년 8월부터 갈륨과 게르마늄 관련 품목을 허가 없이 수출하지 못하게 하는 규제를 시행했다.

"앉아서 당할 수 없다"…시진핑, 결국 트럼프 한방 먹였다
중국 상무부가 국가 안보와 이익 보호를 이번 조치의 배경으로 내놨지만 국제 사회는 미국의 대중 반도체 수출 통제에 대한 대응 성격이라고 해석하고 있다. 미국 상무부가 고대역폭메모리(HBM)의 중국 수출을 통제하는 결정을 내린 지 하루 만에 이 같은 조치가 나와서다. 세계 최대 갈륨·게르마늄 생산국 지위를 앞세워 미국의 무역 압박에 맞선다는 것이다. 중국은 세계 갈륨 공급의 98%, 게르마늄 공급량의 60%를 담당하고 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핵심 반도체 소재인 갈륨과 게르마늄 수출이 통제되면 당장 미국 업체가 반도체 생산에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다고 내다봤다. 앞서 중국이 갈륨과 게르마늄 수출을 제한했을 때도 선적 때마다 중국 상무부 허가가 필요해 최대 80일 가까운 시간이 걸렸고, 장기 공급 계약이 어려워 업계 혼란이 컸다. 블룸버그통신은 “중국의 반도체 핵심 소재 수출 제한은 미국의 전자 제품 생산 비용을 높이고 첨단기술 개발 경쟁을 둘러싼 지정학적 긴장을 키울 것”이라고 했다.

한국도 중국산 갈륨과 게르마늄 수입량이 많아 타격이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된다. 국내 업계 한 관계자는 “미국과 중국 간 무역 갈등 심화 등으로 중국의 규제 조치가 확산하면 한국 업체에 영향이 미치는 것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다만 정부 관계자는 “한국에는 중국산 갈륨을 구입해 미국에 파는 업체가 없다”며 “국내 반도체 업체가 중국산 갈륨을 산 뒤 반도체를 제조해 미국에 수출하는 것은 문제가 없기 때문에 당장의 영향은 제한적일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은정/이슬기 기자 kej@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