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자물가 상승률이 석 달 연속 1%대를 기록하면서 둔화 흐름을 이어갔다. 석유류 가격이 전년 동기 대비 큰 폭으로 떨어지면서 전체 물가를 끌어내렸다.

통계청이 3일 발표한 소비자물가 동향에 따르면 11월 소비자물가 지수는 114.40(2020년=100)로 작년 같은 달보다 1.5% 상승했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올해 4월(2.9%)부터 다섯 달 연속 2%대에 머무는 등 안정세를 보였다. 지난 9월 1.6%로, 1%대로 내려온 이래 석 달 연속 1%대를 유지했다.
농·축·수산물 물가는 1.0% 올라 전체 물가를 0.08%포인트 끌어올렸다. 특히 채소류 물가가 10.4% 뛰면서 0.15%포인트 물가 상승 요인으로 작용했다. 9월(11.5%), 10월(15.6%)에 이어 석 달 연속 10%대 상승이다. 무(62.5%), 호박(42.9%), 오이(27.6%) 등의 가격 상승이 두드러졌다. 공미숙 통계청 경제동향통계심의관은 “여름철 고온 현상에 따른 작황 부진으로 채소 가격이 올랐던 영향이 여전히 남은 것으로 보인다”며 “가을 기상 여건이 양호해짐에 따라 상승률은 점차 축소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올해 상반기까지 고공행진했던 과실류 가격은 8.6% 하락했다. ‘금(金)사과’로 불렸던 사과도 8.9% 내렸다. 석유류는 작년 같은 달보다 5.3% 내리면서 전체 물가를 0.22%포인트 끌어내렸다. 서비스 물가는 2.1% 상승했다. 외식을 비롯한 개인서비스 물가는 2.9% 올라 전체 물가를 0.97%포인트 끌어올렸다.

‘밥상 물가’와 직결되는 신선식품 지수는 0.4% 상승률로, 2022년 3월(-2.1%) 이후 32개월 만에 최저를 기록했다. 서민 체감물가인 생활물가 지수 상승률도 1.6%로, 석 달째 1%대를 유지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방식의 근원물가 지표인 식료품 및 에너지 제외 지수 상승률은 1.9%였다. 농산물 및 석유류 제외지수는 1.8% 상승했다. 공 심의관은 “채소류 가격이 오르고, 과실류와 석유류 가격이 내리는 등 전반적인 흐름은 지난달과 비슷했다”며 “다만 석유류 감소 폭이 축소되면서 전체 물가 상승률은 지난달보다 소폭 상승했다”고 설명했다.

김범석 기획재정부 1차관은 이날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제48차 경제관계차관회의 겸 물가관계차관회의에서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3개월 연속 1%대 안정 흐름을 이어가고 있다”면서도 “누적된 고물가로 서민 생활의 어려움이 지속되는 만큼 국민들의 체감물가 안정을 위한 노력을 지속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 차관은 체감 물가 안정을 위한 조치로 유류세 인하 2개월 연장, 무·당근 할당관세 연장 등을 지목했다.

김웅 한국은행 부총재보는 이날 물가 상황 점검 회의에서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기저 효과와 환율 상승 등의 영향으로 당분간 2%에 근접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향후 물가 전망 경로는 환율·유가 추이, 내수 흐름, 공공요금 조정 등에 영향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며 “연말 연초 기업 가격 조정의 물가 파급 효과에도 유의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강경민 기자 kkm1026@hankyung.com